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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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서 만나는 한국 채색화 대서사시.. 200점 작품 한자리에

 한국 채색화의 역사와 현대적 확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 ‘한국 채색화의 흐름 Ⅲ: 진주; 色, 色을 입다’가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경남 진주시에서 개최된다.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과 복합문화공간 차량정비고(진주창창) 두 곳에서 동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총 2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통해 한국 채색화의 전통부터 현대까지의 흐름을 시대별로 조명한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기획 시리즈의 세 번째 전시로,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이원복과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정준모가 공동 예술감독을 맡아 전시의 깊이와 방향성을 견고히 했다.

 

이성자미술관에서는 전통 채색화의 뿌리와 발전을 보여주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전시가 진행된다. 1부는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채색화를 다루며, 고대 벽화, 고려 불화, 조선 궁중화와 민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조선 후기의 김홍도, 신윤복, 강세황 등 대표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작자 미상의 작품까지 약 13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영모도(새와 짐승을 그린 그림)의 계보를 포함해 한국 채색화의 뿌리를 다각도로 조망하며 전통 회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재확인하는 자리다.

 

2부는 대한제국기부터 해방 후 근대기까지 채색화의 변화와 발전을 집중 조명한다. 김은호, 이상범, 박생광, 김기창 등 한국 근대 채색화의 대표 작가 18인의 작품을 통해 전통 채색화와 서양화 기법이 융합되면서 탄생한 다양한 표현 실험들을 선보인다. 이 시기 채색화가 단순한 전통 계승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모색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천경자의 ‘아열대 II’(1978), 이숙자의 ‘푸른 보리밭-황소’(2010) 등이 전시되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채색화의 미학을 보여준다.

 

한편, 복합문화공간 차량정비고에서는 ‘오늘의 채색화’를 주제로 현대 채색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1970년대 이후 전통 채색화가 현대적으로 해석되고 확장되어 온 흐름을 반영하여 김병종, 황창배, 이왈종, 김선두, 정종미 등 현역 작가 17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통 문양과 색채, 매체 기법을 해체하거나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채색화의 물성, 상징성, 회화적 표현 영역을 확장하는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황창배의 ‘무제’(1992) 등은 한지에 아크릴릭을 사용해 전통적인 소재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 예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관람객의 참여와 학습을 도모하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시민미술학교’는 7월 29일과 8월 12일 두 차례 진주시청에서 열리며, 채색화 전문가 4인의 강연을 통해 채색화의 이해를 돕는다. 7월 23일부터 8월 31일까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시민도슨트 해설 프로그램’은 관람객에게 작품의 배경과 미술사적 가치를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또한 7월 26일부터 8월 23일까지 매주 실시되는 ‘한국 채색화 그리기’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관람객들이 직접 채색화 기법을 체험하며 전통 기법의 매력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한국 채색화의 흐름’ 시리즈는 지역 미술의 저변 확대와 대중적 관심을 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22년 첫 번째 전시 ‘참眞 색과 참 빛이 흐르는 고을晉州’에는 약 7만 명이 방문했으며, 2023년 ‘꽃과 새, 곁에 두고 즐기다, 낙이망우 꽃향기, 새소리’ 역시 8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기록해 지역 문화 예술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공동 예술감독 정준모는 “이번 전시는 한국 채색화의 시간적·공간적 층위를 보다 입체적으로 구성해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예술성을 아우르는 전시로 기획되었다”며 “진주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전통 채색화를 현대적으로 조명하며, 진주를 한국 문화 예술의 발신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채색화의 아름다움과 변천사를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채색화의 예술적 흐름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경남 진주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규모 전시는 한국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의 조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 예술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여름 끝자락, 보령 섬 여행 필수 코스 공개

지 못한 이들에게는 보령의 섬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령은 100여 개의 섬을 품고 있는 해양도시로, 이 중 15개의 유인도서와 90여 개의 무인도서가 다양한 이야기와 문화를 간직하며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삶과 문화, 치유의 공간으로 각광받으며 특별한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올해는 특히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찾아가고 싶은 섬’ 88개 가운데 보령의 원산도,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 녹도, 외연도가 이름을 올려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들 섬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고유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체험을 선사한다.원산도는 보령 지역 내 최대 규모의 섬으로, 최근 국도 77호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약 2.5km에 달하는 천연 패류 백사장과 송림, 해당화 군락이 어우러져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원산도 인근의 효자도 역시 역사적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옛부터 효자가 많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효자도를 비롯해 추도, 육도, 소도, 월도, 허육도 등이 함께 독특한 섬 문화권을 형성하며, 방문객들에게 문화 체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장고도는 장구 모양의 지형과 ‘장고8경’으로 유명하다. 풍부한 전복과 해삼이 나는 공동 어장과 마을 주도의 체험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의 입맛과 체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요소다. 고대도는 국내 최초 개신교 선교활동의 역사를 간직한 의미 깊은 섬이다. 교회와 기념공원을 통해 그 역사를 되새기면서 멸치와 실치가 풍부한 어장 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어 교육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삽시도는 활에 꽂힌 화살 모양의 독특한 지형을 자랑하며, 2km에 이르는 규사 해수욕장과 바닷속 샘물 ‘물망터’가 유명하다.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뤄 사진 애호가들과 자연 애호가들에게 인기다. 외연도는 충남 최서단에 위치한 신비로운 섬으로, 천연기념물인 상록수림과 풍어당제 등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 또한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어 어업과 관광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다.호도와 녹도는 각각 여우와 사슴을 닮은 지형으로 눈길을 끈다. 이 두 섬은 전복어장과 침식굴, 초분 유적 등 독특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보령 섬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체험형 관광으로 진화하고 있다. 패각분모래, 굴패각, 천일염, 함초 등 해양 치유 자원이 풍부하며, 청정 자연 속 어촌체험과 생태관광이 어우러져 진정한 힐링 여행지로 부상 중이다.보령시 관계자는 “각 섬마다 고유한 전통문화와 역사적 스토리텔링이 살아 있어,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 있는 문화 체험과 자연 치유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며 “삶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쉼을 찾는 공간으로서 보령지역 섬이 최적의 장소”라고 밝혔다.다가오는 가을, 바다와 자연, 그리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보령의 섬들은 현대인의 일상에 여유와 힐링을 선사하는 특별한 여행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