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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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교육청 '치킨게임' 중.."고교 무상교육 흔들려"

정부가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국고 분담 기간 연장을 거부하며 교육청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경기 둔화로 인한 세입 감소로 교육청 재정 여건이 악화됐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14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액 47.5%를 국고로 분담하는 기간을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국가와 시도교육청, 지자체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년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비용은 1조9920억 원으로, 이 중 국고는 9462억 원, 일반 지자체는 996억 원을 부담한다. 법안이 폐기되면 교육청들은 1조458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청 재정은 내국세 세입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되는데, 최근 세입 감소로 인해 지난 2년간 세수 결손액이 15조 원에 달했다.

 

 

정부는 교육청 보유 기금과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지원 연장을 근거로 지방교육재정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교육청들이 보유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3조4783억 원,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은 4조9500억 원이며,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연장으로 확보된 재원은 1조597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학생 수 감소와 교육재정 증가를 이유로 교육청이 추가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이러한 판단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발한다. 교육청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2022년 말 11조5844억 원에서 2024년 말 5조9686억 원으로 감소하며, 고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년간 기금 절반 이상을 소진했으며, 2년 내 기금이 고갈될 경우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교육청의 경직성 경비 비중이 76%에 달해 추가 재정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청들의 재정 악화는 고교 무상교육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교육청들은 긴축 예산을 시행하고 있으며, 교육환경 개선 및 학생 안전 예산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육청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이 없을 경우 학부모와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교육부의 2024년 지방교육재정분석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국 교육청의 통합재정수지는 3년 만에 적자(-2.4%)로 돌아섰다. 무상교육 지원 중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교육청들은 다른 사업 예산을 줄여 무상교육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와 교육청 간 갈등은 재정 부담 분담의 방식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교육청들은 정부가 세입 감소와 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책임 전가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추가적인 국고 지원과 협력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사라질 뻔한 ‘150년 농요’ 축제, 전국 사진작가 몰리는 이유는?

혔다. 이 축제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라, 전국에서 사진작가 100여 명이 몰려들 만큼 깊은 문화적 의미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전통문화 재현의 장이다.보은장안농요는 19세기 중엽부터 보은 장안면 일대에서 대대로 전승되어 온 전통 농업 노동요다. 논농사가 대부분 인력에 의존하던 시절, 마을 주민들은 함께 모여 힘을 합쳐 농사를 지었다. 이때 노동의 고단함을 덜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불렀던 노래가 바로 농요다. 단순히 흥을 돋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일하고 노래하는 가운데 지역 공동체의 유대와 정서가 녹아든 생활문화의 중심이었다.이번 축제는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가 주관하며, 당시 농경문화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들나가기-모찌기-모심기-점심참-초듬아시매기-이듬논뜯기-신명풀이’로 이어지는 논일의 전 과정을 무대 위가 아닌 실제 논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단순한 공연이 아닌 생생한 역사 체험을 통해 농요의 가치와 감동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모든 재현은 과거 농촌의 실제 일과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어, 현장감과 몰입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축제를 이끄는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는 2017년 공식 결성됐다. 설립 과정부터가 특별했다. 지역 어르신들의 기억과 구술을 바탕으로 학술고증을 거쳐,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단절되었던 농요 문화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고증에 참여한 주민들은 단순한 구술자에 그치지 않고 복원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참여자로 나섰으며, 이들의 애정 어린 노력 덕분에 오늘날의 보은장안농요는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으로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보은장안농요는 단순히 보은 지역만의 자산이 아니다. 그 문화적 가치와 예술성은 이미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7년 충북민속예술축제에서는 개인 및 단체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2018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도 금상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이로써 보은장안농요는 지역민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전국 단위의 문화예술 자산으로서도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남기영 전통민속보존회 회장은 “보은장안농요는 단순한 전통 복원이 아닌,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축제가 더 많은 이들에게 지역문화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모두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참여하는 주민과 관람객 모두가 함께 호흡하며, 전통을 살아 있는 현재로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만반의 준비를 예고했다.올해로 7회를 맞는 보은장안농요축제는 축제를 넘어 하나의 문화유산 복원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이 행사를 기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것 또한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 그 이상을 증명한다. 과거 농촌의 모습이 남긴 인간적 풍경과 공동체의 서사를 이 축제는 고스란히 품고 있다.보은장안농요축제는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닌, 과거와 현재가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민속문화의 현장이다. 농요가 울려 퍼지는 논길 위에서, 관람객들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함께 일하고, 함께 노래하던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지역 축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전통의 가치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함께 던지는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