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이영애 복귀작 '헤다 가블러', "여성 억압·해방" 다뤄
이영애 배우가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그녀의 복귀작은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인 헤다 가블러로, 7일 LG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시작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연극은 다음달 8일까지 한 달 간 공연될 예정이다. 헤다 가블러는 1890년대 노르웨이에서 발표된 작품으로, 사회적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내면을 탐구한 희극이다. 이 작품은 영국의 연극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리처드 이어가 현대적 시각으로 각색한 버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연극의 중심에는 주인공 헤다 가블러가 있다. 그녀는 신혼여행을 마친 후 돌아와 곧바로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낀다. 여기에 과거의 연인인 천재 작가 에일레트가 재기한 모습을 보이며, 헤다는 혼란스러워 한다. 헤다의 파괴적인 성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작품은 헤다의 복잡한 감정선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 얽히는 과정을 중심으로 한다. 헤다는 아름답고 당당한 여성으로, 자신이 통제할 대상을 계속해서 찾는다. 그러나 그녀가 조종하는 모든 인물들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영애는 헤다 가블러 역을 맡아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그녀는 미모와 우아함을 가진 헤다를 표현하면서도, 내면의 불안과 갈망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영애는 대장금에서의 고전적인 이미지에서부터 친절한 금자씨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강한 캐릭터까지 다양한 모습을 연극 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영애의 우아한 말투는 처음에는 연극 무대에서 낯설게 느껴졌지만, 점차 작품에 녹아들며 헤다의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헤다 가블러에서는 이영애 외에도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백지원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한다. 김정호는 헤다의 남편인 조지 테스만 역을 맡아, 지루하고 답답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지현준은 판사 브라크 역을 맡아 헤다를 통제하려는 인물로 등장하며, 이승주는 헤다의 과거 연인 에일레트 역을 맡아 복잡한 감정선과 갈등을 표현한다. 백지원은 헤다의 친구 테아 역을 맡아 고요하지만 단단한 인물로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연극은 약 2시간 30분 동안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관객에게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세련된 무대 디자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대는 회색빛의 거대하고 단조로운 기하학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삼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헤다가 갇힌 집이자 그녀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무대에는 출입구가 없기 때문에 배우들은 퇴장 없이 계속 무대 위에 존재하며, 심지어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는 등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극대화시킨다.
헤다 가블러는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32년 만에 무대에 선 이영애의 연기력과 섬세한 캐릭터 해석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이 연극은 입센의 고전적 작품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여성의 자유와 억압, 그리고 갈등을 묘사하는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