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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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인연, 결국 다시 만났다…정명훈과 KBS의 운명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거장 정명훈이 KBS교향악단의 제10대 음악감독으로 화려하게 귀환한다. KBS교향악단은 23일,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을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임기는 2025년 1월부터 시작되어 3년간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선임은 단순히 한 오케스트라의 수장이 바뀌는 것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과 세계 최정상급 마에스트로의 재결합이라는 점에서 국내 음악계의 지대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정명훈 감독의 이름 앞에는 늘 '세계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는 독일의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국립아카데미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 유럽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의 경력은 최근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차기 음악감독(2027년 취임 예정)으로 선임되면서 다시 한번 정점을 찍었다. 이처럼 세계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서 활동해온 거장이 KBS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KBS교향악단과 정명훈 감독의 인연은 무려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깊고 특별하다. 1984년, 제264회 정기연주회에서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을 시작으로, 1998년에는 제5대 상임지휘자를 맡아 악단을 이끌기도 했다.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 않은 이후에도 두 주체의 파트너십은 계속되었다. 2018년부터는 정기연주회와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음악적 교감을 나누었으며, 마침내 2021년에는 악단 역사상 최초의 '계관지휘자'로 위촉되며 서로에 대한 최고의 존경과 신뢰를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음악감독 선임은 이처럼 오랜 기간 쌓아온 깊은 신뢰 관계의 자연스러운 귀결인 셈이다.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정명훈 감독은 교향악과 오페라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레퍼토리 전략을 통해 KBS교향악단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장 내년에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과 말러의 가곡 및 교향곡을 함께 구성하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그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해석 능력이 악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KBS교향악단 측 역시 "지난 몇 년간 정 신임 감독과 쌓아온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이전보다 더욱 밀도 있는 예술적 파트너십을 만들어낼 것을 기대한다"며 거장의 귀환에 대한 설렘과 확신을 드러냈다.

 

 

 

1500년 전 황금 말이 날아오를 듯…천마총의 압도적 비주얼

내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화려함 대신 고즈넉한 정취가 내려앉은 겨울의 대릉원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름내 무성했던 잔디가 낮게 가라앉으며 23기에 달하는 거대한 고분들의 유려한 능선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 속,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솟아오른 고분들의 기하학적인 곡선은 마치 대지 위에 그려진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다가온다.대릉원 정문을 지나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소나무 군락이 1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초록빛 관문처럼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숲길을 지나면 단정한 담장 너머로 신라 최초의 김씨 왕인 미추왕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추왕릉은 다른 고분들과 달리 푸른 대나무 숲이 능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데, 이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나무 잎을 귀에 꽂은 병사들이 나타나 적을 물리쳤다는 ‘죽엽군(竹葉軍)’의 전설과 맞닿아 있다. 겨울바람에 서걱이는 댓잎 소리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왕의 굳은 의지가 담긴 외침처럼 들려와 발걸음을 숙연하게 만든다.대릉원에서 유일하게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천마총은 신라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핵심 공간이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1500년 전 유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화려한 황금 유물들이 압도적인 빛을 발산한다. 그중에서도 발견된 신라 금관 중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천마총 금관은 완벽한 균형미와 섬세한 세공 기술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한,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는 금방이라도 무덤 밖으로 비상할 듯 역동적인 기운을 뿜어낸다.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는 천마의 모습은 새해의 도약을 꿈꿨던 신라인의 염원이 담긴 듯, 시대를 넘어 강렬한 생명력을 전한다.천마총을 나와 다시 밖으로 나서면 남과 북, 두 개의 봉분이 이어진 거대한 황남대총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마치 두 개의 산봉우리가 이어진 듯한 압도적인 규모와 대지의 품처럼 너르고 유려한 곡선은 죽음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포근함과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을 이름 모를 민초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면 1500년의 세월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밝혀진 미추왕릉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덤들은 이름을 지우는 대신, 그 자체로 신라라는 시대의 거대한 실루엣이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고요한 위로와 영감을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