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정치타임

‘비밀번호’와 ‘모르는 사람’, 두 가지 거짓말이 임성근의 발목을 잡았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 규명을 향한 국회의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3일,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지난 17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사단장의 증언에 심각한 허점이 있으며, 국회를 기만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한 이날 표결은 재적 의원 17명 중 찬성 10표, 반대 6표, 기권 1표로 가결되어, 채 상병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국회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법사위가 문제 삼은 첫 번째 위증 혐의는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비밀번호에 관한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년간 채 상병 순직 당시 사용했던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국정감사에서도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제출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불과 하루 앞둔 지난 20일, 그는 돌연 "비밀번호가 기적처럼 생각났다"며 특검에 이를 제공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법사위는 구속을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위증이자 사법 방해 행위라고 판단, 이를 고발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두 번째 위증 혐의는 자신의 구명을 위해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과의 관계에 대한 증언이다. 임 전 사단장은 국정감사에서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종호 씨를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는 특검팀이 확보한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검은 앞서 영화배우 박성웅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2022년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이 전 대표, 임 전 사단장과 함께 식사한 사실이 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 박 씨는 이 전 대표와는 본래 알던 사이였고, 임 전 사단장은 그 자리에서 처음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명백한 대질 정황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부인한 것은 국회 증언감정법을 위반한 명백한 위증이라는 것이 법사위의 판단이다.

 

이번 위증 고발은 단순히 개인의 거짓 증언을 문제 삼는 것을 넘어,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외압 의혹과 수사 방해 시도의 실체를 밝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임 전 사단장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 제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과의 관계를 거짓으로 증언했다고 국회가 공식적으로 판단함에 따라, 특검 수사 역시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되었다. 비록 임 전 사단장과 이 씨 측은 여전히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국회의 고발 조치로 인해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으며, 사법적 판단을 통해 진실이 가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음성군, 부끄러운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하다…'경호정'의 재발견

어있기 때문이다. 1934년, 당시 조선총독부 음성군수였던 권종원은 일본 왕세자 아키히토의 탄생을 축하하고 일제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기 위해 이 정자를 세웠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정자가 위치한 인공 연못과 섬의 구조가 일장기를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일제의 상징을 숨겨 놓은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존 안내판에는 경호정이 친일 목적의 조형물이라는 설명이 빠져 있어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안내판 교체는 뒤늦게나마 역사를 바로잡고, 부끄러운 과거를 후대에 교훈으로 남기기 위한 음성군의 의지를 보여주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경호정 건립 과정에서 드러난 일제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500평에 달하는 연못을 파고 그 안에 200평 규모의 섬을 만드는 대규모 공사에는 지역 주민들이 강제로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건축물 건립을 넘어, 당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경호정 옆에는 ‘독립기념비’라는 이름의 비석이 서 있는데, 이 또한 본래는 아키히토의 출생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었다. 광복 이후에도 철거되지 못한 채 글씨만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는 이 비석은, 청산되지 못한 친일 잔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물이다. 이처럼 설성공원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들은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다.지역 사회에서는 경호정과 기념비의 처리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일제의 잔재물이므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아픈 역사도 역사이므로 보존하여 후대에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오랜 논의 끝에 음성군은 전문가 자문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존치’를 결정했다.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그 건립 배경과 역사적 의미를 명확히 알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수정된 안내판에 ‘경호정은 친일 인물로 분류되는 권종원이 음성군수로 재임할 때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로 세운 일제 잔재물이다’라는 문구를 명시한 것은 이러한 결정의 결과물이다.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보다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인 셈이다.이번 음성군의 결정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친일 잔재 청산 문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무조건적인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 역사적 맥락을 정확히 기록하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청산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음성군은 앞으로도 지역 내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물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그 성격에 따라 철거 또는 보존의 원칙을 적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호정 안내판 교체를 시작으로,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더 많은 친일의 흔적들이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되기를 기대한다.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