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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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대신 박스, 맨바닥 쪽잠"…APEC 성공 뒤 경찰은 노숙자가 됐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이면에, 행사에 동원되었던 경찰관들의 처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적 행사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집결한 경찰관들이 기본적인 숙식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었다는 증언이 쏟아지면서 경찰 지휘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가 공개한 현장 사진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진 속 경찰관들은 차가운 영화관 복도나 대기 장소 맨바닥에서 모포 한 장에 의지해 새우잠을 자거나, 심지어 폐지를 주워 모은 박스를 이불 삼아 잠을 청하는 등 충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이들이 과연 국가의 공권력을 상징하는 경찰이 맞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구체적인 증언들은 더욱 참담하다. 일부 경찰관들은 숙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낡고 외진 모텔이나 산속 여관에 배정받았으며,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더욱 기가 막힌 사연들이 올라왔다. 방이 부족해 동료와 함께 모텔 방을 써야 했는데, 화장실 문이 없는 통유리 구조라 서로 민망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는 것이다. 식사 문제 또한 심각했다. 제때 도시락을 받지 못해 사비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쌀쌀한 날씨에 차갑게 식어버린 밥을 먹어야 했다는 불만이 빗발쳤다. 이는 APEC 행사를 위해 하루 최대 1만 9천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복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찰청은 공식 입장을 내고 해명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연초부터 숙소와 급식 문제에 신경을 썼지만, 행사 관련 기관 인력과 외국 대표단까지 몰리면서 경주 시내의 모든 숙박시설을 확보하고도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인근 대구, 울산 등지까지 포함해 1만 실을 확보했으나, 모든 인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락 배급 문제에 대해서는 초기의 행정 착오와 배달 지연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현장의 불만을 접수하고 신속히 개선하려 노력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직원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기획단으로서 미안함을 표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의 분노는 경찰 지휘부의 사과만으로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직협은 이번 사태를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로 규정하고, 오는 11일부터 경찰청과 국회 앞에서 현장의 참상을 담은 사진전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1년간 행사를 준비했다는 경찰청,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정작 동원된 경찰관들의 인권과 복지는 철저히 외면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직협은 이번 사진전을 통해 경찰 지휘부에 대한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와 공식적인 사과,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APEC의 성공 신화 뒤에 가려졌던 경찰의 그림자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키점프대 아래서 눈밭을 질주한다…500명 몰리는 '스노우애슬론' 정체

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를 비롯한 올림픽 경기장 일원에서 '2025 스노우애슬론 대회'를 개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강릉시와 평창군이 힘을 합쳐 주최하고 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한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겨뤘던 공간을 일반 대중에게 개방하여 겨울 스포츠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야심 찬 기획이다. 약 50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하며,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한번 체험하고 지역 관광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이번 대회의 핵심은 '스노우애슬론'이라는 이색적인 복합 스포츠 이벤트에 있다. 이는 단순히 눈 위를 달리는 것을 넘어, 곳곳에 숨겨진 놀이형 임무를 수행하며 코스를 완주하는 새로운 방식의 경주다. 참가자들은 선수들만이 누빌 수 있었던 스키점프 센터, 크로스컨트리 센터, 바이애슬론 센터를 직접 두 발로 달리며 올림픽의 현장을 온몸으로 느끼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전문적인 스포츠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으로,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코스를 별도로 마련하여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단순한 달리기를 넘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축제의 장도 마련된다. 대회 부대 프로그램으로는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진행하는 크로스컨트리 및 바이애슬론 스키 클래스가 준비되어 있어, 참가자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강원도의 특색 있는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 존과 참가자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가족 휴게 공간도 운영하여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선 종합 겨울 축제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대회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공식 홈페이지(https://tally.so/r/mJa0qX)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이메일(team@peakffice.com)로 가능하다.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사업이 올림픽 유산의 성공적인 활용 모델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올림픽 시설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통해 지속 가능한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스노우애슬론 대회를 시작으로 지역 특화 관광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하여, 강원도가 명실상부한 동계 스포츠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올림픽의 유산이 어떻게 지역과 상생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