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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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째 매진 행렬 중인 수중 서커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 속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벨라지오 호텔 앤 리조트는 1998년 개장 당시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약 16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투입된 이 거대 리조트는 3,000개가 넘는 객실과 거대한 인공 호수를 갖추며 사막 위의 기적을 완성했다. 하지만 벨라지오를 진정한 전설로 만든 것은 호텔의 외형보다 그 내부에서 펼쳐지는 '태양의 서커스'의 수중 쇼인 '오쇼(O Show)'였다. 호텔 오픈과 동시에 막을 올린 이 공연은 물을 뜻하는 프랑스어 'Eau'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지난 28년간 라스베이거스를 상징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매김했다.

 

오쇼의 가장 큰 혁신은 150만 갤런의 물이 담긴 거대한 풀장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무대 기술에 있다. 5m 깊이의 수영장이 순식간에 평평한 바닥으로 변하거나 거친 바다처럼 요동치는 연출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압도한다. 약 77명의 전문 곡예사와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의 다이버들이 펼치는 아크로바틱은 단순한 서커스를 넘어 한 편의 초현실적인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20년 넘게 무대를 지켜온 베네딕트 네그로와 한국인 최초 단원인 홍연진 같은 베테랑 아티스트들의 존재는 공연의 깊이와 화제성을 더하는 핵심 요소다.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관객들은 예술적 감흥에 젖어든다. 유럽 오페라 극장을 본뜬 전용 극장 로비에는 조각가 리차드 맥도널드의 정교한 청동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인체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해부학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작품들은 오쇼 단원들과의 교감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로, 현실과 판타지를 잇는 시각적 서주 역할을 한다. 거대한 붉은 커튼이 걷히기 전, 객석 사이를 누비는 피에로와 공중에서 내려오는 곡예사들의 등장은 관객들을 일상의 세계에서 꿈의 세계로 안내하는 완벽한 장치가 된다.

 

본격적인 쇼가 시작되면 무대는 공중과 수면, 수중이라는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입체적인 서사를 써 내려간다. 시칠리아 소년과 사악한 여인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수시로 등장해 무의식과 기억의 파편들을 자극한다.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과 줄타기 등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퍼포먼스는 물이라는 원초적인 요소와 결합해 강렬한 감정의 파고를 일으킨다. 오쇼는 구체적인 줄거리에 의존하기보다 순간적인 이미지와 감각적인 신체 언어를 통해 관객 스스로가 자신의 무의식을 탐험하게 만드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한때 오쇼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으며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2020년 전 세계 44개의 공연이 전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섰다. 2025년 현재, 라스베이거스의 티켓 판매량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이미 넘어섰으며 35개의 쇼가 성공적으로 부활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들의 저력은 전 세계 관광객들을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불러모으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고, 오쇼는 여전히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누적 관객 2,000만 명 돌파와 4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이라는 기록은 오쇼가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 현상임을 증명한다. 12,000회 이상의 공연 동안 단 한 번도 변치 않는 경이로움을 선사해온 이 수중 판타지는 지금도 매일 밤 벨라지오의 물 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인간의 신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궤적과 첨단 무대 기술의 만남은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초현실적 경험을 선사하며 세계 최고의 쇼라는 명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부산·여수에 6,700명 상륙… 한국 크루즈 10년 만의 부활

스가 아닌 항공과 숙박, 쇼핑이 결합된 체류형 관광 산업으로 육성하면서 이른바 '모항(Homeport)'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싱가포르관광청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동남아 크루즈 시장은 약 39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14조 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등 아시아권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크루즈 시장 역시 10년 만에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부산항은 2025년 기준 크루즈 승객 규모가 40만 명 선을 회복하며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인천항 또한 한중 노선 재개에 힘입어 올해 32만 명 수준의 관광객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 역시 아시아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노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타드림 크루즈는 2026년까지 일본과 동남아를 잇는 50개 이상의 아시아 목적지를 운항하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방한 크루즈 관광객 200만 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기항지 연계형 고부가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에서 출발해 부산과 여수에 차례로 입항한 로얄캐리비안의 초대형 크루즈 '스펙트럼 오브 더 시즈'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승객과 승무원 등 6,700여 명을 태운 이 선박은 여수항에 10년 만에 신규 기항하며 지역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이번 입항은 단순한 하선 관광을 넘어 한국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부산에서는 크루즈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K-뷰티 셔틀버스'가 처음으로 운영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터미널과 서면의 의료·미용 거리를 연결해 헤어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한 이 시도는 선원을 고부가가치 소비 주체로 인식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여수에서는 화엄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찰음식 체험과 스님과의 차담 등 한국 전통의 미를 알리는 파일럿 투어가 진행됐다. 이는 크루즈 관광이 지역의 깊숙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체류형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중국 시장과의 협력 강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국 최대 국영 선사인 아도라 크루즈의 한국 기항 횟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연간 212항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아도라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동북아 크루즈 노선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선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세일즈콜이 여수항 신규 유치라는 성과로 이어진 만큼, 향후 공격적인 마케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크루즈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 기항지를 넘어 승객이 직접 승·하선하는 모항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모항은 항공 허브 전략과 맞물려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로얄캐리비안 및 아도라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 특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특유의 뷰티, 문화, 전통이 결합된 맞춤형 서비스는 동북아 크루즈 시장에서 한국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