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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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귀환' 삼성은 웃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KIA는 운다

 2026시즌 우승을 향한 KIA 타이거즈의 청사진이 불과 며칠 만에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팀의 핵심 내야수 박찬호를 FA 시장에서 놓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팀의 심장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대타자' 최형우마저 팀을 떠나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올 시즌 팀 내 최고의 타격 성적을 기록한 42세 베테랑의 이탈은 단순한 전력 누수를 넘어, KIA의 내년 시즌 구상 자체를 뿌리부터 흔드는 거대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KIA는 주말을 기점으로 최형우 측에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최종안을 전달하며 재계약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KIA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최형우 영입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친정팀' 삼성이 KIA의 제안을 뛰어넘는 조건을 제시하며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야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의 제안이 KIA의 조건을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KIA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최형우가 최종 결심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르면 1일 그의 삼성 복귀가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

 


사실 당초 시장의 분위기는 최형우의 KIA 잔류에 무게를 뒀다. 내년이면 43세가 되는 노장 타자를, 그것도 15억 원의 보상금까지 지불하며 영입할 팀이 있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수비 기여도가 거의 없는 지명타자라는 한계도 명확했다. KIA 역시 이러한 시장 상황을 인지하고, 최형우보다는 내부 FA였던 박찬호 잔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KIA가 예상치 못한 복병, 삼성이 나타났다. 삼성은 확고한 우승 도전 목표, 비어있는 지명타자 슬롯, 그리고 '왕조의 주역'을 다시 데려온다는 상징성까지, 최형우 영입에 필요한 모든 명분을 갖추고 있었다.

 

최형우는 나이를 잊은 선수였다. '에이징 커브'라는 단어를 비웃기라도 하듯,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오히려 전성기에 버금가는 기량을 뽐냈다. 2023년 타율 3할을 넘기며 부활을 알렸고, 팀이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4년에는 22홈런 109타점으로 중심을 잡았다. 올 시즌 성적은 더욱 놀랍다. 133경기에 건강하게 출전해 타율 0.307, 24홈런, 86타점에 OPS 0.928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유력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9년간 KIA 유니폼을 입고 185개의 홈런과 826개의 타점을 쓸어 담은, 그야말로 '대체 불가' 자원이었다. 이제 KIA는 박찬호에 이어 팀 내 최고 타자 최형우까지 잃으며, 당장 내년 시즌의 득점 루트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100년 전 특급 레스토랑, 서울역 '그릴'의 위용

으로 시민 곁에 돌아온 이 공간은 최근 개최된 <서울역 2026 : 다시 뛰는 심장> 전시를 통해 과거의 향수와 현대적 예술 감각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이다. 1925년 완공 당시의 르네상스 양식을 간직한 붉은 벽돌 외벽과 중앙 돔은 100년 전 경성역의 위용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이제는 기차를 타기 위한 장소가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예술의 전당으로 그 정체성을 확립했다.이번 전시는 서울역이라는 공간이 지닌 역사적 층위를 '진입'부터 '도착'에 이르는 여정의 흐름으로 재구성하여 관람객을 한 명의 승객으로 초대한다. 전시장 내부에는 우리나라 철도의 시발점인 경인선부터 최첨단 고속철도에 이르기까지의 발전사를 철도 모형과 함께 입체적으로 시각화했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유물을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철도가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어떻게 견인했는지 체감하게 된다. 특히 과거 대합실의 낡은 의자와 빛바랜 사진들은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여행의 시작을, 누군가에게는 아픈 이별의 기억을 소환하며 깊은 정서적 울림을 준다.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시 이용객의 신분에 따라 엄격히 구분되었던 내부 공간의 복원이다. 1·2·3등 대합실은 물론,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여성 전용 '부인대합실'의 흔적은 근대 철도 문화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2층에 자리한 국내 최초의 양식당 '그릴(Grill)'은 이번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높은 천장과 화려한 샹들리에, 음식을 운반하던 전용 엘리베이터 등은 당시 최고급 레스토랑으로서의 품격을 짐작하게 하며, 붉은 원탁 뒤로 펼쳐지는 과거의 풍경은 관람객들을 100년 전 경성의 미식 세계로 안내한다.국가 귀빈과 고위 인사들만이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귀빈실의 개방 역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요소다. 고풍스러운 벽난로와 절제된 화려함이 남아있는 이 공간은 서울역이 단순한 교통 요지를 넘어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외교의 장이었음을 웅변한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역장실과 대합실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건축물에 새겨진 한 세기의 세월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중앙홀 돔 상부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받은 스테인드글라스는 강강술래를 형상화한 도안과 어우러져 공간에 신비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전시는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현대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미래의 서울역을 조망한다. 철도와 도시, 그리고 인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관통하는 미디어 아트와 설치 미술 작품들은 낡은 역사의 골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기차를 기다리던 설렘과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이 녹아있는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서울역이 여전히 우리 삶의 중심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다시 뛰는 심장'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오래된 공간은 예술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얻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문화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전시를 관람하고 다시 광장으로 나오면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서울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화려한 고층 빌딩 숲과 쉼 없이 오가는 열차의 소음 사이로, 광장 한편에는 여전히 삶의 무게를 견디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교차한다. 이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울역이 희망과 절망, 출발과 정착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거울임을 보여준다. 시대는 변하고 열차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수많은 사람의 애환을 품어내는 서울역의 심장은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서 묵묵히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