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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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 vs 페르자니, 서울서 운명의 리매치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역사상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던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오는 5월 2일부터 열리는 ‘2025 서울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펜싱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복귀 무대에 오른다. 현재 국가대표 자격은 없지만, 오상욱은 “국가대표가 아니더라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그간의 심경과 각오를 털어놓았다.

 

오상욱은 지난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장기간 이어졌던 강도 높은 훈련과 대회 출전으로 인한 체력 소진, 그리고 어깨 부상 회복 등을 이유로 올해 초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국가대표에서 잠시 물러났다. 그는 약 6개월 간 재활과 휴식을 병행하며 펜싱 외 활동에도 도전했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광고 촬영 등 다양한 외부 활동을 통해 운동 외적인 삶을 경험한 그는,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본인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오상욱은 “운동을 하지 않는 동안 '왜 운동을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결국 운동이 가장 나에게 맞는 일이라는 확신을 얻었다”며 “쉬면서 오히려 강한 동기부여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펜싱 외 활동은 내 성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오히려 먹고 자고 운동하는 삶이 편하고 감사하다고 느꼈다”며 웃었다. 그런 결심 끝에 그는 자비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점검했고, 이번 서울 국제그랑프리 대회에서도 비국가대표 신분으로 출전하게 됐다.

 

 

 

이번 대회는 오상욱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결승에서 맞붙었던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와 다시 한 번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있어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시 결승에서 오상욱은 침착한 경기 운영과 정확한 찌르기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그는 “페르자니는 가장 경계하는 상대다.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선수이고, 언제든 질 수 있는 위협적인 상대”라며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페르자니도 “오상욱은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매우 역동적인 경기를 펼치는 선수”라며 맞대결을 기대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팬들 앞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 오상욱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특별한 부담 없이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겠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뛰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서울 국제그랑프리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크게 부여되는 국제대회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높은 위상을 가진다. 한국은 2015년부터 이 대회를 개최해 왔으며, 사브르 부문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번 대회에는 오상욱뿐만 아니라 구본길, 박상원, 전하영, 최세빈 등 한국의 주요 선수들도 출전해 안방에서 자존심을 걸고 경기에 나선다. 특히 이번 대회는 오상욱에게 단순한 출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금메달 이후 다시금 펜싱 선수로서 중심을 잡고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자, 본인의 진짜 동기와 열정을 확인한 뒤 첫 실전 복귀 무대이기 때문이다. 팬들 또한 그의 복귀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부상을 딛고 돌아온 금메달리스트가 다시 한 번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오상욱은 국가대표가 아니지만,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보유한 선수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는 단순한 성적을 넘어서 펜싱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과 열정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팬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금 국민 선수로서의 존재감을 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더욱 확고한 답을 찾고자 하며, 펜싱 인생 2막을 여는 출발점으로 이번 대회를 삼고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