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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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비화폰 서버 속 ‘증거 흔적’ 추적 중..“통화기록 싹 사라져"

 윤석열 정부 당시 국무위원들이 26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대통령실 내부 CCTV 영상 분석과 이들의 진술이 불일치한다고 판단해 조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계엄 선포와 관련된 핵심 증거로 여겨지는 비화폰 서버 분석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사용자 정보가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이 포착돼 증거인멸 수사에도 착수한 상태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정오부터는 최 전 부총리를 차례로 불러 9\~11시간에 걸쳐 장시간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 대접견실에서 열린 이른바 ‘요식적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로, 경찰은 해당 회의 당시 CCTV와 이들의 진술 간 불일치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이미 내란 혐의 등으로 입건된 상태로, 앞서 검찰과 경찰 조사를 한 차례 이상 받은 바 있다.

 

문제가 된 대접견실은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당시 계엄 선포와 관련된 회의 장소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은 이 공간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수령하거나, 후속 조치 지시가 오간 정황이 있다고 보고 관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불러 각종 문건을 전달하고 지시했다는 공소장이 제출된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이상민 전 장관에게 언론사 봉쇄 및 소방청을 통한 단전·단수 등 조치를, 최 전 부총리에게는 비상입법기구 창설과 관련된 쪽지를, 한 전 총리에게는 비상계엄 선포문을 전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진술은 상반된다. 한 전 총리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마친 뒤 출근해서야 양복 주머니에 있던 문건을 발견했다”고 말했고, 최 전 부총리는 “접힌 쪽지 형태로 누군가 줬지만, 자세히 보지 않고 덮어뒀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 역시 “종이 쪽지를 멀리서 본 기억이 있지만, 단전·단수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해 공소장 내용과 충돌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계엄 선포 전후 9개월간의 비화폰 서버 분석 과정에서 일부 사용자 정보가 원격으로 삭제된 사실도 확인했다. 비화폰은 보안이 강화된 전용 통신기기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사용하며 통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홍 전 차장, 김 전 청장의 비화폰은 외부에서 원격으로 로그아웃 처리됐고, 이로 인해 통화 내역 등이 모두 삭제됐다. 경찰은 이를 ‘초기화’와 유사한 수준의 조치로 판단하고 있으며, 명백한 증거인멸 행위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비화폰 정보가 삭제된 시점은 2023년 12월 6일로, 계엄 선포 사흘 뒤다. 같은 날 홍 전 차장은 국회 정보위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발언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화폰 로그아웃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은 상당한 시사점을 갖는다는 것이 수사 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실무자에게 “비화폰 원격 로그아웃을 대통령 지시로 하라”고 말한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당시 실무자는 이를 실제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관련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경호처로부터 비화폰을 포함한 실물 업무폰 19대를 확보했으며, 비화폰 서버 자료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삭제 정황과 통화 기록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삭제된 데이터가 복원되거나, 다른 인사들 역시 관련 통신을 통해 계엄과 관련된 지시를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질 경우 수사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앞으로 경호처로부터 안전가옥(일명 ‘안가’)의 CCTV 영상까지 확보된다면, 계엄 전후 안가를 드나든 인물들에 대한 추가 수사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계엄 선포의 진위 여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핵심 국무위원들의 허위 진술 여부 및 증거인멸 정황 등을 토대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사라질 뻔한 ‘150년 농요’ 축제, 전국 사진작가 몰리는 이유는?

혔다. 이 축제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라, 전국에서 사진작가 100여 명이 몰려들 만큼 깊은 문화적 의미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전통문화 재현의 장이다.보은장안농요는 19세기 중엽부터 보은 장안면 일대에서 대대로 전승되어 온 전통 농업 노동요다. 논농사가 대부분 인력에 의존하던 시절, 마을 주민들은 함께 모여 힘을 합쳐 농사를 지었다. 이때 노동의 고단함을 덜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불렀던 노래가 바로 농요다. 단순히 흥을 돋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일하고 노래하는 가운데 지역 공동체의 유대와 정서가 녹아든 생활문화의 중심이었다.이번 축제는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가 주관하며, 당시 농경문화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들나가기-모찌기-모심기-점심참-초듬아시매기-이듬논뜯기-신명풀이’로 이어지는 논일의 전 과정을 무대 위가 아닌 실제 논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단순한 공연이 아닌 생생한 역사 체험을 통해 농요의 가치와 감동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모든 재현은 과거 농촌의 실제 일과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어, 현장감과 몰입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축제를 이끄는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는 2017년 공식 결성됐다. 설립 과정부터가 특별했다. 지역 어르신들의 기억과 구술을 바탕으로 학술고증을 거쳐,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단절되었던 농요 문화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고증에 참여한 주민들은 단순한 구술자에 그치지 않고 복원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참여자로 나섰으며, 이들의 애정 어린 노력 덕분에 오늘날의 보은장안농요는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으로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보은장안농요는 단순히 보은 지역만의 자산이 아니다. 그 문화적 가치와 예술성은 이미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7년 충북민속예술축제에서는 개인 및 단체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2018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도 금상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이로써 보은장안농요는 지역민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전국 단위의 문화예술 자산으로서도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남기영 전통민속보존회 회장은 “보은장안농요는 단순한 전통 복원이 아닌,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축제가 더 많은 이들에게 지역문화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모두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참여하는 주민과 관람객 모두가 함께 호흡하며, 전통을 살아 있는 현재로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만반의 준비를 예고했다.올해로 7회를 맞는 보은장안농요축제는 축제를 넘어 하나의 문화유산 복원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이 행사를 기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것 또한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 그 이상을 증명한다. 과거 농촌의 모습이 남긴 인간적 풍경과 공동체의 서사를 이 축제는 고스란히 품고 있다.보은장안농요축제는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닌, 과거와 현재가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민속문화의 현장이다. 농요가 울려 퍼지는 논길 위에서, 관람객들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함께 일하고, 함께 노래하던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지역 축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전통의 가치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함께 던지는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