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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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감독 잃은 비엔날레…111팀 참여 속 조용한 개막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공식 개막하여 약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번 행사는 비엔날레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변수와 파격적인 변화 속에서 문을 열었다. 전시를 기획하던 총감독이 개막을 앞두고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으며, 국제 정치적 갈등이 예술계로 번지면서 심사위원단이 전원 사퇴하고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이 폐지되는 등 행사 전반에 걸쳐 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해 비엔날레는 지난해 암 투병 끝에 타계한 카메룬 출신 큐레이터 코요 쿠오 총감독의 유지를 받들어 진행된다. 그녀가 생전에 설정한 주제는 단조 혹은 비주류를 의미하는 용어에서 착안하여, 거대하고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소외된 것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관람객에게 내면의 위안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기획 의도에 따라 본전시에 초청된 작가 규모는 지난 회차의 3분의 1 수준인 111팀으로 대폭 축소되었으며, 관람객들이 사색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 곳곳에 휴식 공간이 마련되었다.

 


참여 작가들의 면면과 국가관의 지형도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거장들을 재조명하던 최근의 흐름에서 벗어나, 올해는 생존해 있는 중견 작가들이 본전시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동 출신 예술가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서구 중심의 미술사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가관 구역인 자르디니 공원에는 카타르가 30년 만에 새로운 파빌리온을 건립했으며, 엘살바도르와 에콰도르 역시 사상 처음으로 독립된 국가관을 선보이며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이번 비엔날레를 뒤흔든 가장 큰 파장은 예술과 현실 정치의 충돌에서 비롯되었다. 개막을 목전에 두고 심사위원단 전원이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지도자가 속한 국가에는 상을 줄 수 없다며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조치였다. 이에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심사위원단 체제를 해산하고 전문가가 선정하는 황금사자상 시상을 전면 취소하는 대신, 행사 마지막 날 관람객들의 투표를 통해 최우수 작가와 국가관을 선정하는 관객상을 새롭게 도입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국가들의 전시 운영 방식도 평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4년 만에 복귀한 러시아는 사전 공개 기간에만 제한적으로 내부를 개방한 뒤, 정식 개막 이후에는 문을 굳게 닫고 건물 외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대체한다. 이스라엘 역시 기존의 상설 국가관 건물을 비우고 외부의 다른 공간으로 전시장을 옮겨 행사를 치른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두고 국제 미술계에서는 전쟁 가해국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이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 미술계 역시 이번 비엔날레에서 다채로운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최빛나 예술감독이 이끄는 한국관은 해방 직후의 혼란기를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이며, 특히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이 제주 4·3 사건을 모티브로 한 설치 작품으로 참여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본전시에는 뉴욕과 제주를 오가며 활동하는 요이 작가가 유일한 한국인으로 초청받았다. 이 밖에도 베네치아 시내 곳곳에서 이우환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을 비롯해 윤송이, 심문섭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병행 전시가 열리며 전 세계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성수동 직행하고 개성주악 먹고, 외국인 'K-라이프'에 빠졌다

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는 크루즈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에 단순히 잠시 들렀다 떠나는 경유지 역할에 그쳤던 한국 항만들을 크루즈가 처음 출발하고 종착하는 '모항 거점'으로 탈바꿈시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인바운드 관광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카드로 지목되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지난 19일 서울 용산구에서 개최된 '요즘, 한국관광 데이터 세미나'에서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2028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사장은 최근 지방 공항을 통한 입국자가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증하고 외국인의 지역 소비 역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급성장 중인 일본 관광 시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정밀한 분석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초개인화된 관광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데이터 세미나의 핵심 화두 중 하나는 크루즈 관광의 모항 전환이 가져올 압도적인 부가가치였다. 국제크루즈선사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단순 기항지 승객의 지출액보다 모항 승객의 소비 규모가 약 3.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강원 속초항에 입항한 대형 프리미엄 크루즈 '웨스테르담호' 사례처럼 지방 항만을 중심으로 한 크루즈 시장의 활성화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공사는 올해 크루즈 외래객 유치 목표를 200만 명으로 설정하고 행정 절차 간소화 등 인프라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최신 소셜 데이터 분석 결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동기 또한 과거와 크게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 이제 외국인들은 유명 관광지를 순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공연을 관람한 뒤 성수동의 카페거리나 안국의 편집숍을 찾는 패턴이 정착되었으며, 특히 일본과 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소금빵이나 약과, 개성주악 같은 이른바 'K-디저트 투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의 최신 트렌드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되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모양새다.국내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세대별로 극명한 취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2030 Z세대는 소품샵과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도보 동선 내에서 효율적인 소비를 즐기는 반면, 5060 세대는 인문학적 소양을 충족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나 골프 등 레저를 결합한 장기 체류형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러한 세대별, 국가별 특성을 데이터화하여 관광 데이터랩을 고도화하고,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를 결합해 산업 생태계의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다.정부와 지자체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동 사태 등 대외적 변수 속에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반의 관광 정책 수립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크루즈 선사들이 요구하는 효율적인 출입국 절차 체계를 마련하고 지방 항만의 수용 태세를 정비하는 등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데이터로 무장한 한국 관광이 양적 회복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