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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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던 산나물은 잊어라! 맛·색상 바꾼 '슈퍼 산채' 시대 열린다

 우리나라 토종 산림식물들이 품종 개량을 통해 미래 식품 산업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 품종관리센터가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산림 신품종 725개 중 320개, 약 44%가 식용 가능한 먹거리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미래 식품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주역은 바로 신품종 개발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 산채류인 곰취, 두릅, 음나무 등은 원래 특유의 강한 쓴맛과 향이 소비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했으나, 품종 개량을 통해 쓴맛을 대폭 줄이고 향을 순하게 만들어 대중적인 식재료로 거듭나게 했다.

 

색상 다양화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전통적으로 빨간색이 주를 이루던 산딸기와 오미자는 이제 오렌지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개발되어 소비자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렇게 개발된 색다른 품종들은 맛과 향의 변화뿐만 아니라 시각적 매력까지 갖추어 음료와 디저트 산업에서 인기 있는 소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림청 품종관리센터는 올해에도 산과수, 버섯, 산채 등 식용 및 약용 가치가 있는 57개 품종에 대한 재배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신품종 개발이 단순한 연구를 넘어 실용화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신품종을 개발한 육종가의 권리를 지식재산권 형태로 보호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은 신품종 개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산림 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토의 약 64%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이러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신품종 개발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개발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신품종 등록 건수는 73건으로, 전년도 평균 30~40건의 2배를 넘어서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윤석범 산림청 품종관리센터장은 "우리 숲에서 자란 토종 식물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이 머지않았다"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또한 "산림 신품종 지식재산권 보호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혀, 개발된 신품종의 권리 보호와 산업화 지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우리나라 토종 산림식물의 품종 개량은 식품 산업의 다양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이끌며, 미래 식량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활짝 열고 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