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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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의 비극, 77년 만에 되찾은 아버지의 이름

 제주4·3사건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뒤틀렸던 가족사가 77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4·3 희생자의 유족이 법적으로 친자 관계를 인정받고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은 첫 사례가 나오면서, 현대사의 비극이 남긴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 주인공은 올해 77세의 고계순 씨다. 1948년 6월생인 고 씨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4·3의 광풍으로 잃고, 연좌제의 서슬 퍼런 감시를 피해 작은아버지의 딸로 출생신고를 해야 했다. 평생을 친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채 살아온 그는, 70여 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의 이름을 되찾게 됐다.

 


지난 13일, 고 씨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로부터 '고계순은 희생자 고석보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결정서를 전달받았다. 아버지의 사진을 품에 안은 그는 "한시도 아버지를 잊은 적이 없었다"며 "이제 죽어도 원이 없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이번 결정은 과거 법 제도의 한계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생부가 행방불명되어 유전자(DNA) 검사조차 할 수 없는 경우, 법적으로 친자 관계를 증명할 방법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4·3특별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유전자 감식 없이도 주변인의 증언 등 사실조사를 통해 가족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특례 규정이 신설되면서 길이 열렸다.

 


법 개정 이후 대법원 규칙과 시행령 정비 등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신청 접수가 시작되었고, 고 씨를 포함한 총 4명이 이번에 처음으로 가족관계 정정 결정을 받았다. 현재 제적부가 없는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신규 작성 등 5개 유형의 신청이 접수되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오는 8월 마감되는 신청 기간까지 단 한 명의 유족이라도 더 아픔을 덜 수 있도록 홍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침묵해야 했던 가족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추가 개정안 통과 등 제도 개선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달도 붉고 불도 붉다… 3일 밤, 한반도는 '레드 축제'

'달집태우기' 불꽃이 타오르기 때문이다.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일명 '블러드문(Blood Moon)' 현상이 일어난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우리나라 전역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다.우주쇼는 퇴근길 무렵부터 시작된다. 3일 오후 6시 49분 48초, 달의 일부가 가려지는 부분식을 시작으로 오후 8시 4분부터는 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식이 진행된다. 절정은 오후 8시 33분 42초다. 이때 달은 검게 사라지는 대신, 지구 대기를 통과하며 굴절된 붉은 태양 빛을 받아 핏빛처럼 붉게 빛난다. 이 신비로운 붉은 달은 밤 9시 3분 24초까지 약 1시간 동안 동쪽 하늘(고도 약 24도)을 장식할 예정이다.하늘에서 붉은 달이 떠오르는 동안, 땅에서는 거대한 달집이 타오른다. 전국 지자체는 대보름을 맞아 다채로운 민속 축제를 준비했다.강원도 삼척에서는 '삼척 정월대보름제'가 열린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삼척 기줄다리기'를 중심으로 엑스포광장과 해수욕장 일대에서 달집태우기와 지신밟기가 진행된다. 동해의 검푸른 바다와 붉은 달, 그리고 달집의 불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서는 '2026 송도달집축제'가 개최된다. 오후 6시 27분경 초대형 달집에 점화가 시작되며, 바다 위로 떠 오른 붉은 달과 해변의 불꽃이 묘한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도심 속 달맞이 행사도 풍성하다. 서울 양천구 안양천 둔치와 영등포구 일대에서는 쥐불놀이, 떡메치기 등 시민 참여형 축제가 열린다. 대구 금호강 둔치와 춘천 공지천, 전남 신안 지도읍 등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모여 풍물놀이와 함께 소원을 비는 행사가 이어진다.관건은 날씨다. 기상청은 3일 저녁 전국적으로 구름이 많거나 흐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구름 사이로 달이 보일 가능성은 열려 있다.천문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국에서 다음 개기월식은 2028년 12월 31일에나 볼 수 있다"며 "스마트폰 야간 모드를 활용하면 삼각대 없이도 붉은 달과 달집이 어우러진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올해 정월대보름은 하늘의 '블러드문'과 땅의 '달집'이 만나 그 어느 해보다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낼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축제장을 찾아 붉은 달빛 아래서 건강과 풍요를 기원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