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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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짜릿한 위로, '킹키부츠'가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

 폐업 직전의 낡은 구두공장과 런던의 화려한 드래그 퀸 클럽.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세계의 만남을 그린 뮤지컬 '킹키부츠'는 '다름'이 어떻게 '특별함'이 되는지를 유쾌한 쇼와 뭉클한 서사로 풀어낸다. 화려한 드래그 퀸 '롤라'가 건네는 '네 모습 그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강력한 메시지는 관객의 마음을 흔들고, 어느새 모두가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를 얻게 된다.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이한 '킹키부츠'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또 한 번 그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킹키부츠'는 관객이 뮤지컬에 기대하는 모든 즐거움을 충실히 제공한다. 시작부터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며 유쾌하게 문을 열고, 에너지 넘치는 군무와 귀에 꽂히는 신나는 음악으로 시종일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특히 이 작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드래그 퀸 '롤라'와 '앤젤'들의 등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스펙터클이다.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15cm가 넘는 아찔한 하이힐을 신고 무대를 장악하는 그들의 모습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 유쾌함이 결코 가볍게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킹키부츠'의 진짜 매력이다. 현실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이들이 무대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을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벅찬 감동과 함께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 극적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이끄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힘이다. '롤라' 역의 백형훈은 두터운 분장과 화려한 쇼맨십 뒤에 숨겨진 상처와 단단함을 섬세하게 오가며 입체적인 인물을 구축해낸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디바였다가도, 맨얼굴로 현실의 차별과 맞닥뜨리는 순간 움츠러드는 '사이먼'의 두 얼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버지의 공장을 엉겁결에 떠맡게 된 '찰리' 역의 신재범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점차 성장해나가는 인물의 감정선을 안정적으로 쌓아 올린다. 그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는 관객이 낯선 세계에 발을 딛는 '찰리'의 여정에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만든다.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처음에는 드래그 퀸의 등장을 낯설어하던 관객들도 점차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커튼콜이 시작되면 객석의 거의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온 앤젤들과 함께 춤을 춘다. 중년 부부부터 젊은 연인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데 어우러져 편견 없이 축제를 즐기는 이 풍경이야말로 '킹키부츠'가 전하고자 하는 '나다움'과 '포용'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순간이다. 연출가 제리 미첼이 "한국 관객들이 쇼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성장해왔다"고 말했듯, '킹키부츠'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초고추장과 랍스터의 만남, 파인 다이닝의 과감한 변신

자유를 부여하는 새로운 흐름이 고급 미식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반얀트리 서울의 대표 레스토랑 ‘페스타 바이 충후’가 섰다. 이충후 셰프가 이끄는 이곳은 기존의 엄격한 코스 요리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손님이 원하는 대로 식사를 구성할 수 있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새로운 시스템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런치는 3코스, 디너는 6코스로 구성을 간결하게 줄이는 한편, 9종에 달하는 단품 메뉴(알라카르트)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를 통해 손님들은 짧은 코스를 기본으로 원하는 단품 요리를 추가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선호하는 단품 요리들로만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메뉴는 이충후 셰프의 장기인 ‘창의적인 재해석’이 돋보인다. 프렌치 클래식이라는 큰 틀 위에 한국의 제철 식재료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덧입혔다. 특히 지리산 장인의 어란, 구례 허브 농장의 제철 허브 등 지역 생산자와의 협업을 통해 메뉴에 깊이와 개성을 더했다.단품 메뉴 목록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리들로 가득하다. 겨울 생선회와 초고추장에서 영감을 얻은 샐러드, 사찰 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대봉감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남산 돈까스를 프랑스 정통 요리인 ‘꼬르동 블루’로 재해석한 메뉴는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선사한다.이번 변화는 파인 다이닝이 더 이상 특별한 날에만 찾는 어려운 공간이 아님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은 물론, 가벼운 식사를 위해 언제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미식 공간으로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