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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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끝없는 "폭발, 협박, 조롱" 악성글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내 항공사고 역사상 최악의 비극 중 하나로 기록됐다. 방콕발 여객기가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외곽 장비와 충돌, 폭발하면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부터 경찰과 관계기관은 종합적인 사고 수습과 수사에 나섰다.  

 

사고 대응 과정에서 경찰은 대규모 과학수사 인력을 투입했다. 824명의 과학수사관과 신속 DNA 분석기 39대, CSI버스 17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관 228명이 현장에 동원됐다.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실은 현장으로 사무실을 옮겨 직접 대응했으며, 사고 발생 12시간 만에 희생자 전원을 수습하고 68시간 만에 신원 확인을 완료했다. 이후 시신 검안과 인도 절차까지 신속히 진행하며 유가족 지원에 집중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을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악성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확산됐다. 경찰은 126건의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며, 피의자 1명을 검거했다. 해당 피의자는 혐의를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추가 범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나머지 사건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며 적극적인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사고 직후 일본발 IP를 통해 "제주항공 참사는 우리의 소행"이라며 국내 주요 도시에 폭탄 테러를 예고하는 협박 이메일이 법무부로 발송됐다. 경찰은 이 이메일이 2023년 8월부터 이어진 유사 협박 사건의 동일범 소행으로 보고 있으며, 인터폴과 일본 경찰에 공조를 요청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제 공조 수사는 초기 단계로, 아직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동체 파손과 폭발로 인해 유해가 넓게 퍼졌다"며 재난희생자신원확인체계(DVI)를 3단계로 가동해 신속히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고 사례를 기반으로 재난 안전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참사와 관련된 악성 게시물과 협박 사건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며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경찰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수사와 대응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악성 게시물 근절과 국제 공조 강화, 재난 대응 체계 개선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제주항공 참사는 대규모 인명 피해와 사회적 파장을 남겼다. 이번 사건을 통해 재난 대응에서 과학적이고 신속한 수사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었으며, 정부와 경찰은 유사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 보다 철저한 제도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