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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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가 씌운 이미지, 우리가 찢는다"…안은미, 유럽 한복판에서 던진 도발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6년간의 아시아 리서치를 집대성한 신작 '동방미래특급'으로 유럽 무대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안은미컴퍼니는 지난 11월,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초연 무대가 총 7회 전석 매진이라는 기염을 토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연은 티켓 오픈 전부터 모든 회차가 매진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현지 관객과 공연계가 안은미의 신작에 걸었던 기대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인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와 파리 시립극장이 앞다투어 초청하고 공동제작 파트너로까지 참여했다는 점은 이 작품이 지닌 예술적 무게와 신뢰를 가늠케 한다. 하시모토 유스케 페스트슈필레 퍼포밍아트 총괄 디렉터는 "서구가 덧씌워온 아시아의 이미지를 아시아 스스로가 흔들고 재정의하려는 대담한 시도"라고 극찬하며 작품의 유머와 클리셰 전복을 높이 평가했다.

 

'동방미래특급'은 하루아침에 탄생한 작품이 아니다. 2019년부터 무려 6년 동안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일본 등 15개 이상의 아시아 도시를 직접 발로 뛰며 동시대 아시아 청년들의 몸짓과 삶의 현장을 기록하고 축적한 방대한 리서치의 결과물이다. 이 장대한 여정은 2021년 '드래곤즈', 2022년 '잘란잘란', 2023년 '웰컴 투 유어 코리아' 등 개별 작품으로 꾸준히 발표되며 진화해왔고, 이번 '동방미래특급'을 통해 그 과정의 정점을 찍었다. 안은미는 이번 작품의 핵심 개념으로 '인터아시아(Inter-Asia)'를 제시했다. 이는 서구의 시선으로 아시아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아시아 내부에서조차 서로를 타자화하거나 신비로운 대상으로 여기는 복합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안은미는 "미래는 하나의 목소리가 아닌 여러 구조의 공존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동방'이라는 낡은 개념을 부정하는 대신 새로운 해석의 장으로 끌어들여 그 의미를 확장하고자 했다.

 


유럽 평단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독일의 저명한 무용 전문지 '탄츠-인터내셔널 에디션'은 "급진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직조된 움직임"이라고 평했으며, 온라인 플랫폼 '탄츠네츠'는 "다층적 정체성을 가진 현대 관객의 잠재의식을 흔드는 여정"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현지 매체들은 이 작품이 그동안 외부 시선에 의해 소비되기만 했던 '아시아'의 이미지를 스스로 재정의하고, 발칙함과 클리셰, 강렬한 색감의 조합을 통해 아시아의 새로운 주체성을 당당하게 제안하는 무대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호평은 곧바로 세계 유수 극장들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올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세계 초연을 마친 이 작품은 독일, 프랑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의 주요 공공극장이 공동제작에 참여한 데 이어, 2026년 50주년을 맞는 시드니 페스티벌까지 새로운 공동제작 라인업에 합류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안은미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사심 없는 땐쓰' 등 한국적인 것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무용 문법을 구축해온 예술가다. 팬데믹 이후 발표해 28개국에서 공연한 '드래곤즈'를 통해 이미 세계 무용계에 자신의 확장된 무대를 각인시킨 바 있는 그는, 이제 '동방미래특급'을 통해 아시아의 현재를 예술의 언어로 전 세계와 공유하는 더 큰 걸음을 내디뎠다. 1988년 서울에서 시작해 꾸준히 세계로 외연을 넓혀온 안은미컴퍼니의 이번 글로벌 투어는 2026년 3월까지 총 15개 도시에서 31회에 걸쳐 이어질 예정이다. 이 장대한 여정은 아시아가 던지는 질문에 세계가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보여주는 깊이 있는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시드니의 5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올해 축제는 사상 처음으로 낮 시간대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며, 밤의 향연을 넘어 온종일 도시를 즐기는 종합 문화 예술 축제로의 진화를 예고했다.축제는 빛, 음악, 음식, 아이디어라는 네 가지 핵심 테마를 중심으로 도시 전역에서 펼쳐진다. 그중 백미는 단연 6.5km에 달하는 ‘비비드 라이트 워크’다. 서큘러 키에서 더 록스, 바랑가루를 거쳐 달링 하버에 이르기까지, 시드니의 상징적인 장소들이 40여 개의 경이로운 빛 조형물과 프로젝션 아트로 채워진다.올해는 특히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설치 작품들이 기대를 모은다. 영국 작가 크리스 레빈의 23미터 높이 작품 <분자>는 레이저와 기하학적 패턴, 고대 치유 주파수에서 영감을 얻은 사운드를 결합해 명상적인 공간을 선사한다. 멜버른 작가 그룹 릴라이즈의 45미터 길이 LED 터널 <장애물>은 관객을 강렬한 색과 움직임의 세계로 초대한다.축제 기간 시드니의 랜드마크 건축물들은 예술가들의 캔버스가 된다. 호주 현대미술관 외벽은 사모아계 호주 작가 안젤라 티아티아의 작품으로 물들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돛 모양 지붕에는 프랑스 작가 얀 응게마의 환상적인 프로젝션이 상영된다. 콕클 베이에서는 매일 밤 화려한 레이저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장관이 펼쳐진다.빛의 향연 외에도 즐길 거리는 풍성하다. 세계적인 석학과 창작자들이 교류하는 ‘비비드 마인드’,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다채로운 미식을 경험하는 ‘비비드 푸드’가 준비된다. 또한 옛 철도 공장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캐리지웍스에서는 힙합 아이콘 릴 킴, R&B 스타 엘라 마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이어지는 ‘비비드 뮤직’이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뉴사우스웨일즈주 관광청은 2026년 비비드 시드니가 낮과 밤을 모두 아우르는 역대 가장 크고 대담한 프로그램으로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