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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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튤립' 국내 상륙, 고양국제꽃박람회 내일 개막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이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건너온 1억 송이의 꽃들로 화려하게 물든다. 재단법인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오는 24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총 17일간 제18회 고양국제꽃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축제는 '꽃, 시간을 물들이다'라는 주제 아래 약 25만㎡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서 펼쳐진다. 1997년 첫선을 보인 이래 누적 방문객 900만 명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화훼 축제로 자리 잡은 이번 행사는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로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번 박람회의 핵심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서사적 정원 구성에 있다.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시간여행자의 정원'에는 우리 민족의 지혜가 담긴 천문 기구 혼천의를 모티브로 한 거대 조형물이 들어섰다. 높이 13m에 달하는 이 회전형 구조물은 수만 송이의 꽃으로 장식되어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냈다. 관람객들은 이 거대한 꽃의 시계를 중심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특별한 산책로를 경험하며 자연과 예술이 결합한 절정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다.

 


공간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아낸 테마 정원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배경으로 조성된 '빛담정원'은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또한 개인의 심리 상태를 다채로운 꽃의 색감으로 치유하는 '마음의 온도 정원'은 현대인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제공한다. 박람회의 시작점이었던 1997년을 추억하는 '화(化)답하라 1997'과 옛 골목길의 향수를 자극하는 정원들은 중장년층 관람객들에게 아련한 기억을 선사하는 장소로 꾸며졌다.

 

전 세계에서 수집된 희귀 식물들은 이번 박람회의 백미로 꼽힌다. 얼음 결정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형의 '엘사 튤립'과 줄기 길이만 1.2m에 달하는 '자이언트 장미'가 국내 최초로 공개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지름이 15㎝를 넘어서는 거대한 달리아 품종 등 해외 유수의 화훼 농가에서 들여온 이색 식물들은 국내 화훼 시장의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준다.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려식물을 직접 심어보거나 장미 공방에서 수공예품을 만드는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체험 프로그램도 행사장 곳곳에서 운영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배려한 대중적인 콘텐츠도 대폭 강화되었다. 대형 공기 주입식 조형물로 제작된 인기 캐릭터 '펭수'가 5m 높이의 위용을 자랑하며 어린이들을 반긴다. 특히 가상 세계를 현실로 옮겨놓은 '마인크래프트 어드벤처 빌리지'는 디지털 세대인 아이들에게 꽃과 식물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융복합 콘텐츠는 꽃박람회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입장권은 현장 구매 시 일반 1만 5,000원, 우대 1만 2,000원에 판매되며 사전 예매를 이용하면 최대 4,000원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고양시민이나 대중교통 이용객에게는 별도의 할인 혜택이 주어져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한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축제를 넘어 국내외 화훼 기업들의 비즈니스가 교류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산호수공원을 수놓은 수억 송이의 꽃향기는 따스한 봄볕과 함께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며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황산벌에 핀 고려의 꿈…개태사 왕건 동상의 비밀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곳으로, 백제 말기 계백 장군이 이끄는 결사대가 신라군과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황산벌 전투의 역사적 무대이기도 하다. 산봉우리가 길게 이어지는 형상 때문에 연산이라는 지명이 붙은 이 일대는 한반도 고대사와 중세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교차하는 중요한 공간이다.개태사는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 후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직접 명을 내려 창건한 국가적인 사찰이다. 936년 왕건은 후백제 신검의 군대를 이곳 황산벌에서 최종적으로 제압하며 기나긴 전란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부처의 은혜와 하늘의 도움으로 통일을 이루었다고 여겨 산의 이름을 하늘이 보호한다는 뜻의 천호산으로 바꾸고, 태평성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4년의 대공사 끝에 개태사를 완공했다. 이후 이 사찰은 약 450년간 고려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번영을 누렸다.사찰 경내에 들어서면 고려 태조의 초상화를 모신 어진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에 안치된 왕건의 청동상은 의자에 걸터앉아 두 발을 바닥에 내리고 있는 독특한 의좌상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불교 미술에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언제든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는 미륵보살의 모습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이는 양식이다. 개태사 어진전의 왕건 동상이 이 같은 자세를 취한 것은 그가 전란을 끝내고 백성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준 구원자이자 태평성대를 이끄는 군주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해석된다.개태사 곳곳에는 천 년의 세월을 견뎌낸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남아있다. 고려 초기의 단정하고 안정적인 비례미를 보여주는 오층 석탑과 더불어, 사찰 창건 당시 승려들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사용했던 지름 3미터 크기의 거대한 무쇠 솥인 철확이 눈길을 끈다. 특히 철확은 사찰이 폐허가 된 후 홍수에 떠내려가거나 일제강점기 시절 박람회에 전시되는 등 숱한 수난을 겪은 끝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유물로, 개태사의 굴곡진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극락대보전에 모셔진 장중한 규모의 석조여래삼존입상 역시 고려 초기 새 왕조의 강인한 기상과 호국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걸작이다.고려 왕실의 상징이었던 개태사는 조선 시대에 접어들어 억불숭유 정책의 여파로 쇠락의 길을 걷다 결국 폐사지로 전락하는 비운을 맞았다. 오랜 세월 텅 빈 벌판으로 방치되었던 절터는 1934년에 이르러서야 옛터의 중심부에 사찰을 다시 세우며 명맥을 잇게 되었다. 현재 복원된 개태사의 규모는 과거 화려했던 고려 시대의 도량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사찰 주변의 넓은 농경지와 마을 땅속에는 여전히 발굴되지 않은 고려 시대 개태사의 거대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잠들어 있다.오랜 세월을 거치며 흥망성쇠를 거듭해 온 개태사의 역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사찰 입구에 세워진 빛바랜 안내판은 1960년대 초 개태사지에서 발굴되었으나 외부로 유출된 국보 금동대탑의 반환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한 사립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유물에 대해 사찰 측은 반환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1년 법원은 소유권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한 바 있다. 개태사의 옛터에서 출토된 핵심 유물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지역 사회의 역사적 자긍심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