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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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으면 못 본다! 청와대 주말 관람 ‘완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3년간 이어져온 청와대 개방 정책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청와대재단은 당분간 예약 관람을 유지할 방침이나,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청와대 수리를 마치고 조속히 청와대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청와대 개방 중단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의 대선 출구조사 결과, 응답자의 58.2%가 대통령 집무실로 청와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실 복귀에 대한 국민적 기대도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복귀에 따른 개방 중단 가능성에 대해 학계에서는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를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서둘러 개방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 부지는 고려시대 삼경(三京) 중 하나였던 남경(南京) 터이며,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으로 조성된 역사적인 공간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일대는 단순한 대통령 집무 공간을 넘어 한국 역사와 문화유산의 중요한 일부로 간주된다.

 

지난 2023년 1월, (사)한국건축역사학회와 관련 기관들이 발표한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에서는 청와대 인근 지역에서 고려 및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도기, 옹기 조각과 유물산포지 8곳이 확인됐다. 당시 조사 업무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수행했으며, 발굴과 보존을 위한 본격적인 시굴 필요성을 제기한 지표 조사였다. 그러나 2023년 3월 청와대 운영 및 관리가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되면서 유물 발굴보다 공연과 전시 등 활용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와 관련해 2023년 기초조사에 참여한 류성룡 고려대 교수(건축학)는 “경복궁 후원과 청와대를 연계해 명성황후 시해 사건 당시 동선을 밝히는 등 역사 연구가 충분히 진행될 수 있었으나 전혀 진척되지 못했다”며 “청와대의 유산 가치 탐색이 시작도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재운 전주대 명예교수(전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장)는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별궁)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채 졸속 개방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대통령 집무 공간 그 이상으로 국가 상징적 유산으로 보존하고 전문가의 조정 하에 공개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의 윤주 자연유산위원도 “2022년 청와대 내 노거수 6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추가 조사를 통해 사적 지정 필요성이 있는 장소가 더 있다”며 “개방 여부와 상관없이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내에는 2018년 보물로 지정된 9세기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과 1900년대 초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인 ‘침류각’도 포함돼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시절 북악산 등산로가 청와대 경유로 개방된 사례를 고려할 때, 향후에도 ‘개방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서원대 이광표 교수(문화유산위원회 근대문화유산분과 위원)는 “이미 개방된 역사가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 집무 공간의 일부 시설을 근대 통치 공간으로서 의미를 재조명하고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광대 홍승재 명예교수(궁능문화유산분과 위원장) 역시 “청와대가 과거처럼 담장으로 막힌 공간이 아닌 경복궁 후원과 연결된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적으로 대통령실이 세종시로 이전할 가능성도 청와대의 미래 활용 방안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공약하며 집무실 완전 이전을 약속한 바 있다. 경기대 안창모 교수(건축학)는 “대통령실이 세종으로 이전하면 청와대는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 계획을 염두에 둔 집무실 운용과 청와대 활용 방안에 대한 제3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청와대재단은 별도 지침이 없는 한 예약 관람을 유지하며, 예정된 주말 상설 공연도 진행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청와대 개방은 2022년 5월 10일 시작돼 현재까지 누적 관람객이 783만 명에 이른다. 청와대 부지는 약 25만㎡(7만6000평)로 녹지원, 본관, 영빈관, 상춘재, 관저, 춘추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비서실이 사용하던 여민관 3개 동 중 1관 1층만 공개되고 있어, 대통령실이 서둘러 나머지 공간을 수리해 입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재단 관계자는 “현재 관람 편의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건물별 수리·복구 필요성 여부는 향후 청와대를 사용할 측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는 기존처럼 공개 관람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 개방의 미래는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 복귀 계획, 문화재 보존과 활용, 국민 향유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가운데 향후 몇 달 내에 중요한 방향 전환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루할 틈 없는 지중해 품은 트레킹 명소

주라 불리는 안탈리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지리적 위치뿐 아니라, 청명한 지중해 절경과 고대 문명의 유적, 그리고 토로스 산맥의 웅장한 자연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트레킹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의 트레킹 코스는 고대 도시 유적지, 울창한 숲길, 해안 절벽을 아우르며 걷는 내내 변화무쌍한 풍경과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해 지루할 틈이 없다.가장 유명한 트레킹 코스는 튀르키예 최초의 장거리 트레일인 리키아 웨이(Lycian Way)이다. 이 길은 페티예(Fethiye)에서 안탈리아까지 이어지는 약 540km 구간으로, 완주하는 데 평균 35일이 걸린다. 리키아 웨이는 엄격히 정해진 코스가 없어 걷는 이의 페이스와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여정을 계획할 수 있다. 트레일을 따라 펼쳐지는 지중해의 푸른 절벽과 토로스 산맥의 험준한 능선, 고대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잊힌 시골 마을과 숲속 도시들은 걷는 이에게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안겨준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크산토스(Xanthos)와 레툰(Letoon), 그리고 울창한 숲속에 숨겨진 올림포스(Olympos) 유적지는 고대 리키아 문명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한 리키아 웨이 주변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어 트레킹에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패러글라이딩의 명소인 바바다 산(Babadağ), 세계 10대 다이빙 스팟 중 하나로 꼽히는 카쉬(Kaş), 카약 체험이 가능한 케코바섬(Kekova Island), 그리고 암벽 등반의 메카 게이크바르(Geyikbayırı) 등은 자연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모험을 제공한다.두 번째 추천 코스는 세인트 폴 트레일(St. Paul Trail)로, 사도 바울이 초기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을 따라 약 500km를 걷는 역사적인 여정이다. 이 길은 걷는 이로 하여금 고대와 만나고 그 시절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시간 여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트레일은 고대 도시 페르게(Perge)에서 출발해 쿠르슌루 폭포(Kursunlu Falls)를 거치는 한 갈래와, 아스펜도스(Aspendos), 셀게(Selge), 카슴라르(Kasimlar)를 지나 고대 도시 아다다(Adada)에서 만나는 다른 갈래로 나뉜다. 이후에는 에이르디르 호수(Eğirdir Lake)와 ‘슬로우 시티’로 지정된 얄바츠(Yalvaç)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세인트 폴 트레일은 종교적 역사와 자연 풍광이 어우러져 독특한 감동을 전하는 동시에 걷는 이에게 영적인 의미까지 부여하는 길이다.마지막으로 소개되는 피시디아 헤리티지 트레일(Pisidia Heritage Trail)은 안탈리아 북부 토로스 산맥을 따라 350km에 달하는 코스다. 이 길은 고대와 자연, 현대의 삶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2천 년 이상 지속되어 온 사갈라소스(Sagalassos)의 안토닌 분수(Antonine Fountain)와 고대 도시 테르메소스(Termessos)의 돌계단과 극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요뤽(Yörük) 유목민들의 고원 마을들도 이 코스의 일부를 형성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삶의 모습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피시디아 헤리티지 트레일은 세인트 폴 트레일과 일부 구간이 겹쳐, 고대 문명의 유산과 자연미, 그리고 현대인의 삶이 어우러진 다층적인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튀르키예문화관광부는 이 세 코스를 통해 안탈리아가 단순한 휴양지 이상의 가치를 지닌 ‘걷는 여행’ 명소임을 강조하며, 트레킹 애호가뿐 아니라 자연과 역사를 사랑하는 모든 여행자에게 새로운 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한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고대 도시의 신비, 그리고 산악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안탈리아의 트레킹 코스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추천 코스들은 현대인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자연과 역사를 만나는 ‘걷는 여행’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