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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적이다…'前 한국인' 린샤오쥔, 밀라노에서 한국과 금메달 놓고 싸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 감격의 첫 금메달을 안겼던 쇼트트랙 스타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태극마크가 아닌 중국의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서다. 중국 시나스포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린샤오쥔은 최근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시리즈 성적을 바탕으로 2026년 2월 개막하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출전을 최종 확정지었다. 한때 한국 쇼트트랙의 영웅이었던 그가 이제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 국가의 대표 선수로 돌아와 한국 선수들과 금메달을 다투게 된 것이다.

 

린샤오쥔의 올림픽 출전은 중국빙상경기연맹이 내건 까다로운 대표 선발 원칙에 따라 확정됐다. 중국 연맹은 ISU 월드투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를 1순위로 선발한다고 밝혔으나, 이번 시즌 월드투어 1~4차 대회에서 중국 남자 대표팀은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1순위 자격자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 2순위 자격은 월드투어 개인전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졌는데, 린샤오쥔이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3차 대회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이 기준을 충족했다. 이로써 린샤오쥔은 헝가리에서 귀화한 또 다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류샤오앙, 그리고 쑨룽과 함께 중국 대표로 개인전 3개 종목에 나서게 됐다.

 


린샤오쥔의 중국 귀화는 지난 2019년 한국 대표팀 시절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그는 곧바로 중국으로 건너가 훈련을 시작했다. 이후 기나긴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중국 귀화 절차를 그대로 마무리지었다. 이 때문에 중국 매체들은 "한국이 쇼트트랙 천재를 스스로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귀화 후 3년이 지나지 않아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결국 이번 밀라노행 티켓을 거머쥐며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게 됐다.

 

린샤오쥔의 올림픽 복귀는 한국 쇼트트랙 팬들에게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였던 안현수가 파벌 논란 등으로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3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남자 쇼트트랙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충격적인 사건이다. 린샤오쥔이 12년 만에 빅토르 안의 전철을 밟아 중국에 금메달을 안기고 한국 쇼트트랙에 또 한 번의 상처를 남기게 될지, 아니면 한국의 새로운 에이스들이 그의 도전을 막아서며 완벽한 승리를 거둘지는 이번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는 최고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00년 전 특급 레스토랑, 서울역 '그릴'의 위용

으로 시민 곁에 돌아온 이 공간은 최근 개최된 <서울역 2026 : 다시 뛰는 심장> 전시를 통해 과거의 향수와 현대적 예술 감각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이다. 1925년 완공 당시의 르네상스 양식을 간직한 붉은 벽돌 외벽과 중앙 돔은 100년 전 경성역의 위용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이제는 기차를 타기 위한 장소가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예술의 전당으로 그 정체성을 확립했다.이번 전시는 서울역이라는 공간이 지닌 역사적 층위를 '진입'부터 '도착'에 이르는 여정의 흐름으로 재구성하여 관람객을 한 명의 승객으로 초대한다. 전시장 내부에는 우리나라 철도의 시발점인 경인선부터 최첨단 고속철도에 이르기까지의 발전사를 철도 모형과 함께 입체적으로 시각화했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유물을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철도가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어떻게 견인했는지 체감하게 된다. 특히 과거 대합실의 낡은 의자와 빛바랜 사진들은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여행의 시작을, 누군가에게는 아픈 이별의 기억을 소환하며 깊은 정서적 울림을 준다.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시 이용객의 신분에 따라 엄격히 구분되었던 내부 공간의 복원이다. 1·2·3등 대합실은 물론,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여성 전용 '부인대합실'의 흔적은 근대 철도 문화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2층에 자리한 국내 최초의 양식당 '그릴(Grill)'은 이번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높은 천장과 화려한 샹들리에, 음식을 운반하던 전용 엘리베이터 등은 당시 최고급 레스토랑으로서의 품격을 짐작하게 하며, 붉은 원탁 뒤로 펼쳐지는 과거의 풍경은 관람객들을 100년 전 경성의 미식 세계로 안내한다.국가 귀빈과 고위 인사들만이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귀빈실의 개방 역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요소다. 고풍스러운 벽난로와 절제된 화려함이 남아있는 이 공간은 서울역이 단순한 교통 요지를 넘어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외교의 장이었음을 웅변한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역장실과 대합실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건축물에 새겨진 한 세기의 세월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중앙홀 돔 상부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받은 스테인드글라스는 강강술래를 형상화한 도안과 어우러져 공간에 신비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전시는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현대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미래의 서울역을 조망한다. 철도와 도시, 그리고 인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관통하는 미디어 아트와 설치 미술 작품들은 낡은 역사의 골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기차를 기다리던 설렘과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이 녹아있는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서울역이 여전히 우리 삶의 중심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다시 뛰는 심장'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오래된 공간은 예술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얻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문화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전시를 관람하고 다시 광장으로 나오면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서울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화려한 고층 빌딩 숲과 쉼 없이 오가는 열차의 소음 사이로, 광장 한편에는 여전히 삶의 무게를 견디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교차한다. 이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울역이 희망과 절망, 출발과 정착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거울임을 보여준다. 시대는 변하고 열차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수많은 사람의 애환을 품어내는 서울역의 심장은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서 묵묵히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