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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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잠들었던 백제의 비밀, 마침내 드러나다

 1993년 이전까지 백제의 이미지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에 가까웠다. 그러나 부여 능산리 고분군 주차장 공사 현장에서 진흙에 파묻힌 채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사를 다시 쓰게 할 만큼 충격적인 등장이었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이 위대한 걸작 단 하나만을 위해 독립된 전시실을 마련, 관람객에게 온전한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박물관은 향로를 만나기 전부터 관람객의 마음을 차분히 준비시킨다. 원형의 중앙홀은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는 백제의 미학을 공간 자체로 증명한다. 사비 시대를 다루는 제2전시실을 거치며 백제의 온화한 숨결을 먼저 느끼고, 정각마다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마음을 정돈한 뒤에야 비로소 향로를 마주할 수 있다.

 


마침내 어둠 속에 오직 한 점의 유물만이 조명을 받는 단독 전시실에 들어서면, 시공간을 압도하는 향로의 신비로운 자태와 마주하게 된다. 높이 61.8cm의 향로는 140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선명한 금빛을 발하며, 관람객은 마치 탑돌이를 하듯 그 주위를 맴돌며 말을 잃는다. 사진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입체감과 정교함이 눈앞에 펼쳐진다.

 

향로는 하나의 거대한 이상 세계를 품고 있다. 용 한 마리가 몸을 뒤틀어 막 피어나는 연꽃 봉오리를 받치고 있고, 그 위로는 신선들이 사는 겹겹의 산과 봉우리가 펼쳐진다. 산 사이로는 다섯 명의 악사가 악기를 연주하고, 호랑이와 코끼리 등 현실과 상상의 동물들이 뛰노는 가운데, 정상의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응시한다. 불교와 도교가 어우러진 백제인의 정신세계가 응축된 결정체다.

 


이토록 화려한 아름다움 뒤에는 비극적인 역사가 숨어있다. 향로는 관산성 전투에서 신라의 매복에 걸려 비참한 최후를 맞은 성왕의 넋을 기리기 위해 아들인 위덕왕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버지의 명복을 빌고 쓰러진 왕국의 안녕을 염원하는 간절한 기도가 사비 최고 장인의 손끝에서 불멸의 예술품으로 승화된 것이다.

 

멸망의 위기 속에서 누군가 급히 땅에 묻어 지켜낸 향로는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백제의 정신 그 자체였다. 진흙이 공기를 차단해 준 덕분에 거의 완벽한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난 이 걸작은, 반쯤 비어 있던 백제사에 화려하고 역동적인 숨결을 불어넣으며 그 위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고창 청보리밭, 23만 평이 초록빛으로 물든다

청보리밭 축제'를 개최하고 상춘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라는 주제 아래, 잊지 못할 봄날의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축제의 무대가 되는 학원농장 일대는 약 77만㎡(23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다.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은 바람이 불 때마다 푸른 파도처럼 넘실대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사람 키만큼 자란 보리 사이를 거닐 수 있는 '보리밭 사잇길 걷기'는 오직 이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올해 축제는 방문객의 편의를 대폭 개선한 점이 눈에 띈다. 고창군은 주차요금 1만 원을 전액 '고창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상품권은 축제장 내 상점과 식당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는 관광객의 부담을 덜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새로운 시도다.다채로운 즐길 거리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덜컹거리는 트랙터 관람차를 타고 보리밭과 숲길을 둘러보는 체험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인기다. 특설무대에서는 국악과 트로트 등 흥겨운 공연이 연일 이어지고, 보리떡, 복분자, 풍천장어 등 고창의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가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전망이다.고창군은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주요 지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해 방문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가지요금 없는 깨끗한 축제 운영에도 힘쓸 방침이다.이번 축제는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4월 18일부터 5월 10일까지 23일간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