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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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혐오스러운 '이 벌레'에게 달려있었다

 여름철 불청객 '러브버그'의 습격이나 예고 없이 나타난 벌레 한 마리에 기겁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곤충은 그저 징그럽고 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대상일 뿐이다. 해충인지 익충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본능적인 혐오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협한 시선은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이자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열쇠를 쥔 존재의 가치를 간과하는 것일 수 있다. 곤충은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 행성의 주인이었으며, 그들의 생존 방식 안에는 인류가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

 

곤충의 역사는 인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유구하다. 약 350만 년 전 등장한 인류에 비해 곤충은 무려 3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온 까마득한 '선배'다. 종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비교가 무의미하다. 전 세계 포유류가 6,500여 종에 불과한 반면,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곤충은 최소 100만 종을 넘어서며, 미발견종까지 포함하면 최대 22억 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0.127mm의 초소형 곤충부터 55cm에 달하는 거대 곤충까지,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며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신체 구조를 생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아닌 연구의 대상으로 곤충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혁신의 가능성은 바로 이 곤충들의 놀라운 생활사에서 발견된다. 우주 공간의 극한 환경 실험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중요한 모델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노랑초파리였고,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 살아남는 기술은 딱정벌레에게서 배울 수 있다. 혐오의 대명사 바퀴벌레는 수많은 동물의 생리학적 비밀을 풀어내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하며, 자기 몸의 수십 배를 뛰어오르는 벼룩의 경이로운 점프 능력은 마이크로 로봇 연구에 결정적인 영감을 불어넣는다. 심지어 가장 천대받는 똥파리조차 범죄 현장에 남겨진 유충을 통해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등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법곤충학'이라는 현대 과학수사의 한 분야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경이로운 곤충의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 과학박물관으로 꼽히는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 에리카 맥앨리스터 박사가 집필한 이 책은, 농업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곤충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저자가 수십 년간 숨겨왔던 90여 장의 진귀한 곤충 사진 자료는 징그럽다는 편견을 넘어선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책을 덮고 난 후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작은 초파리 한 마리조차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인류의 미래를 바꿀 작은 거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 고향이 왜 '소금 도시'?…잘츠부르크에 숨겨진 비밀

. 과거 바다였던 곳이 지각 변동으로 융기하며 형성된 고산지대의 소금 지형이 대표적이다.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는 그레이트솔트 호수와 로키산맥 사이에 광활한 소금 평원을 자랑하며, 남미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비가 내리면 하늘을 비추는 거대한 거울로 변해 수많은 이들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고구려 동명성왕이 소금을 채취했다고 전해지는 티베트의 소금산 역시 인도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하며 바다가 솟아올라 만들어진 경이로운 자연의 산물이다.유럽 대륙에서는 땅속 깊은 곳에 숨겨진 암염이 도시의 운명을 바꾸었다. '소금'을 의미하는 'Sal'과 'Hal'이라는 어원을 이름에 품은 도시들이 그 증거다.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소금의 성'이라는 뜻처럼 거대한 소금 광산을 기반으로 번영을 누렸다. 같은 나라의 할슈타트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그 본질은 수천 년 역사의 소금 광산 도시다. 1만 2천 년 전 인류의 거주 흔적이 남아있는 이 고대 도시에서는 배를 타고 땅속 호수를 건너고 리프트와 열차를 타며 광산을 탐험하는 독특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행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폴란드의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이나 독일의 소금 동굴 치료 시설 역시 소금이 만들어낸 이색적인 관광 자원이다.바닷물을 이용해 소금을 생산하던 염전 지대 또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새로운 관광지로 거듭났다. 세계 최고 품질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프랑스 게랑드 염전 인근에는 유서 깊은 항구도시 낭트가 자리 잡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육지에 갇힌 바닷물이 오랜 세월 증발하며 형성된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의 사해는 일반 바다보다 훨씬 높은 염도 덕분에 물에 몸을 맡기면 저절로 떠오르는 신비한 부력 체험으로 명성이 높다. 고대 잉카제국의 지혜가 깃든 페루 살리나스의 계단식 소금밭 역시 험준한 산악 지형과 어우러져 독특하고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며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소금의 흔적은 비단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땅 곳곳에도 소금과 관련된 지명이 남아 그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서울의 염창동(鹽倉洞)과 염리동(鹽里洞)은 과거 소금 창고와 소금 상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음을 이름으로 말해주고 있으며, 강원도 정선의 염장봉(鹽藏峰) 역시 소금을 보관하던 곳이라는 유래를 품고 있다. 이처럼 소금은 인류의 생존을 책임졌던 필수 자원을 넘어, 오랜 시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역사가 빚어낸 독특한 문화 경관을 형성하며 오늘날까지 그 중요성과 가치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