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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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로 받은 '424만원' 보너스…"마음 무겁고 송구하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보낸 의원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의원들의 통장에는 두둑한 명절 휴가비가 입금됐다. 추석을 앞두고 의원 1인당 지급된 금액은 424만 7,940원.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명절 상여금'에 한 국회의원이 무거운 마음을 드러내며 또다시 전액 기부를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자신의 통장에 찍힌 숫자를 공개하며 "마음이 무겁고 송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받는 돈에 불편함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추석과 올해 설에도 그는 명절 휴가비를 받으며 느낀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고 이를 이웃과 나누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보너스를 마냥 기쁘게 받을 수만은 없는 그의 고백은, 반복되는 정치권의 특권 논란 속에서 다시 한번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김 의원의 이러한 불편함은 그가 국회에 입성한 초선 시절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대한민국을 휩쓸던 참담한 시기, 수십 명의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현실을 눈앞에서 목도하면서, 세금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그는 고백한다. 모두가 고통받는 현실 속에서 안정적인 세비를 받는 것에서 오는 미안함과 책임감은, 그로 하여금 의원이 된 첫해부터 세비 일부를 꾸준히 기부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국민의 혈세'를 외치며 예산을 심사하는 장본인으로서, 정작 자신의 특권에는 침묵할 수 없다는 양심의 목소리였던 셈이다.

 


그의 비판은 단순히 개인적인 소회를 넘어 대한민국 정치권 전체의 부끄러운 민낯을 향한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심사하며 '국민 혈세'의 소중함을 부르짖지만, 정작 그 돈이 미래 세대의 주머니를 털어 만드는 '빚 폭탄'이라는 사실에는 눈감은 채 마구잡이로 퍼주기식 정책을 남발하는 현실에 그는 절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출판기념회를 열고, 자녀의 결혼 청첩장에 계좌번호는 물론 카드 결제 링크까지 버젓이 넣는 일부 정치인들의 뻔뻔한 행태를 꼬집으며,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민생'을 외치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결국 정치는 '책임'과 '염치'의 문제라고 그는 강조한다. 정치인 스스로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을 줄이고,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국회도, 대한민국 정치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명절 휴가비 역시 전액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으며 "그래도 내 삶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덧붙인 그의 말은, 많은 정치인에게 울림을 준다. 국회의원 명절 휴가비는 일반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월 봉급액의 60%가 지급되며 지난 10년간 약 10%가 올랐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러한 특권과 관행을 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만이 대한민국 정치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임을 그의 조용한 실천이 보여주고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