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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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달라진 덕질 문화로 인기..‘퀴어’가 대세

 서울 대학로는 여전히 ‘청춘의 거리’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편의 연극과 뮤지컬이 관객을 기다린다. 대극장에서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뮤지컬과는 다른, 소극장 특유의 정서와 밀도 높은 이야기들이 이 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동성 간 로맨스를 다룬 뮤지컬과 배우 팬덤 문화가 대학로를 중심으로 더욱 강하게 자리 잡으며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요즘 대학로 뮤지컬계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은 이른바 ‘남남 페어’극과 ‘여여극’의 인기다. 대표적으로 뮤지컬 '모리스'와 '하트셉수트'가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 '모리스'는 20세기 초 보수적인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두 대학생의 동성 첫사랑을 다루고 있으며, '하트셉수트'는 고대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와 여사제 아문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단순히 퀴어 코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섬세한 감정선과 깊은 서사를 통해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며, 공연장을 가득 메운 여성 관객층이 이러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관람객의 상당수는 이른바 ‘회전문 관객’이다. 수십 차례 이상 동일한 공연을 반복 관람하는 팬들로, 공연의 흐름은 물론 배우들의 연기 변화와 섬세한 표현까지 꿰뚫고 있다. 기자가 찾은 '모리스' 공연의 경우, 객석에 있는 남성 관객은 10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여성 팬층의 집중도가 높았다. 특히 공연 중 등장하는 동성 간의 키스신은 극의 하이라이트로, 관객들이 숨을 멈추고 집중하는 순간으로 자리잡았다. 커튼콜에서는 배우들이 팬서비스 차원에서 해당 장면을 재연하며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이러한 흐름은 남성 페어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 배우만이 출연하는 ‘여여극’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시스맨스’(여성 간의 진한 우정) 트렌드가 그대로 이어져, '하트셉수트' 같은 작품에 반영된 것이다. 연극평론가 최승연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뮤지컬 '쓰릴 미'가 본격적으로 남남극 열풍을 일으켰고, 그 팬덤 문화가 이제는 여여극으로까지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여극의 대중적 폭발력은 남남극에 비해서는 다소 약한 편”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공연 관람 문화 또한 독특하다. 대극장 뮤지컬에서는 뮤지컬 넘버 하나가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지만, 대학로는 다르다. 대부분의 관객이 공연 내내 침묵을 유지하며 스토리에 집중한다. 이른바 ‘시체 관극’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예컨대 '모리스'는 커튼콜 직전까지 객석에서 박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러 나올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거대한 박수와 환호가 터진다. *하트셉수트*의 경우도 ‘겨눈다’ 같은 대표 넘버가 끝나야만 박수가 나온다.

 

 

 

이러한 관람 문화는 ‘사적인 감상’의 일환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최 평론가는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환호하고, 중간중간 웃음과 탄성이 터진다”며 “하지만 한국의 대학로는 배우와 관객 사이에 거리감이 있는 대신, 감정 몰입에 대한 집중도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관람 태도는 한국만의 고유한 팬덤 문화로 발전하고 있으며, 오히려 세계적인 문화적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대학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뮤지컬 배우들의 ‘팬 카페’ 문화다. 거리 곳곳에서 배우의 생일이나 데뷔 기념일을 축하하는 카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카페 안은 배우의 사진과 포스터, 맞춤 제작된 디저트와 굿즈들로 꾸며져 있으며, 이곳은 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성지처럼 기능한다. 실제로 카페 운영자들은 “예약은 한 달 내내 꽉 차 있고, 1년 전부터 예약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주말에는 이른바 ‘종일반’ 관객들도 많다. 하루에 낮과 밤 공연을 모두 관람하는 이들로, 시간표를 맞춰서 여러 작품을 연속으로 본다. 이들은 배우의 연기를 세세하게 관찰하고, 자신이 응원하는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더욱 집중한다. 뮤지컬 배우 백형훈의 생일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20대 팬 하승진 씨는 “배우가 카페에 와서 직접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렸을 때 정말 보람 있었다”고 말하며, 배우와 팬 사이에 형성된 새로운 형태의 유대감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대학로는 여전히 젊음과 열정, 개성과 실험정신이 살아있는 예술의 현장이다.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낯설고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퀴어 뮤지컬, 팬덤 중심의 소비 문화, 그리고 철저한 ‘몰입 관극’ 방식은 분명히 대학로만의 독특한 문화 자산이다. 무대 위에서는 새로운 감정이 실험되고, 무대 밖에서는 팬들의 진심 어린 지지가 예술가들을 움직인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대학로가 여전히 ‘청춘의 거리’로 불리는 이유다.

 

제주 찍고 서울로 '분홍빛 질주'… 2026 벚꽃 로드 떴다

다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빨라진 '봄의 시계'에 맞춰 상춘객들의 여행 계획도 분주해지는 모양새다.지난 24일 산림청이 발표한 ‘봄철 꽃나무 개화 예측지도’에 따르면, 올해 봄꽃들의 만개 시기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산림청 데이터 분석 결과, 전국 평균 만개 시기(개화 50% 기준)는 ▲생강나무 3월 26일 ▲진달래 4월 3일 ▲벚나무류 4월 7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 실제 관측일인 생강나무(3월 30일), 진달래(4월 7일), 벚나무류(4월 8일)보다 각각 1~4일가량 빠른 수치다.강원도 지역의 경우 벚나무류 만개 시점은 속초 설악산자생식물원이 4월 10일, 춘천 강원도립화목원이 4월 13일로 예측되어, 4월 중순이면 강원도 산간까지 분홍빛으로 물들 전망이다.봄이 오고 있음은 깊은 산속에서 먼저 감지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19일 오대산 진고개 일원에서 눈 덮인 낙엽 사이로 피어난 복수초를 관측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2월 23일)보다 4일이나 빠른 것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이처럼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여행객들의 검색 트렌드도 제주, 부산, 경주, 서울 등 벚꽃 명소로 집중되고 있다. 개화 전선은 남쪽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한다.가장 먼저 봄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단연 제주다. 3월 초부터 중순 사이, 제주는 왕벚꽃과 유채꽃이 어우러져 화려한 색감을 뽐낸다. 특히 제주시 전농로 일대는 대표적인 벚꽃 명소로, 성수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3월 초중순에 방문하면 비교적 여유롭게 벚꽃 터널을 산책할 수 있다.3월 중순이 지나면 벚꽃 전선은 부산에 상륙한다. 삼락생태공원 등 낙동강 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벚꽃 길은 부산의 자랑이다. 도심의 활기와 바다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봄 바다와 꽃을 함께 즐기려는 여행객들에게 최적의 장소다.3월 하순에는 천년의 고도 경주가 분홍빛으로 물든다. 보문호 주변의 벚꽃 길은 전통 건축물과 호수, 그리고 벚꽃이 어우러져 고즈넉하면서도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역사 유적지 사이를 거닐며 봄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벚꽃 여행의 피날레는 서울이 장식한다. 3월 하순부터 4월 초, 여의도 윤중로와 한강 공원 일대는 벚꽃이 절정을 이루며 도심 속 봄 풍경을 완성한다. 한강의 야경과 어우러진 밤 벚꽃은 직장인과 연인들에게 낭만적인 휴식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