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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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홀린 '무당호랑이'… 씻김굿이 즐거운 놀이로 변신

 죽은 이의 영혼을 달래는 엄숙한 의식인 '씻김굿'이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9일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서 막을 올린 국립남도국악원의 창작 국악극 '무당호랑이 쿵이'는 전통 예술의 현대적 변용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무대였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어린이 관객들은 주인공 호랑이 '쿵이'와 함께 모험을 즐기며, 낯설게만 느껴졌던 우리 가락과 전통 의식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몸소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은 검은 외모 때문에 상처받은 '흑룡'이 세상의 모든 노래를 사라지게 했다는 판타지적 설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쿵이 일행은 흑룡의 울분을 달래고 잃어버린 노래를 되찾기 위해 진도의 전통 예술을 하나씩 배워나간다.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얀 천 위에 종이배를 띄우거나 우렁찬 목소리로 강강술래를 외치는 등 극의 흐름에 직접 참여했다. 이러한 직관적인 연출은 아이들이 씻김굿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논리적인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이번 무대에는 국립남도국악원 소속의 기악, 성악, 무용 단원들이 총동원되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배우들은 강강술래와 다시래기 등 진도 특유의 민속 예술을 노래와 춤으로 풀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노래가 사람의 닫힌 마음을 열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치유의 도구라는 메시지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함께 자리한 성인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보호자들도 아이들의 열정에 동화되어 함께 발을 구르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국립남도국악원은 최근 전통 예술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극 등 과감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박정경 국립남도국악원장은 씻김의 본질이 망자를 보내는 슬픔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이 다시 희망을 품게 하는 '회복'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동체의 따뜻한 정서가 우리 전통문화의 핵심이며, 이를 자라나는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국악원의 중요한 사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편견 없이 무대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에서 국악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의 무속 신앙이나 전통 소재가 주목받는 현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석이 나왔다. 박 원장은 케이팝 등 대중문화가 전통을 세련되게 활용하면서 국악의 가치가 재조명받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의 '원형 보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초가 튼튼해야 그 위에 쌓은 현대적 변용도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국악원은 앞으로도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병행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 자산을 지켜갈 계획이다.

 

'무당호랑이 쿵이'의 성공은 국악이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동시대와 호흡하는 살아있는 예술임을 증명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서사 구조와 관객 참여형 연출은 국악이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역 공동체의 염원과 가치가 담긴 국악 콘텐츠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처럼 끊임없는 변주와 원형에 대한 존중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번 공연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우리 문화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국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무주 향로산, 효심 깃든 숲에서 즐기는 '하늘길'

8년 문을 연 무주 향로산 자연휴양림은 이제 전국의 여행객들이 찾는 종합 산림 휴양 단지로 거듭났다. 269ha에 달하는 광활한 산림 자원 속에는 방문자센터와 전망대, 야외 수영장 등 다양한 편익 시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특히 숲속 나무집과 같은 독특한 숙박 시설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이용객에게는 숲과 하나 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무주만의 차별화된 관광 경쟁력을 보여준다.휴양림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단연 향로산 전망대다. 이곳에 도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숲의 숨결을 직접 느끼며 걷는 산책로와 숲 사이를 가로지르는 모노레일이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상쾌한 피톤치드를 마시며 정상에 오르면 금강이 굽이쳐 흐르는 내도리 앞섬마을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길이 마을을 감싸 안은 물돌이 지형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곳은 최근 방영된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젊은 층 사이에서 사진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향로산은 정적인 휴식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액티비티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전문가와 동승하는 패러글라이딩은 초보자도 안심하고 무주의 하늘을 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상에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만끽하며 바람에 몸을 맡기는 순간, 일상의 고민은 사라지고 오직 자연과 나만이 남는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된다. 산악자전거(MTB) 마니아들을 위한 코스도 잘 정비되어 있어, 거친 산길을 달리며 에너지를 발산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향로산은 최고의 놀이터가 되어준다.전망대 아래로 펼쳐진 앞섬마을은 드라마 촬영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무주군은 촬영지 주변에 주차장과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금강 맘 새김 길, 복숭아 꽃길 등 마을의 자원을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앞섬체험센터에서는 자전거 타기나 복숭아 향 디퓨저 만들기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여름철 한정으로 판매되는 복숭아 빙수는 무주 반딧불 복숭아의 달콤함을 그대로 담아내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무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은 토속 음식인 어죽이다. 금강 상류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푹 고아 찹쌀과 고추장, 인삼 등 무주의 자연에서 얻은 양념을 넣고 끓여낸 어죽은 담백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과거 냇가에서 솥단지를 걸어놓고 즐기던 서민들의 음식이 이제는 무주를 대표하는 건강 보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향로산 숲길을 걷고 난 후 즐기는 따뜻한 어죽 한 그릇은 무주의 맛과 멋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완벽한 마침표가 된다.향로산 주변에는 머루와인동굴, 반디랜드, 태권도원 등 무주의 '3대 명소'가 인접해 있어 연계 관광에도 최적이다. 연중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는 머루와인동굴에서의 족욕 체험이나 반디랜드의 생태 교육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큰 인기를 끈다. 세계 태권도의 성지인 태권도원에서의 무도 체험 역시 무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문화적 자산이다. 전설이 깃든 산에서 시작해 현대적인 휴양과 문화 체험으로 이어지는 무주 향로산의 여정은 2026년 여름, 진정한 쉼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