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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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곧 '힙'이다! 아트바젤 2025, 불황도 못 말린 '컬쳐 코어'의 힘

 전 세계를 덮친 금융시장 불안, 지정학적 위기, 고금리 장기화 등 불확실성의 그림자 속에서도 예술 시장은 흔들림 없는 생명력을 과시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 메쎄(Messe Basel)에서 성황리에 폐막한 제55회 아트바젤(Art Basel 2025)은 5일간 8만8천 명이라는 경이로운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예술이 단순한 사치품이 아닌 '문화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확고히 증명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아트바젤은 마치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이듯, 예술의 회복탄력성과 국제적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해 아트바젤은 지난 17일 VIP 개막을 시작으로 전 세계 42개국에서 엄선된 289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역대급 규모로 치러졌다. 특히 UBS, 카타르관, 아우데마 피게 등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와 국가 단위의 파빌리온이 어우러져 '명품 아트페어'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이는 아트바젤이 단순한 미술품 거래의 장을 넘어,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국가 간 교류의 허브임을 시사한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예술 작품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각국의 문화적 역량을 선보이려는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쟁이 펼쳐졌다.

 

거래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Mid November Tunnel'을 비롯해 루스 아사와, 게르하르트 리히터, 키스 해링, 마크 브래드포드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주요 작품들이 새로운 컬렉터들의 품으로 안겼다. 특히 세실리아 비쿠냐, 로이 할로웰, 알리나 사포츠니코프 등 주목받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유수의 미술관 컬렉션에 소장되는 쾌거를 이루며, 미술 시장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한층 강화되었음을 보여줬다. 이는 여성 작가들의 예술적 가치와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국 대표 갤러리들의 활약 또한 눈부셨다. 갤러리현대는 93세의 노장 이승택 작가의 '비조각(Non-sculpture)' 연작을 단독 부스에서 선보여, Artsy 선정 '2025 베스트 부스 TOP10'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이승택 작가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국제갤러리 역시 백남준, 하종현, 이우환, 양혜규, 김용익, 문성식 등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며 국제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의 전시는 한국 미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컬렉터들에게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

 


이번 아트바젤에서는 지난 10일 전역한 BTS RM(김남준)의 깜짝 등장이 또 다른 화제였다. 삼성전자 '아트TV'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그는 18일 'ArtCube' 라운지 무대에 올라 "예술은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사람과 감정, 공간을 연결하는 다리"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예술의 대중화와 일상 속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작품 하나가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힘에 대해 언급하며 '기술과 예술의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직접 전달, K팝 스타의 영향력을 통해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했다.

 

아트바젤 스위스는 '예술이 지금, 가장 빠르게 팔리는 문화 자산'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전시장 내부를 넘어 도시 공간 전체를 활용한 공공 섹터의 감각적 실험들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카타리나 그로세가 선보인 5000㎡ 규모의 야외 회화와 80미터 직물 설치, 그리고 다양한 퍼포먼스들은 예술이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도시 전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올해 신설된 '아트바젤 어워즈'와 '아프리카 예술 펠로우십', 그리고 강화된 '글로벌 VIP 네트워크'는 아트바젤이 단순한 미술품 거래의 장을 넘어, 전 세계 예술 생태계를 연결하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문화 자산의 실시간 이동 통로'로 진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크리슬 노바코비치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EMEA 대표는 "아트바젤은 전 세계 예술계가 모이는 생명력 넘치는 장"이라며, "예술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영감을 주는 방식을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마이케 크루제 아트바젤 디렉터 또한 "올해 아트바젤은 세계 미술 시장의 지속적인 힘, 회복력, 그리고 국제적 영향력을 보여주었다"며, "전시장은 물론 도시 전역에 가득했던 에너지는 바젤이 문화적 만남의 장소이자 예술적 교류의 촉매제로 기능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예술의 가치를 굳건히 지켜낸 아트바젤 2025는 다가올 예술 시장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것' 덕분에 제주 해녀·방언 인기 폭발

롭게 각인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관광공사가 올 상반기 동안 소셜미디어 데이터와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발간한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폭싹속았수다편’ 보고서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기존의 제주 배경 드라마들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제주의 매력을 전파했다.앞서 ‘웰컴투삼달리’와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드라마들은 오조포구, 안돌오름, 광치기해변, 가파도, 비양도, 오일장 등 특정 촬영지 중심의 연관어가 주로 나타나 제주를 ‘여행지’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폭싹속았수다’는 ‘제주’, ‘성산일출봉’, ‘유채꽃밭’ 등 드라마 속 아름다운 자연경관뿐 아니라 ‘해녀’, ‘방언’, ‘문화’, ‘시대극’ 등 제주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는 키워드를 다수 포함해 제주를 ‘이야기’ 중심으로 전달한 점이 특징적이다. 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 방영 시점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드라마 방영 직전인 2025년 1~2월의 해녀 언급량은 월평균 약 5천 건 수준이었으나, 3월에는 7,460건으로 약 41% 증가했다. 이후 4월과 5월에도 각각 6,791건과 7,072건으로 높은 관심이 지속되었다. 기존의 ‘음식’, ‘식당’ 중심 연관어에서 벗어나 ‘엄마’, ‘삶’, ‘이야기’ 같은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키워드가 함께 등장하며 해녀가 단순한 직업이나 관광 콘텐츠를 넘어 제주의 문화적 상징으로 다시 조명받는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또한 드라마에서 사용된 제주 고유의 방언과 표현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제주 방언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크게 확대되었다. 유튜브에서는 2025년 3월과 4월 제주 방언 관련 콘텐츠가 각각 26편과 32편 업로드됐으며, 4월 한 달 동안 이들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약 220만 회에 달하는 등 제주어에 대한 호기심이 영상 콘텐츠를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드라마의 주요 촬영지였던 김녕해수욕장과 제주목관아에 대한 방문객과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녕해수욕장으로의 차량 도착 수는 드라마 방영 전인 2025년 1~~2월 평균 2,442대에서 방영 후인 3~~4월 4,775대로 무려 96% 가까이 늘었으며, 온라인 언급량도 1,814건에서 2,602건으로 약 43% 증가했다. 제주목관아 역시 차량 도착 수가 198대에서 347대로 약 75% 증가했고, 온라인 언급량은 514건에서 744건으로 약 45% 상승하는 등 드라마 방영 효과가 실제 관광객 방문과 온라인 화제성에 고루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이 같은 데이터는 ‘폭싹속았수다’가 제주 관광 홍보에 있어 단순한 자연 풍광이나 관광 명소 소개를 넘어, 지역 문화와 전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제주를 새롭게 조명하는 데 성공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해녀’와 ‘제주 방언’ 등 무형문화재적 가치와 지역 정체성을 드라마 콘텐츠에 녹여냄으로써 관광객들의 문화 체험 욕구를 자극하고, 이에 따라 관련 장소 방문이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분석 결과는 제주가 단순한 휴양지에서 벗어나 고유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아우르는 풍부한 이야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폭싹속았수다’ 사례는 콘텐츠를 통한 지역 문화 가치 재조명과 관광 활성화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으며, 향후 지역 관광 정책과 콘텐츠 제작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