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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도시 강릉의 반전? 초록빛 말차 향기에 빠지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역사 도시 강릉이 초록빛 말차 향기로 가득 찬다. 오는 15일부터 사흘간 강릉 오죽한옥마을 일대에서 펼쳐지는 '2026 강릉 차문화 축제'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차 한 잔의 여유와 깊은 명상의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됐다. '말차, 초록의 위로'라는 주제 아래 기획된 이번 행사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정성을 다해 찻사발을 휘젓는 격불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다도 정신을 공유하며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정서적 안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1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죽한옥마을 곳곳에서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다채로운 문화 예술 공연이 이어진다. 메인 무대에서는 신사임당을 비롯한 선대 차인들의 정신을 기리는 헌다례가 엄숙하게 거행되며, 숙련된 솜씨를 겨루는 말차 격불 경연대회가 열려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아리랑 선율에 맞춰 차를 우려내는 시연과 국악이 어우러진 다악 콘서트는 전통 차 문화의 예술적 가치를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축제의 백미는 봄밤의 정취를 극대화할 야간 프로그램 '달빛 차회'다. 15일과 16일 양일간 저녁 시간에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은은한 국악 공연을 배경으로 차를 음미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 속에서 달빛을 벗 삼아 마시는 차 한 잔은 낮 시간의 활기찬 축제 분위기와는 또 다른 고요하고 깊은 감동을 방문객들에게 남길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이 직접 차 문화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참여형 행사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탁 트인 잔디광장에서 펼쳐지는 들차회와 회랑에서의 다도 체험은 차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도 쉽게 다도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한옥 다실에서는 조용히 차를 나누며 담소를 나눌 수 있고, 전통문화 체험 부스에서는 차 도구 공방과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 운영되어 나만의 찻그릇을 가져보는 특별한 기회도 제공한다.

 


행사의 테마인 말차를 심도 있게 경험할 수 있는 전용 공간도 마련된다. '말차존'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말차 시음은 물론,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관련 가공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열리는 플리마켓에서는 지역 공예가들이 정성껏 만든 다기와 소품들이 판매되어 축제의 풍성함을 더한다. 차를 매개로 한 다양한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이번 공간은 방문객들에게 실질적인 즐거움과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강릉시는 이번 축제를 통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하고자 한다. 차를 향유하는 시간이 곧 자신을 되돌아보는 평온의 시간이라는 다선일미의 가치를 전달하며, 오죽한옥마을을 찾은 모든 이들이 일상의 근심을 잠시 내려놓고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전통 차 문화의 계승과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이는 이번 행사는 강릉이 지닌 독보적인 문화 자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평에 뜬 '위버멘쉬', 메덩골정원 가심비 논란

입장료가 9만 원에 달해, 국내에서 가장 비싼 정원으로 꼽히던 사유원이나 뮤지엄 산의 기록을 가볍게 경신했다. 웬만한 테마파크 자유이용권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철학과 예술이 응축된 거대한 야외 박물관으로서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약 7만 3,000㎡ 부지에 조성된 메덩골정원은 지난해 한국정원을 먼저 선보인 데 이어 최근 현대정원까지 모두 공개하며 완전한 진용을 갖췄다. 이곳의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기보다 인간의 치밀한 계산과 철학적 사유가 빚어낸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에 가깝다. 승효상과 이재연을 비롯해 기욤 고스 드 고르 등 세계적인 건축가와 조경가들이 협업하여 바닥에 놓인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의 배치까지 엄격하게 설계했다. 류재용 대표는 이를 두고 콘크리트라는 차가운 소재로 시를 써 내려가는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현대정원 구역은 인문학적 상징물로 가득 차 있어 관람객들에게 끊임없는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를 100개의 스테인리스 기둥으로 형상화한 공간이나, 생텍쥐페리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원형 광장 '여정'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낸 '선비의 나라'에는 거대한 갓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시각적 압도감을 선사하며, 거북선을 모티브로 한 '불굴의 정신' 구역은 삼각 건축물과 화단을 통해 파도를 가르는 역동성을 표현했다.반면 한국정원 구역은 전통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오마주한 '선곡서원'은 콘크리트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전통 건축의 비례미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산천어가 노니는 연못 '용반연'과 내장산에서 옮겨 심은 단풍나무 숲, 그리고 수백 대의 트럭 분량으로 조성된 인공 냇가는 인위와 자연의 경계에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는 시각적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평온과 사유를 유도하는 한국적 정원의 정수를 보여준다.정원의 가장 높은 지점에는 니체의 초인 사상을 이름에 담은 레스토랑 '위버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16개의 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기하학적 형태의 이 건물은 메덩골정원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옥상 전망대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현대정원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관람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미식 경험 역시 정원의 철학적 메시지와 궤를 같이하며 방문객들의 감각을 자극한다.메덩골정원은 고가 정책과 난해한 예술적 해석 때문에 대중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모든 공간의 철학적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압도적인 시각적 미감을 제공하기에 가벼운 산책이나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방문하기에도 충분하다. 공간이 품은 깊은 의도가 궁금한 이들을 위해 하루 세 차례 전문 도슨트 투어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예술과 철학을 향유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