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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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효녀 심청'을 완전히 뒤집었다

 고전 판소리 '심청가'가 동시대의 아픔을 위로하는 무대로 새롭게 태어난다. 국립창극단은 젊은 소리꾼을 조명하는 '절창'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남인우 연출이 재창작한 '심청가'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되, 현대적인 감각과 파격적인 해석을 더해 판소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번 작품은 '효'라는 전통적 주제에서 과감히 벗어난다. 남인우 연출은 심청을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 효녀가 아닌, 억울하게 스러져간 모든 영혼을 위로하는 상징적 존재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원작에서 중국 귀신들이 등장해 한탄하던 대목은 독립운동가나 산업 현장에서 숨진 젊은 노동자의 이야기 등 한국적인 서사로 전면 교체되어, 관객들이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에도 심청처럼 애달픈 삶을 사는 이들에게 헌사를 보내고 싶다"는 연출가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5시간에 달하는 완창 분량을 100분으로 압축하고,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던 서사를 재배치하여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또한, 심청 외 주변 인물들의 입체적인 사연을 부각시켜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무대는 국립창극단의 차세대 주역인 최호성과 김우정, 두 명의 소리꾼이 이끌어간다. 이들은 정해진 배역 없이 하나의 대본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인물을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을 시도한다. 때로는 심 봉사가 되어 오열하고, 때로는 곽씨 부인이 되어 한을 토해내며 두 소리꾼의 다른 해석과 에너지가 무대 위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소리꾼은 특정 역할에 갇히지 않고 각자의 해석을 바탕으로 서사를 전달하며 다채로운 인물 군상을 그려낸다. 이는 관객에게 누가 심청이고 누가 심 봉사인지 특정하는 대신, 이야기 전체를 조망하고 각 인물의 감정선에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음색과 소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심청가'를 완성할지 기대를 모은다.

 

판소리가 가진 고유의 색을 지키면서도 동시대성을 획득하려는 이번 시도는 고전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과제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것이다. 국립창극단의 '절창Ⅵ'은 오는 24일과 2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부산·여수에 6,700명 상륙… 한국 크루즈 10년 만의 부활

스가 아닌 항공과 숙박, 쇼핑이 결합된 체류형 관광 산업으로 육성하면서 이른바 '모항(Homeport)'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싱가포르관광청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동남아 크루즈 시장은 약 39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14조 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등 아시아권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크루즈 시장 역시 10년 만에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부산항은 2025년 기준 크루즈 승객 규모가 40만 명 선을 회복하며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인천항 또한 한중 노선 재개에 힘입어 올해 32만 명 수준의 관광객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 역시 아시아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노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타드림 크루즈는 2026년까지 일본과 동남아를 잇는 50개 이상의 아시아 목적지를 운항하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방한 크루즈 관광객 200만 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기항지 연계형 고부가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에서 출발해 부산과 여수에 차례로 입항한 로얄캐리비안의 초대형 크루즈 '스펙트럼 오브 더 시즈'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승객과 승무원 등 6,700여 명을 태운 이 선박은 여수항에 10년 만에 신규 기항하며 지역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이번 입항은 단순한 하선 관광을 넘어 한국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부산에서는 크루즈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K-뷰티 셔틀버스'가 처음으로 운영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터미널과 서면의 의료·미용 거리를 연결해 헤어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한 이 시도는 선원을 고부가가치 소비 주체로 인식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여수에서는 화엄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찰음식 체험과 스님과의 차담 등 한국 전통의 미를 알리는 파일럿 투어가 진행됐다. 이는 크루즈 관광이 지역의 깊숙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체류형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중국 시장과의 협력 강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국 최대 국영 선사인 아도라 크루즈의 한국 기항 횟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연간 212항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아도라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동북아 크루즈 노선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선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세일즈콜이 여수항 신규 유치라는 성과로 이어진 만큼, 향후 공격적인 마케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크루즈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 기항지를 넘어 승객이 직접 승·하선하는 모항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모항은 항공 허브 전략과 맞물려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로얄캐리비안 및 아도라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 특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특유의 뷰티, 문화, 전통이 결합된 맞춤형 서비스는 동북아 크루즈 시장에서 한국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