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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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불신이 낳은 괴물"… '나락 보관소' 구속, 진짜 죄인은 누구인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나락 보관소' 운영자가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징역 8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나락 보관소' 채널에 가해자들의 이름, 사진, 직장 등 신상 정보를 담은 영상을 제작해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며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들에게 벌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게시했다"고 진술한 점이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적 제재를 목적으로 영상을 게시했으며, 이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번 판결은 사적 제재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사적 제재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 사법 체계를 해할 수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특히, 가해자 중 일부는 밀양 사건 가담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신상이 공개된 점을 지적하며, 무분별한 신상 공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는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는 사적 제재가 또 다른 인권 침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피고인이 과거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일부 범행을 인정하고 관련 영상이 삭제된 점은 참작 사유가 됐다.

 


2004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44명의 고교생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유린한 끔찍한 범죄였다. 당시 가해자 대부분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해 '나락 보관소'를 비롯한 여러 유튜브 채널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사건은 20년 만에 재점화됐다. 가해자들은 직장에서 해고되고, 운영하던 식당은 문을 닫는 등 사회적 심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사적 제재의 정당성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법의 심판이 미흡할 때, 국민이 직접 나서서라도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나락 보관소' 운영자의 구속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국가의 사법 시스템이 국민의 법 감정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 분노한 대중의 '자력 구제'를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는가? 이번 판결은 사적 제재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즉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제2의 '나락 보관소' 등장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법부가 먼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엄정한 판결을 내리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법 정의가 바로 설 때, 비로소 위험한 사적 제재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시끄러운 도시 떠나 '소나무의 땅'으로…튀르키예의 27번째 '느린 도시' 차멜리

를 보존하자는 이 운동은 현재 30여 개국 280여 개 도시가 동참하며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최근 튀르키예 남서부 데니즐리주에 위치한 차멜리가 새로운 '느린 도시'로 지정되면서, 튀르키예의 치타슬로 도시는 총 27곳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번 지정은 대한민국 완도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린 '국제슬로시티총회'에서 결정되어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차멜리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 파묵칼레에서 남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소나무의 땅'이라는 이름처럼 소나무, 참나무, 향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수정처럼 맑은 연못이 어우러져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자랑한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차멜리는 평온한 휴식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이기도 하다. 울창한 산과 계곡을 따라 잘 조성된 하이킹 및 자전거 트레일은 전 세계 트레킹 애호가들을 유혹하며, 매년 열리는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과 자전거 축제는 역동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전통 요리와 현지 장인들의 손길이 닿은 수공예품은 차멜리 고유의 문화를 오롯이 보여준다. 특히,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차멜리 콩'과 맑은 물에서 자란 신선한 송어 요리는 이곳을 방문했다면 반드시 맛봐야 할 별미로 꼽힌다. 자연 속에서의 여유로운 휴식과 활기 넘치는 레포츠,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까지, 차멜리는 여행객들에게 다채로운 만족감을 선사하며 '느린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차멜리가 속한 데니즐리 지역은 히타이트, 프리기아, 로마 제국을 거치며 형성된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와 눈부시게 하얀 석회 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파묵칼레는 데니즐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최근에는 '찰 포도원 루트'를 중심으로 튀르키예 와인의 주요 생산지로 새롭게 주목받으며, 역사와 자연, 미식이 어우러진 풍성한 여행을 제안한다. 이처럼 데니즐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곳으로, 차멜리와 함께 튀르키예의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장엄한 유적지를 둘러보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풍미 가득한 와인을 맛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튀르키예의 치타슬로 운동은 2009년 이즈미르주의 세페리히사르가 최초로 인증을 받으며 시작되었다. 이후 아흘라트, 포차, 괵체아다, 사프란볼루, 샤브샤트 등 전국 각지로 확산하여 현재 7개 지역 23개 주에 걸쳐 총 27개의 '느린 도시'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튀르키예가 지속 가능한 관광과 지역 고유의 가치 보존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각 치타슬로 도시는 저마다의 독특한 문화와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빠름과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선사한다. 튀르키예의 '느린 도시'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수를 늘려가며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느림의 가치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