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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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 '케데헌'은 웃고 박찬욱은 울었다!

 K팝의 세계적인 영향력이 할리우드의 보수적인 벽을 허물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반면, '헤어질 결심'에 이어 3년 만에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다시 한번 골든글로브에 도전한 박찬욱 감독은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K팝이라는 한국 고유의 문화 코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할리우드 자본과 글로벌 제작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미국발 콘텐츠'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K팝의 세계관을 차용했지만, 캐나다 감독이 영어로 제작했다는 점이 보수적인 골든글로브의 문턱을 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매기 강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한국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이야기가 전 세계 관객과 통할 수 있다고 믿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밝히며, 이번 수상이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중요한 이정표임을 시사했다. 작품의 주제가 '골든' 역시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서사를 음악적으로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쾌거는 그동안 인종 및 언어 장벽에 부딪혀왔던 골든글로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가 단지 한국어 대사가 많다는 이유로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되는 등 폐쇄적인 태도로 비판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K팝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전략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이 곧 '한국 영화'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비영어권 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하나의 트로피도 얻지 못했다. 이는 할리우드 시스템 밖에서 순수 한국 자본과 언어로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골든글로브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결과다.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불발로 오스카 레이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연초에 열리는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의 결과가 오스카 투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아카데미 시상식이 골든글로브보다 다양성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여왔고, 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영미권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가능성이 남아있어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초고추장과 랍스터의 만남, 파인 다이닝의 과감한 변신

자유를 부여하는 새로운 흐름이 고급 미식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반얀트리 서울의 대표 레스토랑 ‘페스타 바이 충후’가 섰다. 이충후 셰프가 이끄는 이곳은 기존의 엄격한 코스 요리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손님이 원하는 대로 식사를 구성할 수 있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새로운 시스템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런치는 3코스, 디너는 6코스로 구성을 간결하게 줄이는 한편, 9종에 달하는 단품 메뉴(알라카르트)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를 통해 손님들은 짧은 코스를 기본으로 원하는 단품 요리를 추가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선호하는 단품 요리들로만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메뉴는 이충후 셰프의 장기인 ‘창의적인 재해석’이 돋보인다. 프렌치 클래식이라는 큰 틀 위에 한국의 제철 식재료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덧입혔다. 특히 지리산 장인의 어란, 구례 허브 농장의 제철 허브 등 지역 생산자와의 협업을 통해 메뉴에 깊이와 개성을 더했다.단품 메뉴 목록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리들로 가득하다. 겨울 생선회와 초고추장에서 영감을 얻은 샐러드, 사찰 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대봉감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남산 돈까스를 프랑스 정통 요리인 ‘꼬르동 블루’로 재해석한 메뉴는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선사한다.이번 변화는 파인 다이닝이 더 이상 특별한 날에만 찾는 어려운 공간이 아님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은 물론, 가벼운 식사를 위해 언제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미식 공간으로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