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생활문화

한글, 가장 자유로운 놀이가 되다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막을 올린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 전시는 한글이 지닌 '자유로운 놀이'로서의 가치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가갸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문헌과 교재, 신문, 잡지 등 한글 놀이와 관련된 자료 259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한글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며 즐기는 유희의 대상이었음을 풍성한 사료를 통해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100년 전 선조들이 글자를 익히기 위해 고안했던 창의적인 방법들을 마주하며 한글의 무한한 가능성을 재발견하게 된다.

 

전시의 가장 큰 화제는 국어학자 정인승이 1938년 고안한 '자마춤딱지'의 복원 및 최초 공개다. 자음과 모음이 적힌 딱지를 맞춰 낱말과 문장을 만드는 이 놀이는 한글 공부와 카드놀이를 결합한 최초의 사례로 꼽히지만, 그동안 실물은 전해지지 않았다. 박물관 측은 당시의 기록과 신문 자료를 정밀하게 추적하여 붉은색과 푸른색의 딱지로 구성된 자마춤딱지를 완벽하게 되살려냈다. 33가지에 달하는 진지한 놀이법 설명은 당시 한글을 널리 보급하고자 했던 학자들의 열정과 교육적 고심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시대별로 진화해온 한글 교구들의 창의성도 눈길을 끈다. 1950년대에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문틀'은 크기가 다른 원형 판을 돌려 초성, 중성, 종성을 조합하는 교구로, 한글의 모아쓰기 원리를 시각화한 선구적인 발명품이다. 또한 점선을 따라 자르면 낱말 카드가 되는 1953년의 교재나 놀이판 형태의 '조선문연습상도' 등은 한글이 대중의 일상 속에 얼마나 깊숙이 놀이로 자리 잡았는지 보여준다. 특히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사라지기를 바란다는 놀이판의 문구는 한글 놀이가 지녔던 사회적 계몽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보물로 지정된 '청구영언'을 통해서는 한글이 선사하는 언어유희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황진이의 시조 속에 등장하는 '명월'이라는 단어는 밤하늘의 밝은 달이자 작가 자신을 가리키는 중의적 표현으로 소개된다. 이처럼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선조들의 세련된 말놀이는 한글이 지닌 문학적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전달한다. 전시는 고전 문학 속에 숨겨진 한글의 묘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어, 관람객들이 한글의 구조적 특징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의미의 그물망을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전시의 시선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대의 디지털 문화로까지 확장된다. 글자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대체해 쓰는 '야민정음'이나 인터넷 유행 콘텐츠인 '밈' 등 오늘날 젊은 세대가 한글을 변형하고 즐기는 방식도 전시의 일부로 다뤄진다. 이는 한글이 고정된 박제물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생산되는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디지털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한글의 새로운 변신은 한글 놀이의 역사가 현재진행형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며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오는 8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듣고, 쓰는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되어 한글의 구조 위에 펼쳐진 놀이 세상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한글을 마주하는 가장 자유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00년 전 가갸날의 정신을 되새기며 현대의 말글 놀이까지 아우르는 이번 기획전은, 한글이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문자를 넘어 세대를 이어주는 가장 즐거운 소통의 도구였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운대 모래축제 15일 팡파르, 샌드보드 타고 초여름 속으로

부산의 대표적인 초여름 행사로, 올해는 '모래로 떠나는 부산 시간여행'이라는 주제 아래 더욱 깊이 있는 서사를 선보인다. 2026~2027 문화관광 예비축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부산의 역사적 기원부터 역동적인 현재의 모습까지를 정교한 모래 예술로 형상화하여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이번 축제에는 한국을 포함해 캐나다, 중국, 프랑스, 대만 등 5개국에서 초빙된 11명의 정상급 조각가들이 참여해 기량을 뽐낸다. 작가들은 조선 시대의 외교 사절단이었던 조선통신사부터 한국전쟁 당시 피란 수도였던 부산의 아픈 역사, 그리고 근대화의 상징인 부산항에 이르기까지 부산이 걸어온 길을 17점의 작품에 담아냈다. 역사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의 화려함과 열정적인 야구 응원 문화, 서핑과 온천 등 부산 시민들의 일상적인 즐거움까지 모래라는 부드러운 소재를 통해 입체적으로 재현된다.축제의 백미는 단연 백사장 중앙에 설치되는 대형 파노라마 조형물이다. 해운대의 전경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이 메인 작품은 축제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높이 7m에 달하는 모래 전망대가 별도로 설치되어 관람객들이 높은 곳에서 백사장 전체와 조각 작품들을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시야를 제공한다. 작가들이 현장에서 직접 모래를 다듬고 조각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은 해운대 모래축제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으로 꼽힌다.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었다. 모래 조각의 기초를 배워 직접 작품을 만들어보는 '도전! 나도 모래조각가'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며, 가파른 모래 언덕을 타고 내려오는 '날아라 샌드보드'는 어린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백사장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프로그램과 어린이 전용 모래 놀이터 등이 운영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모래와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해가 저문 뒤의 해운대는 낮과는 전혀 다른 환상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모래 조각 작품 위에 화려한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파사드 기법이 도입되어 조각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백사장 곳곳을 수놓는 경관 조명과 특수 연출이 더해져 야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빛과 모래가 어우러진 이 이색적인 풍경은 부산의 밤바다를 더욱 낭만적으로 장식하며 축제의 열기를 밤늦게까지 이어가게 할 전망이다.해운대구는 이번 축제를 통해 모래라는 친숙한 소재가 어떻게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는 예술적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자 한다. 축제 본행사는 18일에 마무리되지만, 정성스럽게 제작된 모래 조각 작품들은 6월 14일까지 백사장에 그대로 전시되어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초여름의 길목에서 해운대를 방문하는 이들은 백사장 위에 새겨진 부산의 시간을 따라 걸으며,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