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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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는 신고에 돌아온 건 차가운 시신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을 두고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젊은 생명을 앗아갔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 여성이 수차례 구조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기관의 뒤늦은 대처와 제도적 허점이 겹치면서 결국 막을 수 있었던 참변을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관계 당국의 대응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강하게 질책하고 책임자에 대한 즉각적인 감찰을 지시했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가해자의 잔혹함과 경찰의 무심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14일 오전 8시 58분쯤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도로에서 40대 남성 A씨가 출근 중이던 2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A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B씨의 차를 가로막은 뒤 유리창을 부수고 흉기를 휘두르는 대담함을 보였다. B씨는 사건 발생 불과 2분 전 경찰에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를 눌러 간절하게 구조를 요청했으나 끝내 현장에 도착한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가장 공분을 사고 있는 대목은 피해자 B씨가 이미 작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지속적으로 가정폭력과 스토킹 피해를 신고하며 경찰에 매달려 왔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1월 22일부터 2월 21일까지 한 달 사이 무려 다섯 번이나 신고를 접수했다. 심지어 지난달 21일에는 자신의 차량에 몰래 부착된 위치 추적 장치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이는 가해자가 언제든 자신을 해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명백한 위험 신호였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 A씨의 접근을 실시간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위치 추적 전자 장치 연동 잠정조치 3호의 2를 신청하지 않았다. A씨는 과거 다른 성범죄 전력으로 이미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 정보는 피해자의 휴대폰과 연동되지 않았다. 만약 연동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A씨가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했을 때 즉시 경보가 울려 대피하거나 조기에 대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

 

경찰의 감시망은 허술함을 넘어 무기력했다. 범행 당시 A씨는 임시조치와 잠정조치를 통해 B씨의 주거나 직장 100m 이내 접근이 엄격히 금지된 상태였다. 그러나 A씨는 범행 전날과 전전날에도 태연하게 B씨의 직장 주변을 배회하며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미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에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던 위험 인물이었음에도 경찰은 신병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수사 기관의 관료주의적 태도가 화를 키웠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달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구속영장과 유치장 유치 신청을 지휘했으나, 정작 사건을 넘겨받은 구리경찰서는 증거 확보를 이유로 영장 신청을 미뤘다. 위치 추적 장치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통상 한 달 이상 걸리는 감정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가해자는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전문가들은 경찰의 스토킹 범죄에 대한 무지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전과가 있는 가해자가 위치 추적 장치까지 동원해 스토킹을 지속했다면 즉시 영장을 청구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 역시 스마트워치 등은 예방적 차원일 뿐이라며, 현장에서 즉각 가해자를 체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 부여와 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다는 점을 명확히 짚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적극적인 격리, 그리고 실시간 위치 정보 파악 등 세심한 보호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현재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초기 대응부터 가해자 관리까지 수사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젊은 여성의 간절했던 다섯 번의 외침을 외면한 공권력이 이번에는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산·여수에 6,700명 상륙… 한국 크루즈 10년 만의 부활

스가 아닌 항공과 숙박, 쇼핑이 결합된 체류형 관광 산업으로 육성하면서 이른바 '모항(Homeport)'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싱가포르관광청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동남아 크루즈 시장은 약 39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14조 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등 아시아권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크루즈 시장 역시 10년 만에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부산항은 2025년 기준 크루즈 승객 규모가 40만 명 선을 회복하며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인천항 또한 한중 노선 재개에 힘입어 올해 32만 명 수준의 관광객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 역시 아시아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노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타드림 크루즈는 2026년까지 일본과 동남아를 잇는 50개 이상의 아시아 목적지를 운항하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방한 크루즈 관광객 200만 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기항지 연계형 고부가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에서 출발해 부산과 여수에 차례로 입항한 로얄캐리비안의 초대형 크루즈 '스펙트럼 오브 더 시즈'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승객과 승무원 등 6,700여 명을 태운 이 선박은 여수항에 10년 만에 신규 기항하며 지역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이번 입항은 단순한 하선 관광을 넘어 한국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부산에서는 크루즈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K-뷰티 셔틀버스'가 처음으로 운영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터미널과 서면의 의료·미용 거리를 연결해 헤어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한 이 시도는 선원을 고부가가치 소비 주체로 인식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여수에서는 화엄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찰음식 체험과 스님과의 차담 등 한국 전통의 미를 알리는 파일럿 투어가 진행됐다. 이는 크루즈 관광이 지역의 깊숙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체류형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중국 시장과의 협력 강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국 최대 국영 선사인 아도라 크루즈의 한국 기항 횟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연간 212항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아도라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동북아 크루즈 노선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선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세일즈콜이 여수항 신규 유치라는 성과로 이어진 만큼, 향후 공격적인 마케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크루즈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 기항지를 넘어 승객이 직접 승·하선하는 모항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모항은 항공 허브 전략과 맞물려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로얄캐리비안 및 아도라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 특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특유의 뷰티, 문화, 전통이 결합된 맞춤형 서비스는 동북아 크루즈 시장에서 한국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