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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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여론 들끓자 캄보디아 태세 전환?… 이례적 ‘초고속’ 부검과 송환의 뒷이야기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20대 한국인 대학생 박 모 씨가 사건 발생 74일 만에야 싸늘한 유해가 되어 고국 땅을 밟았다. 박 씨의 유해를 실은 항공편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며 길고 비극적이었던 타국에서의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공항에는 참담한 심경의 유족들 대신, 현지 부검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들이 나와 유해를 인수하는 침통한 절차가 진행되었다. 전날 캄보디아 현지에서 진행된 공동 부검과 화장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이뤄진 이번 송환은,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들끓자 캄보디아 당국 역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협조한 결과로 풀이된다. 유해는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를 통해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유해 송환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전날 프놈펜의 한 사원에서 진행된 한·캄보디아 합동 부검이었다. 박 씨의 시신은 지난 8월 발견된 이후 두 달 넘게 이 사원 안치실에 보관되어 있었다. 진상 규명을 위해 한국에서는 경찰청 과학수사 전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법무부 검사 등 총 6명의 전문인력이 급파되었고, 캄보디아 측에서도 경찰과 의사 등 6명이 참여해 3시간에 걸쳐 합동 부검을 진행했다. 부검 결과,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장기 훼손과 같은 끔찍한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발견 당시와 마찬가지로 온몸에 남은 멍과 상처 등 가혹한 고문이 자행되었던 흔적은 명백했다. 양국 수사 당국은 부검을 마친 직후 화장을 진행하고 유해를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데 즉시 합의했다.

 


평범한 20대 대학생이었던 박씨의 비극은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캄보디아로 향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는 도착 직후 현지 범죄 조직에 감금되었고, 이른바 '웬치'라 불리는 범죄 단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속적인 고문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그는 캄보디아 땅을 밟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8월 8일, 깜폿주 보코산 인근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당시 현지 경찰이 발견한 박 씨의 시신에는 이미 폭행과 고문을 의심케 하는 수많은 상처와 멍 자국이 가득해 사건의 잔혹성을 짐작게 했다.

 

박 씨의 유해가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싼 진실 규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합동 부검을 통해 시신의 외형적 상태와 고문 흔적 등은 확인했지만, 그를 직접적인 죽음으로 몰고 간 결정적인 사인은 아직 미궁 속에 빠져있다. 경찰은 향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정밀 조직검사와 약·독물 검사를 진행하여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잔혹한 고문 끝에 사망에 이른 것인지, 혹은 다른 약물이나 독극물이 사용되었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 청년의 꿈을 앗아간 국제 범죄의 실체는, 앞으로 진행될 국내 정밀 감식 결과와 양국의 수사 공조가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춰야만 온전히 드러날 전망이다.

 

‘30% 할인’ 딱 하나 걸었더니…외국인들, KTX 버리고 이 버스에 ‘우르르’

최지인 경주뿐만 아니라 인접한 대도시 부산으로까지 활발하게 이어지며, 이른바 ‘APEC 낙수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들의 부산 및 경주행 고속버스 노선 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185%나 폭증했다. 이는 단순히 한두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유럽, 미국, 호주 등 장거리 여행객부터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관광객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추세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이러한 폭발적인 증가세의 배경에는 한국관광공사와 클룩이 손잡고 기획한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자리하고 있다. 양측은 11월 30일까지 APEC 개최지인 경주와 인근 부산을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고속버스 운임을 30%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비싼 KTX 대신 합리적인 가격으로 두 도시를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방 여행에 대한 심리적, 경제적 장벽을 크게 낮춘 전략이 정확히 주효한 셈이다. 이는 국제적인 행사가 단순히 개최 도시의 홍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으로 관광객을 분산시키고 동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교통편 예약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의 관광 상품 소비 활성화로 이어졌다. 클룩의 집계 결과, 같은 기간 부산과 경주 지역의 여행 상품 예약 건수 역시 전년 대비 48% 증가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단순히 두 도시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지역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산의 주요 관광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비짓부산패스’와 해변 절경을 감상하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티켓’이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경주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투어’와 ‘경주월드 입장권’ 등이 많은 선택을 받았다. 상품 예약 비중은 대만, 싱가포르,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순으로 높게 나타나, 버스 예약과는 또 다른 국가별 선호도를 보여주었다.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겪었던 고질적인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클룩은 지난해 1월부터 언어의 장벽과 복잡한 결제 시스템 문제없이 실시간으로 국내 고속버스를 예매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예매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이처럼 편리한 인프라가 밑바탕이 된 상황에서 APEC이라는 대형 이벤트와 시의적절한 프로모션이 결합하며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의 말처럼, 이번 성과는 지방 여행에 대한 외국인들의 높은 잠재 수요를 확인시켜 주었으며, 앞으로 한국의 다양한 지역들이 가진 매력을 알리고 더 많은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 개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