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생활문화

'불닭' 앞세우고 '만두 공장' 짓고…'기회의 땅' 유럽 점령 나선 K푸드 연합군

 미국발(發) 통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식품업계가 유럽을 ‘기회의 땅’으로 낙점하고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때 아시아와 미국 시장의 후순위로 여겨졌던 유럽이 K-푸드 열풍의 새로운 진원지로 떠오르면서, 이제는 미래 성장을 책임질 핵심 전략지로 위상이 격상된 것이다.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는 유럽 시장을 향한 K-푸드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무대였다.

 

이번 박람회에서 한국이 사상 처음 ‘주빈국(Partner Country)’으로 선정된 가운데, 국내 대표 식품 기업들은 유럽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 무기를 대거 선보였다. ‘불닭볶음면’ 신드롬의 주역 삼양식품은 현지 유통사와 손잡고 대형마트 입점을 가속화하며 ‘매운맛의 현지화’를 선언했다. 팔도는 ‘비빔면’을 필두로 차갑게 즐기는 ‘콜드 누들’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했으며, BBQ는 유럽 맞춤형 치킨 메뉴로 K-치킨의 저력을 과시했다. 풀무원, 롯데웰푸드 등 신규 참가 기업들까지 가세하며 K-푸드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유럽 시장 공략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포석임을 보여준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에 축구장 16개 크기의 ‘비비고 만두’ 공장을, 대상은 폴란드에 연간 3천 톤 생산 능력의 김치 공장을 건설하며 유럽 식탁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농심, 삼양, 풀무원 역시 네덜란드 등에 유럽 법인을 속속 설립하며 현지 영업망과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는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농식품의 유럽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 이상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24%에 가까운 고성장을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지속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압박 속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유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식품업계는 유럽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아,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 환경을 돌파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강서 치킨도 못 시키는데"…'관광 100조' 구호가 무색한 K-관광의 현실

장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실질적인 관광 소비를 가로막는 걸림돌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꼽은 한국 여행의 가장 큰 불편함은 교통(19.7%)이었다. 음식(13.5%), 언어(13.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 의원은 "한강에서 치킨 한 마리 시켜 먹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소비 자체가 막히는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특히 전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진 결제 시스템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전 세계 오프라인 결제의 74%가 비접촉식(EMV) 방식인 반면, 한국의 보급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애플페이나 구글페이 등 해외 결제 서비스가 국내 매장에서 '먹통'이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교통 시스템 역시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티머니 교통카드는 해외 신용카드로 충전이 불가능하며, 아이폰 이용자는 모바일 티머니를 사용할 수 없다. 런던,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십수 년 전부터 해외 카드 한 장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것과 대조적이다.정 의원은 "K-콘텐츠는 국경을 넘었지만, K-서비스는 국경 안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며, "관광공사는 홍보 포스터를 만들기 전에 관광객이 실제로 돈을 쓸 수 있는 시스템부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한류 열풍을 내세우기 전에 외국인들이 겪는 불편부터 해소해야 '다시 찾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공허한 목표 수치보다 실질적인 이용 환경 개선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