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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또 동결'..환율·부동산 때문에 속도 조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17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경기 부진이라는 경제 전반의 침체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들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은은 올해 1분기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부진했고, 글로벌 교역 환경 악화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과 함께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이에 따른 가계부채 확대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보다는 ‘관망’의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융·외환시장에서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고,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주택거래 증가의 영향으로 증가규모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특히 “높은 환율 변동성은 금융안정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최근 극심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의 관세 강화 조치 발표 직후 환율은 하루 새 33.7원 급등했고, 이후 9일에는 1484.1원으로 치솟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호 관세 유예 소식이 전해지며 1420원대까지 떨어졌고, 현재는 1416.0원으로 거래를 시작하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는 여전하다. 이 총재는 평소 환율의 절대 수준보다 변동성 자체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밝혀온 만큼, 이번 결정 역시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또 다른 금리 동결의 배경은 가계부채다.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주택 거래가 급증했고,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승인도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월에 9000억원 줄었던 가계부채는 2월 들어 4조2000억원이나 늘었고, 3월에도 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는 3조4000억원가량 증가해 가계부채 전반의 구조적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14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조1000억 원 이상 늘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은은 일단 금리를 유지한 채 다음 행보를 유보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이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 여부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 연준은 5월 초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포워드가이던스(정책 방향 예고)를 통해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명확히 해야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추경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도 한국은행의 결정을 미루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4월 경제상황 평가’ 자료에서 “경제 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여건도 악화되면서 성장세가 기존 전망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만큼, 한은은 향후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회복과 민간 소비, 투자를 자극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달 초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까지 두 차례 하향했고, 리서치 전문기관 캐피탈 이코노믹스도 0.9%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한은 역시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한 1.5%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무역협상 전개 양상과 추경의 시기·규모 등으로 인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창용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환율의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다음달 열릴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며, 6월 금통위가 열리지 않는 일정상 5월이 금리 정책 조정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종대왕이 가장 아꼈던 아들, 광평대군의 비밀 600년 만에 공개

광평대군 탄신일을 기념해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밀알미술관에서 문화유산 특별전 '필경재가 간직한 600년,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을 개최한다고 밝혔다.광평대군은 세종대왕의 아들 중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1425년 태어나 1436년 신씨와 혼인했으나, 불과 1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세종실록에는 광평대군의 죽음에 세종대왕이 깊이 슬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광평대군은 죽기 전 1444년 아들 영순군을 얻었지만, 그해 세상을 떠나면서 부인 신씨는 이후 비구니가 되어 불교에 귀의한 것으로 전해진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의미는 강남구 수서동 궁마을에 위치한 고택 '필경재'에서 600여 년간 간직해온 문중의 유물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는 점이다. 조선 성종 때 건립된 필경재는 강남구에 위치한 유일한 종가 고택으로, 광평대군의 후손들이 대대로 가문의 유산을 보존하며 살아온 역사적 공간이다.전시는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의 삶과 정신을 총 6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기억의 공간, 필경재', '광평대군과 신씨', '17세기 이후원과 후손', '17~18세기 초 이유와 후손', '18세기 이최중과 후손', '19세기 초~20세기 초 후손, 가문의 행적' 등 시대별 인물과 그 활동을 중심으로 조선왕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번에 공개되는 전시유물은 고문서, 교지, 초상화, 병풍, 도자기, 고가구 등 100여 점에 이른다. 모두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진귀한 문화유산으로, 조선왕실 연구에도 높은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주목할 만한 유물로는 광평대군의 부인 신씨가 발원한 '묘법연화경'이 있다. 이는 남편을 일찍 잃고 비구니가 된 신씨의 슬픔과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또한 지역 빈민 구휼기구에 대한 기록을 담은 '사창의', 사대부의 재산 상속 문제를 기록한 '화회문기', 과거 시험 급제자의 답안지 등도 함께 전시된다. 이들 유물은 조선시대 왕실 및 양반 가문의 생활과 문화, 사회제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필경재를 세운 정안부정공 이천수의 후손인 이병무 대표는 "선조들의 흔적을 한 점도 놓치지 않겠다는 사명감으로 사료를 수집하고 보존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한 가문이 6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조상의 유산을 지켜온 노력과 정성을 보여주는 증언이다.조성명 강남구청장은 "한 가문이 지켜온 기록유산은 국가의 역사이자 지역의 자산"이라며 "뜻깊은 유산을 공개해준 필경재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조선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강남구의 숨겨진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특별전은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600년 전 세종대왕의 아들과 그 후손들이 이어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시간 여행이자, 우리 역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복원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