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이었지만 '누드화'는 완전히 달랐다…세잔과 르누아르, 두 거장의 결정적 차이점

이번 전시는 1860년대 파리에서 처음 만나 예술적 동지로서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나누었던 세잔과 르누아르, 두 거장의 같지만 다른 예술 여정을 심도 있게 따라간다. 두 사람은 모두 인상주의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화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지만, 각자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하며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르누아르가 삶의 환희와 아름다운 순간들을 부드럽고 조화로운 색채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면,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잔은 사물의 본질을 파고드는 엄격하고 기하학적인 조형 언어를 탐구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세잔의 아내와 아들 초상화에서부터 이러한 차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세잔의 단골 모델이었던 아내의 초상화는 눈 밑 주름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을 통해 대상을 냉철하게 분석하려는 화가의 시선을 느끼게 한다. 반면, 바로 옆에 자리한 막내아들의 초상화에서는 빛나는 머릿결과 초롱초롱한 눈망울, 고운 옷의 질감 등을 통해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르누아르 역시 가족, 특히 막내아들 클로드를 화폭에 자주 담았지만, 그의 표현 방식은 세잔과 사뭇 달랐다. 여러 습작을 통해 포착한 아이의 자연스러운 순간을 부드러운 살결과 온화한 색채로 표현하며 대상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러한 두 작가의 예술적 차이는 누드화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르누아르의 누드화가 배경과 인물이 하나처럼 어우러지며 자연 속에 녹아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세잔은 인물의 주변에 뚜렷한 검은 윤곽선을 그려 넣어 인물과 자연을 의도적으로 분리시킨다. 이번에 공개된 가로 폭 1m의 대작 '배와 목욕하는 사람들'은 과거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 박물관이 수집해 복원한 작품으로, 자세히 보면 그 분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 작품에 얽힌 사연을 더듬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 말미에서 르누아르의 영향력이 후대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에게까지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르누아르의 누드화를 직접 소장하기도 했던 피카소의 '천을 두른 누드'는 풍만하고 둥근 형태, 따뜻한 색조 등에서 르누아르의 작품과 놀라운 유사성을 보여주며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교감의 순간을 목격하게 한다. 본래 프랑스 왕실의 오렌지 온실이었던 공간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거듭난 오랑주리 미술관의 나탈리 바게르 베르디에 부관장은 "아시아 국가 중 우리 미술관을 가장 많이 찾는 한국 관객들에게 이번 첫 한국 전시가 특별한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계속되며, 거장들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