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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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네 탓 공방에 시도민만 속탄다

대한민국의 지도를 새롭게 그릴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3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향해 무능과 횡포라는 거친 단어를 쏟아내며 책임 공방에 화력을 집중했다.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이 담긴 통합법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이번 회기 내 통과 여부는 그야말로 안갯속에 빠진 형국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정치권의 핑퐁 게임에 애꿎은 지역 발지만 발목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행태를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라고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한 원내대표는 본회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은 명분 없는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해놓고 갑자기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를 요구하며 민주당이 이를 반대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원내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대구·경북 통합의 본회의 상정을 막은 주체는 다름 아닌 국민의힘 내부의 엇박자다. 그는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충남·대전 통합 문제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과 지방의회가 찬성과 반대를 오가며 갈피를 못 잡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정통합은 지방 소멸을 극복하고 지방 주도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국가적 백년대계인데, 여권 내부의 혼선으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만약 통합이 무산된다면 그 모든 책임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국민의힘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다수당 횡포가 통합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소수당의 유일한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까지 대승적으로 포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500만 시도민의 미래를 위해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까지 내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법사위와 본회의 개최를 거부하며 지역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송 원내대표는 한 원내대표와 추 위원장이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갖은 핑계를 대며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현재 법사위와 본회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라며, 지금 이 순간 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단 하나의 이유는 민주당의 처리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임시회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민주당이 횡포를 중단하고 당장 통합법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양당의 이러한 대치는 단순한 입법 절차를 넘어 지역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여권 내부의 소통 부재와 단체장들의 이견을 문제 삼으며 준비 부족을 탓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야당의 의사 일정 거부를 지역 홀대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위원장직 수행 방식까지 거론되며 여야의 감정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역 민심은 싸늘하다. 대구와 경북 지역 사회에서는 행정통합이 단순한 행정 구역의 개편을 넘어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릴 마지막 보루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특별법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정치권이 지역의 절박함을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SNS상에서도 우리 지역의 미래가 여야 협상의 볼모가 되어야 하느냐는 격앙된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 주도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이번 통합법은 대구와 경북이 하나의 거대 경제권으로 거듭나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회 문턱에서 멈춰 선 지금, 여야가 극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행정통합의 동력 자체가 상실될 위험도 크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국가 백년대계로서의 가치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즉각적인 처리 요구 사이에서 국회의 시계는 멈춰 서 있다.

 

결국 공은 다시 여야 지도부의 협상 테이블로 넘어갔다. 2월 임시회의 유종의 미를 거둘지, 아니면 서로에게 화살을 돌린 채 빈손 국회로 끝날지는 오로지 여야의 결단에 달려 있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회 본회의장의 불이 켜지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정치가 지역의 희망을 꺾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여야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지방 소멸을 걱정한다면 남 탓 공방보다는 실질적인 법안 처리를 위한 일정 합의에 나서야 한다. 오늘 하루 남은 임시회 기간 동안 여야가 극적인 타협안을 도출해 대구·경북 통합의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아니면 서로를 향한 비난 섞인 논평만 남긴 채 끝날지 전 국민의 시선이 여의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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