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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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어떻게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가…무대 위에서 던져진 날카로운 질문

 연극 '프리마 파시'는 한 명의 배우가 2시간 동안 무대를 이끌어가는 1인극이라는 형식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훨씬 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성폭력 사건 전문 변호사로 늘 승소만을 거듭하며 자신감에 차 있던 여성 ‘테사’의 삶을 따라간다. 법정이라는 전쟁터에서 증인을 교묘하게 압박하고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을 경주마의 질주에 비유하던 그녀는, 어느 날 동료 변호사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자신이 쌓아 올린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가해자를 변호하던 유능한 변호사에서 피해자의 자리에 서게 된 주인공을 통해 연극은 과연 법이 진정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지, 혹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날카롭게 파고든다.

 

배우 김신록은 주인공 테사를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에 비유하며 캐릭터의 극적인 변화를 설명한다. 1막의 테사는 오직 승리라는 결승선만을 향해 질주하는, 혈통 좋은 경주마와 같다. 그녀에게 법은 이기기 위한 게임의 규칙이었고, 진실보다는 논리적 우위가 중요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피해자가 된 순간, 그녀는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눈가리개의 존재를 비로소 인식한다. 자신이 승리를 위해 휘두르던 법이라는 칼날이 정작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얼마나 비정하고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굳게 믿었던 세계관이 산산조각 나는 경험은 테사를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만들며, 극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꾼다.

 


이러한 인물의 극단적인 변화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도 엄청난 도전이다. 김신록은 성폭력 사건을 기점으로 1막과 2막이 나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1막이 이성과 논리, 언어의 세계라면, 2막은 그 모든 것이 무너진 감각과 신체의 영역이다. 그녀는 성폭력 이후 테사의 고통을 관객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을 넘어, 그 참담한 심정을 함께 체험하고 공감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힌다. 언어와 이성으로는 도저히 붙잡을 수 없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혼돈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에 담기지 않는 감각들을 몸짓과 호흡으로 무대 위에 쏟아낸다.

 

결국 테사는 무너진 세계 위에서 새로운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김신록은 2막의 테사를 더 이상 경주마가 아닌, 이제 막 걷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망아지’에 빗댄다. 이는 법이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며, 인생이 결승선을 향한 경주가 아님을 깨달은 테사의 성장을 상징한다. 연극은 테사의 마지막 절규를 통해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성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현재의 법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막을 내린다.

 

"연말연시, 여기 어때?"…인생샷 명소로 떠오른 창원 '빛의거리' 6곳

조성하여 연말연시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시비 6억 5천만 원을 투입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LED 조명과 미디어아트 등을 설치하여 단순한 야간 조명을 넘어선 예술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남동 분수광장, 용호동 가로수길과 용호광장, 창동·오동동 일원, 합성동 ‘한잔하길’, 진해 중원로터리 등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들이 빛의 캔버스로 변신하여, 깊어가는 겨울밤에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빛의거리 조성 사업은 단순한 도시 미관 개선을 넘어,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위축되었던 소비 심리를 회복하고, 연말연시 특수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려는 창원시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각 장소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조명 디자인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재방문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젊음의 거리인 상남동 분수광장에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조명을, 낭만적인 분위기의 용호동 가로수길에는 감성적인 빛의 연출을 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는 자부심을, 관광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며 창원의 새로운 야간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물론 6억 5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일각에서는 일회성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창원시는 이번 빛의거리 조성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야간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시민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매년 더욱 새롭고 다채로운 빛의 축제를 선보이며, 창원만의 특색 있는 겨울 대표 축제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빛의거리와 연계한 다양한 문화 행사와 상점 할인 이벤트 등을 함께 추진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민과 소상공인 모두가 만족하는 성공적인 축제 모델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결국 이번 빛의거리 조성 사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어내고,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느냐에 달려있다. 화려한 빛의 향연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기능해야 하는 것이다. 창원시의 야심 찬 도전이 얼어붙은 도심에 온기를 불어넣고, 희망의 빛으로 지역 경제를 환하게 밝히는 성공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속에서 창원의 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빛의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