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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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떠났는데…" 재개발 현장에 남은 길고양이들

 서울 최대 재개발 단지인 용산구 한남3구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강제 이주'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400여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38만여㎡ 규모의 이 부지는 2026년 착공을 앞두고 있지만, 95% 이상의 주민들이 떠난 자리에 수백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고립된 채 남겨져 있다.

 

케어테이커 구미애(62)씨와 이진희(42)씨를 비롯한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매일같이 이곳을 찾아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단순한 먹이 공급이 아닌 생존을 위한 '구조 작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철거 전까지 최대한 많은 고양이를 공사장 밖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급식소 위치를 점진적으로 이동시키는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770여 곳, 전국적으로는 5,000여 곳이 넘는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존재한다. 문제는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이 살던 곳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공사 소음이 발생하면 더 깊숙이 숨어들어 피해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행히 한남3구역의 경우, 서울시와 용산구청, 재개발조합이 케어테이커들과 협력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철거 시 물뿌리기를 통한 탈출 유도, 생태통로 확보, 공공급식소 20개소 지원 등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됐다. 특히 115마리에 달하는 중성화 수술 지원은 개체 수 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재개발 현장에서는 법적 근거 부족으로 인해 체계적인 보호 활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비구역 내 동물 보호를 위한 조례를 가진 곳은 서울시, 부산시, 경기도 정도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정아 활동가는 "재개발사업 초기부터 고양이들의 자연스러운 이주를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급식소 설치, 중성화 수술, 생태통로 확보 등을 위한 예산 지원과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개발 지역의 동물 보호는 더 이상 일부 봉사자들의 선의에만 맡길 수 없는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운대 모래축제 15일 팡파르, 샌드보드 타고 초여름 속으로

부산의 대표적인 초여름 행사로, 올해는 '모래로 떠나는 부산 시간여행'이라는 주제 아래 더욱 깊이 있는 서사를 선보인다. 2026~2027 문화관광 예비축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부산의 역사적 기원부터 역동적인 현재의 모습까지를 정교한 모래 예술로 형상화하여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이번 축제에는 한국을 포함해 캐나다, 중국, 프랑스, 대만 등 5개국에서 초빙된 11명의 정상급 조각가들이 참여해 기량을 뽐낸다. 작가들은 조선 시대의 외교 사절단이었던 조선통신사부터 한국전쟁 당시 피란 수도였던 부산의 아픈 역사, 그리고 근대화의 상징인 부산항에 이르기까지 부산이 걸어온 길을 17점의 작품에 담아냈다. 역사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의 화려함과 열정적인 야구 응원 문화, 서핑과 온천 등 부산 시민들의 일상적인 즐거움까지 모래라는 부드러운 소재를 통해 입체적으로 재현된다.축제의 백미는 단연 백사장 중앙에 설치되는 대형 파노라마 조형물이다. 해운대의 전경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이 메인 작품은 축제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높이 7m에 달하는 모래 전망대가 별도로 설치되어 관람객들이 높은 곳에서 백사장 전체와 조각 작품들을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시야를 제공한다. 작가들이 현장에서 직접 모래를 다듬고 조각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은 해운대 모래축제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으로 꼽힌다.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었다. 모래 조각의 기초를 배워 직접 작품을 만들어보는 '도전! 나도 모래조각가'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며, 가파른 모래 언덕을 타고 내려오는 '날아라 샌드보드'는 어린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백사장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프로그램과 어린이 전용 모래 놀이터 등이 운영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모래와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해가 저문 뒤의 해운대는 낮과는 전혀 다른 환상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모래 조각 작품 위에 화려한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파사드 기법이 도입되어 조각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백사장 곳곳을 수놓는 경관 조명과 특수 연출이 더해져 야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빛과 모래가 어우러진 이 이색적인 풍경은 부산의 밤바다를 더욱 낭만적으로 장식하며 축제의 열기를 밤늦게까지 이어가게 할 전망이다.해운대구는 이번 축제를 통해 모래라는 친숙한 소재가 어떻게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는 예술적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자 한다. 축제 본행사는 18일에 마무리되지만, 정성스럽게 제작된 모래 조각 작품들은 6월 14일까지 백사장에 그대로 전시되어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초여름의 길목에서 해운대를 방문하는 이들은 백사장 위에 새겨진 부산의 시간을 따라 걸으며,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