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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탈출한 선장, 버려진 승객들… 이탈리아판 '세월호의 악몽'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밤, 이탈리아 서해안에서 발생한 초대형 유람선 사고는 타이타닉호 침몰 100주년이라는 섬뜩한 우연과 함께, 한 선장의 오만과 무책임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길이 290m, 무게 11만 4500t의 거대한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이탈리아 북서부 사보나에서 출발해 유럽 주요 항구들을 거쳐 프랑스 마르세유로 향하던 중이었다. 4229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한 이 떠다니는 호텔은 티레니아해 토스카나 제도의 작은 섬, 질리오섬 근처에서 운명의 순간을 맞이했다.

 

사고 당시 대부분의 승객들은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찾아온 정전으로 유람선은 순식간에 공포의 현장으로 변했다. 식탁 위 유리잔들이 와장창 쏟아지고,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덮은 선내는 아비규환이 됐다. 공포에 질린 승객들은 100년 전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참사의 중심에는 프란체스코 셰티노(53) 선장이 있었다. 그의 오만방자한 '쇼맨십'이 4000여 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질리오섬 출신인 셰티노는 섬에 사는 지인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관례처럼 섬 근처를 지날 때마다 기적을 울리곤 했다. 하지만 이날은 더 나아가 섬 해안선에서 불과 150m 거리까지 접근했고, 결국 암초와 충돌하는 참사를 일으켰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사고 전 선장이 바에서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점이다. 음주 운항에, 무모한 쇼맨십까지 더해져 빚어낸 인재(人災)였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셰티노는 '선장은 마지막까지 배와 운명을 함께한다'는 해상의 불문율마저 저버렸다. 그는 승객들이 아비규환 속에서 탈출하는 동안, 구명보트를 타고 가장 먼저 도망쳤다. 해안경비대의 수차례 귀환 명령도 무시한 채 택시를 타고 도주하려다 체포됐다.

 

이 사고로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셰티노는 2015년 2월 그로세토 지방법원에서 징역 16년 1개월을 선고받았다. 2급 살해, 선박 좌초, 승객 유기, 허위 통신 등 혐의가 모두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추가로 영구 공직 금지와 5년간의 항해 자격 정지도 명령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고가 타이타닉호 침몰과 여러 공통점을 지녔다는 점이다. 두 사고 모두 '13일의 금요일'에 발생했으며, 선장의 판단 실수가 결정적 원인이었다. 다만 타이타닉호 사고로 2223명 중 1517명이 사망한 데 비해, 콩코르디아호는 현대적 구조 시스템 덕분에 상대적으로 적은 인명 피해로 마무리됐다.

 

세종대왕이 가장 아꼈던 아들, 광평대군의 비밀 600년 만에 공개

광평대군 탄신일을 기념해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밀알미술관에서 문화유산 특별전 '필경재가 간직한 600년,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을 개최한다고 밝혔다.광평대군은 세종대왕의 아들 중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1425년 태어나 1436년 신씨와 혼인했으나, 불과 1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세종실록에는 광평대군의 죽음에 세종대왕이 깊이 슬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광평대군은 죽기 전 1444년 아들 영순군을 얻었지만, 그해 세상을 떠나면서 부인 신씨는 이후 비구니가 되어 불교에 귀의한 것으로 전해진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의미는 강남구 수서동 궁마을에 위치한 고택 '필경재'에서 600여 년간 간직해온 문중의 유물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는 점이다. 조선 성종 때 건립된 필경재는 강남구에 위치한 유일한 종가 고택으로, 광평대군의 후손들이 대대로 가문의 유산을 보존하며 살아온 역사적 공간이다.전시는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의 삶과 정신을 총 6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기억의 공간, 필경재', '광평대군과 신씨', '17세기 이후원과 후손', '17~18세기 초 이유와 후손', '18세기 이최중과 후손', '19세기 초~20세기 초 후손, 가문의 행적' 등 시대별 인물과 그 활동을 중심으로 조선왕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번에 공개되는 전시유물은 고문서, 교지, 초상화, 병풍, 도자기, 고가구 등 100여 점에 이른다. 모두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진귀한 문화유산으로, 조선왕실 연구에도 높은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주목할 만한 유물로는 광평대군의 부인 신씨가 발원한 '묘법연화경'이 있다. 이는 남편을 일찍 잃고 비구니가 된 신씨의 슬픔과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또한 지역 빈민 구휼기구에 대한 기록을 담은 '사창의', 사대부의 재산 상속 문제를 기록한 '화회문기', 과거 시험 급제자의 답안지 등도 함께 전시된다. 이들 유물은 조선시대 왕실 및 양반 가문의 생활과 문화, 사회제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필경재를 세운 정안부정공 이천수의 후손인 이병무 대표는 "선조들의 흔적을 한 점도 놓치지 않겠다는 사명감으로 사료를 수집하고 보존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한 가문이 6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조상의 유산을 지켜온 노력과 정성을 보여주는 증언이다.조성명 강남구청장은 "한 가문이 지켜온 기록유산은 국가의 역사이자 지역의 자산"이라며 "뜻깊은 유산을 공개해준 필경재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조선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강남구의 숨겨진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특별전은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600년 전 세종대왕의 아들과 그 후손들이 이어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시간 여행이자, 우리 역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복원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