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건강

몽롱해서 웃겨요? TV가 키운 '수면마취' 안전 불감증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던 환자의 혀가 꼬이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몽롱한 상태에서 횡설수설하는 환자의 모습에 주변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강타한 이른바 ‘수면마취 버티기 챌린지’ 영상의 한 장면이다.

 

과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었던 수면마취가, 이제는 조회수를 위한 자극적인 놀이 문화로 전락하고 있다. 위내시경이나 성형 시술 전, 프로포폴 등 마취제가 혈관을 타고 들어갈 때 정신력을 발휘해 잠들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인증’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영상 속 환자들은 마취제가 투여되자마자 숫자를 세거나 "약 들어간 거 맞아요?"라고 묻는다. 불과 몇 초 뒤 눈이 풀리고 의식을 잃어가지만, 이 과정은 고스란히 촬영되어 온라인에 공유된다. 일부 영상은 조회수 190만 회를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댓글창에는 "나도 해보고 싶다", "기절하는 모습이 너무 웃기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심지어 일부 병원에서는 "20초를 버티면 서비스를 주겠다"며 이를 게임처럼 부추기는 자막까지 등장해 의료 윤리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유희를 넘어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한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 따르면 수면마취는 정맥으로 진정제를 투여해 환자의 의식을 저하시키는 의료행위다. 겉보기엔 잠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호흡 기능과 심혈관 기능이 억제된 상태다.

 

호주 시드니 ACL코스메틱클리닉 허지영 전문의는 "수면마취에 사용되는 약물 대부분이 마약성 약물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에 올라온 영상 상당수에서 산소포화도 측정기나 앰부백(수동 인공호흡기) 같은 필수 응급 장비가 보이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마취 중에는 기도 폐쇄나 호흡 저하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은 1분 1초도 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웃고 떠드는 사이, 환자의 생체 신호 변화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허 전문의는 "의료인의 자긍심과 인간의 존엄성이 고작 조회수와 맞바뀌어서는 안 된다"며 "의료 안전과 윤리가 크게 훼손된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유행의 배경에는 방송의 영향도 적지 않다. ‘나 혼자 산다’, ‘홍김동전’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이 연예인의 마취 후 몽롱한 상태를 희화화하여 내보내면서, 대중에게 ‘수면마취=재밌는 에피소드’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분석이다.

 

강남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수면마취는 의료진이 항상 긴장 상태로 관리해야 하는 의료행위인데, 마취 과정에서 영상을 찍고 웃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환자가 의식을 잃어가는 과정은 생리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로 진입함을 의미한다. 이를 유머 소재로 삼는 것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의료 행위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제는 ‘수면마취 챌린지’라는 이름의 위험한 장난을 멈추고, 의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

 

부산·여수에 6,700명 상륙… 한국 크루즈 10년 만의 부활

스가 아닌 항공과 숙박, 쇼핑이 결합된 체류형 관광 산업으로 육성하면서 이른바 '모항(Homeport)'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싱가포르관광청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동남아 크루즈 시장은 약 39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14조 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등 아시아권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크루즈 시장 역시 10년 만에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부산항은 2025년 기준 크루즈 승객 규모가 40만 명 선을 회복하며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인천항 또한 한중 노선 재개에 힘입어 올해 32만 명 수준의 관광객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 역시 아시아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노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타드림 크루즈는 2026년까지 일본과 동남아를 잇는 50개 이상의 아시아 목적지를 운항하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방한 크루즈 관광객 200만 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기항지 연계형 고부가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에서 출발해 부산과 여수에 차례로 입항한 로얄캐리비안의 초대형 크루즈 '스펙트럼 오브 더 시즈'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승객과 승무원 등 6,700여 명을 태운 이 선박은 여수항에 10년 만에 신규 기항하며 지역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이번 입항은 단순한 하선 관광을 넘어 한국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부산에서는 크루즈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K-뷰티 셔틀버스'가 처음으로 운영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터미널과 서면의 의료·미용 거리를 연결해 헤어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한 이 시도는 선원을 고부가가치 소비 주체로 인식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여수에서는 화엄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찰음식 체험과 스님과의 차담 등 한국 전통의 미를 알리는 파일럿 투어가 진행됐다. 이는 크루즈 관광이 지역의 깊숙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체류형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중국 시장과의 협력 강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국 최대 국영 선사인 아도라 크루즈의 한국 기항 횟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연간 212항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아도라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동북아 크루즈 노선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선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세일즈콜이 여수항 신규 유치라는 성과로 이어진 만큼, 향후 공격적인 마케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크루즈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 기항지를 넘어 승객이 직접 승·하선하는 모항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모항은 항공 허브 전략과 맞물려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로얄캐리비안 및 아도라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 특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특유의 뷰티, 문화, 전통이 결합된 맞춤형 서비스는 동북아 크루즈 시장에서 한국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