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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알라딘'이 다 해먹었다…뮤지컬·대중음악만 웃은 3분기 공연계

 올해 3분기 공연계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호황을 누렸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7월부터 9월까지의 공연시장 총 티켓 판매액은 약 4615억 원에 달하며, 이는 관련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래 3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46억 원과 비교해도 20%나 증가한 놀라운 성장세다. 이처럼 공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배경에는 대형 팬덤을 움직이는 대중음악 콘서트와 꾸준히 사랑받는 블록버스터 뮤지컬, 그리고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무용 장르의 약진이 있었다. 사실상 이 세 장르가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의 중심에는 단연 대중음악과 뮤지컬이 자리 잡고 있다. 대중음악 장르는 3분기에만 약 2637억 원의 티켓 판매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 대비 22.8%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뮤지컬 역시 약 1387억 원의 판매액으로 14.9% 증가하며 시장의 굳건한 한 축임을 증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무용 장르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판매액 자체는 약 64억 원으로 다른 두 장르에 비해 작지만, 성장률은 무려 96.2%에 달하며 거의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무용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과 수요가 이례적으로 크게 확대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향후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모든 장르가 이러한 축제를 함께 즐긴 것은 아니다. 연극계는 오히려 깊은 그늘에 잠겼다. 3분기 동안 무대에 오른 연극 공연 수는 총 1124건으로 지난해보다 23.4%나 늘어났지만, 정작 티켓 판매액은 약 183억 원으로 오히려 13.5% 감소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공연의 공급은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관객들의 발걸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뼈아픈 분석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작품이 관객을 만나기 위해 문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해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연극이 많았다는 의미다.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진 셈이다.

 

실제로 3분기 티켓 판매액 상위 20개 공연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쏠림 현상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상위 20개 작품 중 무려 12개가 대중음악 콘서트였고, 7개는 대형 뮤지컬이 차지했다. 특히 최상위권인 1위부터 3위까지는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알라딘' 부산 투어, '팬텀' 서울 공연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으며, 그 뒤를 이어 블랙핑크의 월드투어와 싸이의 '흠뻑쇼'가 4, 5위를 기록하며 아이돌과 대형 가수의 콘서트 파워를 입증했다. 결국 소수의 블록버스터 뮤지컬과 막강한 팬덤을 등에 업은 대중음악 공연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동안, 연극계는 그 온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30% 할인’ 딱 하나 걸었더니…외국인들, KTX 버리고 이 버스에 ‘우르르’

최지인 경주뿐만 아니라 인접한 대도시 부산으로까지 활발하게 이어지며, 이른바 ‘APEC 낙수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들의 부산 및 경주행 고속버스 노선 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185%나 폭증했다. 이는 단순히 한두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유럽, 미국, 호주 등 장거리 여행객부터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관광객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추세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이러한 폭발적인 증가세의 배경에는 한국관광공사와 클룩이 손잡고 기획한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자리하고 있다. 양측은 11월 30일까지 APEC 개최지인 경주와 인근 부산을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고속버스 운임을 30%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비싼 KTX 대신 합리적인 가격으로 두 도시를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방 여행에 대한 심리적, 경제적 장벽을 크게 낮춘 전략이 정확히 주효한 셈이다. 이는 국제적인 행사가 단순히 개최 도시의 홍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으로 관광객을 분산시키고 동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교통편 예약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의 관광 상품 소비 활성화로 이어졌다. 클룩의 집계 결과, 같은 기간 부산과 경주 지역의 여행 상품 예약 건수 역시 전년 대비 48% 증가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단순히 두 도시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지역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산의 주요 관광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비짓부산패스’와 해변 절경을 감상하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티켓’이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경주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투어’와 ‘경주월드 입장권’ 등이 많은 선택을 받았다. 상품 예약 비중은 대만, 싱가포르,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순으로 높게 나타나, 버스 예약과는 또 다른 국가별 선호도를 보여주었다.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겪었던 고질적인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클룩은 지난해 1월부터 언어의 장벽과 복잡한 결제 시스템 문제없이 실시간으로 국내 고속버스를 예매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예매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이처럼 편리한 인프라가 밑바탕이 된 상황에서 APEC이라는 대형 이벤트와 시의적절한 프로모션이 결합하며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의 말처럼, 이번 성과는 지방 여행에 대한 외국인들의 높은 잠재 수요를 확인시켜 주었으며, 앞으로 한국의 다양한 지역들이 가진 매력을 알리고 더 많은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 개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