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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효과 없었다"…시청률 4% '수직 추락'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배우 마동석의 이름값도 통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의 야심작 드라마 '트웰브'가 시청률 4%대까지 추락하며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통신사들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세 편이나 만든 마동석이 주연은 물론 제작과 각본까지 참여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트웰브'는 디즈니+와 지상파인 KBS 2TV 주말 황금 시간대에 동시 편성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이 시간대는 통상적으로 10%는 가뿐히 넘고, 전작인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평균 시청률 20%를 기록했을 만큼 고정 시청자층이 두터운 자리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 첫 회 시청률은 8.1%로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기쁨은 잠시였다.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2회 5.9%, 3회에는 4.2%까지 수직으로 추락하며 위기론이 불거졌다. 9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마동석과 박형식, 서인국 등 화려한 캐스팅이 무색한 성적표다.

 

이러한 실패는 비단 LG유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사인 KT 역시 'KT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NA 채널에서 방영 중인 '금쪽같은 내 스타'는 시청률 1~3%대에 머물고 있으며, 올해 KT가 선보인 다른 드라마들 역시 1~2%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콘텐츠 플랫폼 사업으로 눈을 돌렸던 SK텔레콤의 실패 사례는 더욱 뼈아프다. 야심 차게 선보였던 OTT 플랫폼 '웨이브'는 수천억 원의 막대한 적자만 남긴 채 결국 경쟁사인 티빙에 흡수되는 운명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통신사발 콘텐츠의 연이은 실패가 단순히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공세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 부재에 있다는 것이다. 과거 TV 외에 선택지가 없던 시절에는 시청자들이 채널을 고정했지만, 이제는 수많은 플랫폼 속에서 조금이라도 식상하거나 재미없는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는다. 통신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은, 결국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