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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vs 강미나, 프듀 동기의 엇갈린 배우 생존법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프로듀스 101' 출신 스타들이 이제는 무대를 넘어 스크린과 OTT 시장의 핵심 주역으로 우뚝 섰다. 워너원 출신 박지훈과 아이오아이 출신 강미나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으나, 배우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방식에서는 확연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박지훈이 가수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전방위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확장형'이라면, 강미나는 아이돌 활동을 과감히 내려놓고 연기에만 몰입하는 '집중형' 행보를 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지훈은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20대 배우 중 한 명이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누적 관객 수 168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역사상 역대 흥행 2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비운의 왕 단종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 그는 '단종 오빠'라는 수식어와 함께 연기력과 티켓 파워를 동시에 입증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고 단숨에 '천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며 충무로의 차세대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배우로서 정점에 올라선 순간에도 박지훈은 가수로서의 끈을 놓지 않는 멀티 플레이어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 '워너원 고'를 통해 멤버들과 재회하며 팬들에게 향수를 선사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첫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음악적 활동도 재개했다. 여기에 오늘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는 이등병 강성재 역으로 변신해 코믹과 판타지를 오가는 새로운 연기 도전에 나선다. 흥행에 대한 부담보다는 표현의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그의 태도는 폭넓은 커리어 확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반면 강미나는 배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익숙했던 아이돌의 길을 과감히 뒤로하는 선택을 내렸다. 지난해 아이오아이 10주년 재결합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그는 연기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불참을 공식화했다. 동료 멤버들이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그는 연기자로서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 이러한 결단은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를 통해 연기적 성장을 증명해내며 팬들과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강미나의 첫 공포 장르 도전작인 '기리고'에서 그는 짧은 등장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7년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깊어진 감정 표현과 몰입도를 보여주며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 대신 '배우 강미나'라는 이름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화려한 무대 위 조명 대신 카메라 앞에서의 밀도 높은 연기를 택한 그의 뚝심이 장르물을 통해 빛을 발하며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두 사람의 대비되는 행보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나아가야 할 두 가지 성공 모델을 제시한다. 박지훈은 강력한 팬덤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가요계를 아우르는 전천후 스타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으며, 강미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기적 스펙트럼을 넓히며 신뢰받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프듀'라는 거대한 문을 통과해 각자의 방식으로 정상에 다가서고 있는 두 청춘 배우의 활약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콘텐츠 다변화와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