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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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3D프린터가 만나 '가구'가 됐다고?…쇼윈도 너머로 도시인들의 마음을 훔친 전시

 높고 푸른 하늘 아래, 가을의 정취가 완연한 서울의 중심에서 아주 특별한 예술 산책이 시작된다. 서울공예박물관이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박물관의 문턱을 과감히 허물고,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방식의 전시를 선보인다. '시민 소통 공예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박물관 야외 공간과 쇼윈도를 무대 삼아, 젊은 공예작가들의 창의적인 설치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우연한 마주침의 즐거움과 예술적 사유의 순간을 선사한다. 딱딱한 전시실 내부가 아닌, 누구나 거니는 길 위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공예가 우리 삶과 얼마나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선한 시도다.

 

그 첫 번째 작품은 10월 19일까지 박물관 바깥마당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방효빈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고리의 궤도'다. 이 작품은 지름 19cm의 작은 스테인리스 고리 하나에서 출발하여, 무려 480개의 고리가 서로 연결되고 확장되며 거대한 궤도를 이루는 장관을 연출한다. 차가운 금속성의 고리들이 촘촘히 엮여 하나의 유기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끊임없이 긴장하고 또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관계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시각적으로 은유한다.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금속의 궤적을 따라 걷다 보면, 개인이 모여 관계를 이루고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에 대한 깊은 성찰에 잠기게 된다.

 


이어 9월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는 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400년 된 은행나무 주변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이곳에는 권신애 작가의 도발적인 작품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가 설치된다. 작가는 '출입 금지'라는 익숙하고 단호한 경고의 팻말이 붙은 잔디밭을 역설적으로 체험과 머무름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으레 지켜야만 했던 금기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을 그 안으로 초대함으로써,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였던 경계와 금지의 언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노랗게 물들어갈 은행나무 아래, 금지된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특별한 경험은 함께 머무는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10월 12일까지는 전시 3동 1층의 쇼윈도 갤러리에서 또 다른 사유의 공간이 열린다. 신우철, 이소명 작가가 공동으로 기획한 '우리는 수면 아래로, 새들의 궤적으로, 다리 너머로 이어져있다' 전시는 자연물인 나무와 인공물인 3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한 독특한 가구들을 선보인다. 쇼윈도라는 프레임 안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가 만나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흐릿해진 현대 도시의 단면을 보여준다. 복잡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창 너머의 작품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유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모든 전시는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로 즐길 수 있어, 가을날의 산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산타가 DDP에 선물을 두고 갔다고?…'힙산타' 따라 즐기는 크리스마스 타운

'으로 변신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오는 12월 18일부터 31일까지 '서울라이트 DDP 2025 겨울' 행사를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EVERGLOW, 영원히 빛나는 장(場)'이라는 주제 아래, DDP 전역은 단순한 연말 장식을 넘어 빛과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그동안 DDP에서 다양한 미디어아트 실험이 진행되어 왔지만, 올해는 그 규모와 내용 면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몰입형 콘텐츠다. 기존의 미디어파사드가 단순히 거대한 스크린에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이었다면, 올해는 영상 속 캐릭터들이 스크린 밖 현실 공간으로 넘어와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는 역동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DDP 크리스마스 타운의 마스코트인 '힙(HIP)산타'가 DDP 곳곳에 선물 보따리를 두고 갔다는 콘셉트 아래,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포토존으로 꾸며진다. 미디어파사드에 등장하는 캐릭터 조형물과 화려한 조명이 어울림광장을 비롯한 DDP 전역으로 확장 설치되어, 관람객들은 마치 영상 속을 직접 거니는 듯한 환상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화려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풍성하게 준비된다. 행사 첫날인 18일에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산타와 호두까기 인형'을 주제로 한 특별 공연이 펼쳐진다. 현대 무용 그룹 '블랙토 댄스'와 서커스단 '포스 서커스'가 참여해, 서울의 상징인 '해치' 등 캐릭터들과 협업하여 공중 퍼포먼스와 발레가 결합된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점등 행사를 넘어, 빛과 음악, 그리고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한 편의 종합 예술 공연으로 개막식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을 것이다.행사의 대미는 2025년의 마지막 날인 31일에 장식된다. 약 4만 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라이트 DDP :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는 DDP의 상징인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형 미디어파사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특히 올해 카운트다운 이벤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어, 서울만의 독창적이고 활기찬 축제 분위기를 세계인과 함께 나눌 계획이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연말연시 시민들이 빛과 예술,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즐기며 새해의 희망을 밝게 비추는 특별한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