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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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선택한 '독보적 시선' 홍상수 감독 '심사위원' 위촉

 한국 독립영화의 거장이자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해온 홍상수 감독(64)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다. 오는 5월 열리는 제78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며, 그의 독보적인 영화적 시선이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빛을 발하게 됐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경쟁 부문 심사를 맡을 9인의 심사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명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홍상수 감독은 미국 배우 할리 베리, 인도 감독 파얄 카파디아, 이탈리아 배우 알바 로르와처, 프랑스-모로코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콩고 감독 디웨도 아마디, 멕시코 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미국 배우 제레미 스트롱 등 세계 각국의 저명한 영화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한국 영화인으로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앞서 신상옥 감독(1994년), 이창동 감독(2009년), 배우 전도연(2014년), 박찬욱 감독(2017년), 배우 송강호(2022년)가 칸의 선택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홍상수 감독의 이번 위촉은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과 깊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칸영화제 측은 홍상수 감독을 소개하며 "국제적으로 다수의 상을 받은 다작 감독"이자 "자신의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배경으로 칸을 선택했을 만큼 칸과 익숙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해 "자신의 영화적 스타일인 간결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고 높이 평가하며 심사위원 위촉의 배경을 짐작게 했다.

 


홍상수 감독은 그동안 칸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경쟁 부문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다른 나라에서'(2012), '그 후'(2017) 등 4편을, 특정 시선 부문에 '하하하'(2010), '북촌 방향'(2011), '우리 선희'(2013), '자유의 언덕'(2014) 등 4편을 초청받으며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칸영화제는 그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과 인간 본연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능력에 꾸준히 주목해왔다.

 

제78회 칸영화제는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개최되며, 마지막 날 폐막식에서 영광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발표된다. 홍상수 감독은 쥘리에트 비노슈 심사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심사위원단과 함께 전 세계에서 출품된 경쟁작들을 심사하며 올해 칸의 선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편, 올해 칸영화제에는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이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학생 영화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됐다. 아쉽게도 공식 부문(경쟁, 비경쟁, 주목할 만한 시선 등)에 초청된 한국 장편 영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홍상수 감독이 심사위원으로서 칸의 경쟁작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할지, 그의 참여가 올해 칸영화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종대왕이 가장 아꼈던 아들, 광평대군의 비밀 600년 만에 공개

광평대군 탄신일을 기념해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밀알미술관에서 문화유산 특별전 '필경재가 간직한 600년,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을 개최한다고 밝혔다.광평대군은 세종대왕의 아들 중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1425년 태어나 1436년 신씨와 혼인했으나, 불과 1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세종실록에는 광평대군의 죽음에 세종대왕이 깊이 슬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광평대군은 죽기 전 1444년 아들 영순군을 얻었지만, 그해 세상을 떠나면서 부인 신씨는 이후 비구니가 되어 불교에 귀의한 것으로 전해진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의미는 강남구 수서동 궁마을에 위치한 고택 '필경재'에서 600여 년간 간직해온 문중의 유물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는 점이다. 조선 성종 때 건립된 필경재는 강남구에 위치한 유일한 종가 고택으로, 광평대군의 후손들이 대대로 가문의 유산을 보존하며 살아온 역사적 공간이다.전시는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의 삶과 정신을 총 6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기억의 공간, 필경재', '광평대군과 신씨', '17세기 이후원과 후손', '17~18세기 초 이유와 후손', '18세기 이최중과 후손', '19세기 초~20세기 초 후손, 가문의 행적' 등 시대별 인물과 그 활동을 중심으로 조선왕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번에 공개되는 전시유물은 고문서, 교지, 초상화, 병풍, 도자기, 고가구 등 100여 점에 이른다. 모두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진귀한 문화유산으로, 조선왕실 연구에도 높은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주목할 만한 유물로는 광평대군의 부인 신씨가 발원한 '묘법연화경'이 있다. 이는 남편을 일찍 잃고 비구니가 된 신씨의 슬픔과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또한 지역 빈민 구휼기구에 대한 기록을 담은 '사창의', 사대부의 재산 상속 문제를 기록한 '화회문기', 과거 시험 급제자의 답안지 등도 함께 전시된다. 이들 유물은 조선시대 왕실 및 양반 가문의 생활과 문화, 사회제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필경재를 세운 정안부정공 이천수의 후손인 이병무 대표는 "선조들의 흔적을 한 점도 놓치지 않겠다는 사명감으로 사료를 수집하고 보존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한 가문이 6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조상의 유산을 지켜온 노력과 정성을 보여주는 증언이다.조성명 강남구청장은 "한 가문이 지켜온 기록유산은 국가의 역사이자 지역의 자산"이라며 "뜻깊은 유산을 공개해준 필경재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조선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강남구의 숨겨진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특별전은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600년 전 세종대왕의 아들과 그 후손들이 이어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시간 여행이자, 우리 역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복원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