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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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이었지만 '누드화'는 완전히 달랐다…세잔과 르누아르, 두 거장의 결정적 차이점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문화 행사의 서막이 올랐다. 인상주의와 현대미술의 거대한 두 축, 폴 세잔과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인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이 소장한 핵심 작품 120여 점을 국내로 옮겨온,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 기획이다. 특히 오랑주리 미술관의 소장품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오르세 미술관의 명작들과 함께, 유화 51점을 포함한 방대한 작품들이 무려 4대의 비행기에 나뉘어 실려 오는 대장정을 거쳐 한국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1860년대 파리에서 처음 만나 예술적 동지로서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나누었던 세잔과 르누아르, 두 거장의 같지만 다른 예술 여정을 심도 있게 따라간다. 두 사람은 모두 인상주의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화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지만, 각자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하며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르누아르가 삶의 환희와 아름다운 순간들을 부드럽고 조화로운 색채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면,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잔은 사물의 본질을 파고드는 엄격하고 기하학적인 조형 언어를 탐구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세잔의 아내와 아들 초상화에서부터 이러한 차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세잔의 단골 모델이었던 아내의 초상화는 눈 밑 주름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을 통해 대상을 냉철하게 분석하려는 화가의 시선을 느끼게 한다. 반면, 바로 옆에 자리한 막내아들의 초상화에서는 빛나는 머릿결과 초롱초롱한 눈망울, 고운 옷의 질감 등을 통해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르누아르 역시 가족, 특히 막내아들 클로드를 화폭에 자주 담았지만, 그의 표현 방식은 세잔과 사뭇 달랐다. 여러 습작을 통해 포착한 아이의 자연스러운 순간을 부드러운 살결과 온화한 색채로 표현하며 대상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러한 두 작가의 예술적 차이는 누드화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르누아르의 누드화가 배경과 인물이 하나처럼 어우러지며 자연 속에 녹아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세잔은 인물의 주변에 뚜렷한 검은 윤곽선을 그려 넣어 인물과 자연을 의도적으로 분리시킨다. 이번에 공개된 가로 폭 1m의 대작 '배와 목욕하는 사람들'은 과거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 박물관이 수집해 복원한 작품으로, 자세히 보면 그 분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 작품에 얽힌 사연을 더듬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 말미에서 르누아르의 영향력이 후대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에게까지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르누아르의 누드화를 직접 소장하기도 했던 피카소의 '천을 두른 누드'는 풍만하고 둥근 형태, 따뜻한 색조 등에서 르누아르의 작품과 놀라운 유사성을 보여주며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교감의 순간을 목격하게 한다. 본래 프랑스 왕실의 오렌지 온실이었던 공간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거듭난 오랑주리 미술관의 나탈리 바게르 베르디에 부관장은 "아시아 국가 중 우리 미술관을 가장 많이 찾는 한국 관객들에게 이번 첫 한국 전시가 특별한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계속되며, 거장들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AI 집사'까지 등장…순천만, K-관광의 미래를 건 거대한 도박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단순히 꽃과 나무를 감상하던 공간을 넘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미래형 관광지로의 대대적인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추진하는 '2025 관광현장 문제해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낡은 관광 방식을 버리고 기술을 통해 K-관광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의 서막이다.이번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딥파인, 플리토, 플루언트 등 국내 유망 기술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순천만국가정원이라는 거대한 실증 무대 위에서 자신들의 혁신적인 기술을 마음껏 펼쳐 보일 예정이다. 단순히 기술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언어 장벽, 길 찾기의 어려움 등 관광객들이 현장에서 겪는 실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원에서 자사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성장 발판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이며, 순천만은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기업과 관광지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될 변화는 바로 'AI 집사'의 등장이다. '광집사'라는 이름의 이 AI 안내 시스템은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운영되는 안내부스에서부터 만나볼 수 있다. "어디부터 봐야 할까?" 고민하는 관람객에게는 개인 취향에 맞는 최적의 코스를 추천해주고, 복잡한 정원 곳곳을 헤매지 않도록 AI 지도로 길을 안내한다. 뿐만 아니라 정원 곳곳에 숨겨진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눈앞의 실제 풍경 위로 화려한 증강현실 콘텐츠가 펼쳐지는 마법 같은 경험도 할 수 있다. 정원을 산책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흥미로운 게임처럼 바뀌는 것이다.노관규 순천시장이 "스마트·글로벌 정원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듯, 이번 프로젝트는 순천만국가정원의 미래를 건 중요한 승부수다. 첨단 기술 도입을 통해 내국인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외국인에게는 언어의 장벽 없는 편리함을 제공함으로써 관광지 자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과연 AI와 AR 기술이 순천만이라는 아름다운 자연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폭발시킬지, 그리고 이 혁신적인 시도가 대한민국 관광 산업 전체에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