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생활문화

1200대 1 뚫은 '렛미인' 새 얼굴들 누가 캐스팅됐을까?

 연극 '렛미인'이 9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한국 관객들을 찾아온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는 '렛미인'이 오는 7월 3일부터 8월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고 30일 밝혔다.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외로운 소년 오스카와 그의 옆집으로 이사 온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의 잔혹하지만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2013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제작해 초연한 이후 뉴욕과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연되며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6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레플리카(원작 프로덕션의 디자인과 연출을 그대로 따르는 형태) 프로덕션으로 처음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당시 배우 박소담이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2020년 재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아쉽게 무산된 바 있다.

 

9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리는 이번 공연에는 새로운 얼굴과 함께 반가운 얼굴도 합류한다. 영원히 늙지 않는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에는 권슬아와 백승연이 캐스팅되었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일라이를 만나 위안을 얻는 소년 오스카 역은 안승균과 천우진이 맡는다. 일라이를 돕는 미스터리한 인물 하칸 역에는 조정근과 지현준이 출연한다.

 


이번 캐스팅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졌다. 신시컴퍼니에 따르면 이번 공연의 배우 공개 오디션에는 약 1200명의 지원자가 몰려 12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제작사 측은 "각 배역에 요구되는 외모와 이미지, 신체 조건은 물론, 인물의 내적 분위기와 감정 연기까지 작품에 가장 잘 녹아들 배우를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특히 인간을 초월하는 뱀파이어의 힘을 무대 위에서 표현해야 하는 만큼, 민첩함과 유연성 등 신체 움직임 스킬 또한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고 덧붙였다.

 

오디션 과정에는 원작 연출가인 존 티파니가 직접 참여해 한국 배우들의 재능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존 티파니는 "한국의 젊고 재능 있는 배우들을 만날 수 있어 보람 있고 흥미진진했다"며 "지원자들 모두 매우 뛰어난 기술과 세부 연기를 보여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내협력연출을 맡은 이지영 역시 "실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오디션에 대거 참여해 행복한 고민을 했다"며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오스카 역에 캐스팅된 안승균은 2016년 초연 당시에도 오스카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다. 그는 "연극 데뷔작이었던 작품에 다시 오디션을 본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며 이번 참여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어 "이전보다 오스카가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더욱 잘 탐구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는 것을 이번 무대에서 보여줄 것"이라며 한층 성숙해진 연기를 예고했다.

 

9년 만에 돌아오는 연극 ‘렛미인’이 새로운 캐스트와 함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어떤 강렬하고 매혹적인 무대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