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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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가 남긴 '금지된 방명록', 270년 만에 최초 공개

 일제강점기에 강제 반출됐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과 조선왕조의궤가 11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안식을 찾게 됐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에 위치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이 5월 1일 전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 박물관은 2023년 11월 처음 문을 열었으나, 전시·교육·영상 콘텐츠 보강과 관객 편의공간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간 재정비 작업을 거쳤다.

 

전관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 '오대산사고 가는 길'이 7월 13일까지 개최된다. 이 전시에서는 월정사 승려들이 산속에서 운영했던 실록 보관처인 오대산사고의 역사를 담은 유물 4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동여도'와 '관동명승첩' 같은 조선시대 지도와 화첩을 통해 오대산사고를 방문했던 옛 사람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 조정은 국가 도서를 보관하는 외사고를 산속 깊은 곳에 두는 정책을 시행했다. 습기에 약한 서적 관리를 위해 사관들이 정기적으로 실록을 꺼내 말리는 '포쇄' 작업은 산속 사고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영조 때 재상 채제공과 조선 말기 대학자 김정희 등이 젊은 시절 포쇄 업무를 맡아 오대산사고를 방문한 기록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추사 김정희가 강릉 오죽헌에서 남긴 방명록 '심헌록'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 방명록은 1662년부터 1932년까지 270년간 오죽헌을 방문한 1,149명의 이름을 담고 있어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크다.

 

새롭게 조성된 디지털 영상실에서는 조선왕조 역사가 실록에 기록되고 사고에 보관되는 과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15분짜리 영상 두 편이 상영된다. 거대한 화면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독특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어린이박물관도 새롭게 마련되어 '숲속 임금님의 보물창고, 오대산사고'라는 주제로 실록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를 활용해 어린이들이 실록과 의궤의 제작 및 보관 방법을 디지털 게임 형태로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상설전시실은 3부로 구성되어 실록 실물을 통해 오대산사고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1부 '깊은 산속에 품은 조선왕조의 역사, 오대산사고', 2부 '조선왕조실록, 역사를 지키다', 3부 '조선왕조의궤, 왕조의 모범을 보이다'를 통해 실록과 의궤의 편찬부터 일제에 의한 반출, 그리고 110년 만의 귀환까지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교정쇄본인 오대산사고본에만 남아있는 붉은 먹의 교정부호와 왕실 전용 어람용 의궤의 단아한 색채는 조선왕조의 치밀한 기록정신과 미의식을 보여준다.

 

환수된 실록 75책과 의궤 82책 중 현재 박물관에는 실록 8책과 의궤 19책만 전시되고 있다. 원래는 모든 소장품을 새 박물관으로 이관할 계획이었으나, 수장고와 보존과학실 용도의 건물 증축 예산 확보에 차질이 생겨 전면 이관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박물관은 5월 1일 정식 개관일을 맞아 방문객 100명에게 기념품을 선착순으로 증정하며, 5월 1일부터 5일까지의 연휴 기간에는 '야외 도서관' 운영과 함께 웹툰 '조선왕조실톡'의 무적핑크 작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박시백 작가와의 토크쇼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백수해안도로부터 굴비까지…영광 힐링 로드

이 어우러진 풍경은 바쁜 일상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영광은 이제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바다와 산, 그리고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여름의 문턱에서 영광이 제안하는 힐링의 시간은 느린 걸음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영광 여행의 서막을 여는 백수해안도로는 총 16.8km에 달하는 드라이브 코스로, 서해안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기암괴석과 광활한 칠산바다의 물결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다. 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차에서 내려 해안 노을길을 직접 걸을 때 나타난다. 3.5km의 목재 데크 산책로를 따라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걷다 보면, 노을전시관과 어우러진 붉은 하늘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수려한 경관은 이미 대한민국 자연경관대상 최우수상을 통해 그 가치를 입증받은 바 있다.바다의 시야는 111m 높이의 칠산타워에 올랐을 때 더욱 넓어진다. 전남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이곳 전망대에서는 칠산 앞바다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활기찬 어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타워 아래 포구에서는 삶의 현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전망대 위에서는 영광의 관광 지도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바다와 사람이 만나고, 어업과 관광이 공존하는 현장은 영광이 가진 생태 자원의 풍요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산으로 발길을 옮기면 불갑산의 고즈넉한 정취가 기다린다. 백제 불교의 시작점인 불갑사를 품은 이 산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여행객을 유혹한다. 특히 7~8월이면 노랑과 분홍빛 상사화가 산자락을 수놓기 시작해 9월의 붉은 꽃무릇으로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산사와 숲길, 그리고 저수지의 수변 풍경이 어우러진 이곳은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기에 더없이 좋다. 영광의 강점은 이처럼 바다와 산, 종교 문화가 인접해 있어 하루 안에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여행의 완성은 법성포의 깊은 맛과 가마미해수욕장의 시원함에서 찾을 수 있다. 바닷바람이 빚어낸 영광굴비 정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맛보는 과정이다. 식사 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마미해수욕장의 울창한 소나무 숲 아래서 즐기는 휴식은 여름 피서의 정점을 찍는다. 반달 모양의 백사장과 잔잔한 파도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아늑한 쉼터를 제공하며 호남 3대 피서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영광군은 이제 백수해안도로 일대를 정식 관광지로 지정하고 숙박과 먹거리, 체험 시설을 확충하며 '머무는 관광'으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단순히 낙조를 구경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영광의 밤을 경험하고 지역의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는 공간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대신 오래 머물며 여운을 남기는 여행을 지향하는 영광의 변신은 체류형 관광 도시로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서해안의 보석 같은 이 도시는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깊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