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생활문화

"이게 K클래식?"…'지옥의 선율'이 끝나자 뉴요커들은 모두 일어섰다

 전 세계 음악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뉴욕 카네기홀, 130여 년의 유서 깊은 이곳에 한국 오케스트라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 현지시간 27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카네기홀의 정식 기획공연 시리즈에 초청받아 뉴요커들 앞에 섰다.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의 손끝에서 시작된 첫 곡은 '지옥(Inferno)'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그 시작부터 압도적이었다. 심장을 옥죄는 듯한 팀파니의 묵직한 울림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더니, 이내 모든 악기가 광기 어린 질주를 시작하며 객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스스로 만들어낸 지옥의 풍경을 음표로 그려낸 이 곡은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인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정재일 음악감독의 신작으로, 그의 명성다운 파격과 흡인력으로 뉴욕의 밤을 강렬하게 열어젖혔다.

 

정재일 감독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과 불꽃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고뇌를 음악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그의 철학이 담긴 강렬한 무대가 끝나고, K클래식의 또 다른 자부심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꾸었다. 서울시향과의 협연으로 선보인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낭만주의 음악의 정수로, 김봄소리는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선율로 곡이 가진 서정미를 극대화하며 뉴욕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그녀의 활 끝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며 K클래식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이날 공연의 대미는 러시아 낭만주의 교향곡의 걸작으로 꼽히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 장식했다. 특히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서정적인 3악장이 연주될 때, 2,8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선율에 온전히 빠져드는 경이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이윽고 숨 막히는 정적이 끝나고 화려하고 장엄한 4악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대서사의 막을 내리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어선 관객들이 보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는 한동안 연주홀을 가득 채우며 식을 줄 몰랐고, 이는 서울시향이 뉴욕의 심장부에서 거둔 역사적인 성공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카네기홀을 성공적으로 정복한 서울시향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오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오클라호마 맥나이트센터로 무대를 옮겨 K클래식의 감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뉴욕 공연은 단순히 한 오케스트라의 성공적인 연주를 넘어,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에 우뚝 선 한국 클래식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재일의 현대음악부터 멘델스존과 라흐마니노프의 고전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울시향의 행보는 K클래식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낮보다 밤에 돈 더 잘 번다…'야간관광'이 뭐길래 정부까지 나섰나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인 통영시와 손잡고 지난 23일 ‘2025 대한민국 야간관광 포럼’을 개최했다. ‘소도시의 밤을 밝히다, 야간관광이 여는 지역발전의 새로운 빛’이라는 주제 아래 열린 이번 포럼은, 단순히 잠자리에 드는 시간으로 여겨졌던 밤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번 논의는 낮 시간대에 집중되었던 기존의 관광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여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낼 핵심 전략으로 야간관광의 무한한 잠재력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이번 포럼은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생생한 논의의 장으로 펼쳐졌다. 통영을 비롯해 이미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지정되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10개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성공 사례와 겪었던 시행착오,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심도 깊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지자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관광업계 전문가, 학계 인사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하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 방안부터, 야간 시간대의 안전 문제 해결, 지역 주민과의 상생 방안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주제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야간관광이 나아갈 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특히 이번 포럼의 개최지이자 2022년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된 통영시의 역할과 비전이 단연 돋보였다. 통영시는 이날 야간관광 비전 선포식을 통해, ‘1호 특화도시’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야간관광을 도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통영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강구안 항구 일대를 중심으로 환상적인 야간 경관을 조성하고,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밤의 통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야간 도보 투어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는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임을 발표했다. 이는 다른 지역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성공적인 선도 모델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야간관광의 전체적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정부와 관광공사 역시 이러한 지역의 노력이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힘을 보탰다. 이상민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이번 포럼은 야간관광을 통해 지역이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조성하고,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야간관광 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이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야간관광’이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통해 대한민국 전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