사회/복지

사회/복지

잊힌 여성 광부를 조명하다

 다큐멘터리 ‘광부엄마’는 태백 장성광업소 폐광을 앞두고 여성 광부인 선탄부를 조명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그동안 남성 광부에 대한 보도는 많았지만, 여성 광부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은퇴한 여성 광부 김매화 할머니는 진폐 질환을 앓고 있지만, 장해등급을 받지 못한 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여성 광부가 산재 등급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성 광부보다 더 긴 근무 기간이 필요하며, 김 할머니는 이를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76년부터 선탄부로 일한 김 할머니는 1970년대 많은 광부들이 목숨을 잃은 시기에 여성들이 광업소로 유입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선에서는 (사)중앙진폐재활협회 이희탁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 광부들의 희생과 노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으로 여성 광부에서 전업한 전옥화 시인의 시를 활용하기로 결정했으며, 그의 작품은 선탄부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여러 기술적 문제와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큐멘터리는 불합리한 진폐법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광부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옥화 시인의 시구처럼, 여성 광부들의 존재가 오랫동안 기억된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수만리 습지, 파괴 딛고 생태 보고로 부활

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켰던 백천 류함의 충절이 깃든 장소로, 탐방객들은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난세 속에서 선비가 지켰던 대의를 되새긴다. 류함이 남긴 격문 속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절박한 심경과 호남의 의로운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단순한 풍경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무돌길 11길의 큰재는 과거와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무등산 자락 깊은 곳에 위치한 이 고개는 예부터 산촌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광주와 화순을 오가던 소중한 통로였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겨울철이면 접근이 어려웠던 험로였으나, 오늘날에는 무등산 남사면의 웅장한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으로 변모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만리 일대의 비경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큰재 아래 펼쳐진 수만리 생태공원은 인간의 손길로 빚어낸 자연의 휴식처다. 편백나무 숲과 습지원이 조화롭게 배치된 이곳은 맨발 걷기 길과 데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숲이 주는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숲 터널을 형성하며 탐방객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로였던 이 길은 이제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생태 관광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해발 409m에 위치한 중지마을은 무등산의 품에 가장 깊숙이 안긴 마을 중 하나다. 1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외지인 없이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다랑이논을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마을 정자에서 만난 주민들은 과거 산비탈을 깎아 벼농사를 짓던 고단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손을 반긴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중지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무등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역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중지마을을 지나 너와나목장 방향으로 향하면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목격하게 된다. 과거 흑염소 방목으로 인해 황폐해졌던 산비탈은 국립공원공단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다시 생명의 습지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시작된 지형 복원과 자생식물 식재 사업은 훼손된 식생을 되살렸고, 이제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다랑이논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숲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용연마을 정자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활엽수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환산정에서 시작해 큰재를 넘어온 탐방객들의 땀방울을 씻어준다. 역사 속 선비의 절개와 험준한 고개를 넘던 민초들의 삶, 그리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낸 현대의 노력이 무돌길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촘촘히 엮여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용연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